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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최하등급에 출입 제한까지…1년여 지난 대종빌딩은?

입력 : 2020-01-12 11:00:00 수정 : 2020-01-12 09:3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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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회사 동료와 함께 얼마 남지 않은 짐을 사무실에서 정리하던 남성 어깨 너머로 ‘해피 뉴 이어(Happy New Year)!’가 적힌 달력이 보였다. 다른 층에서 만난 남성은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기자에게 물었다.

 

#2. 건물 바깥은 짐 옮기는 차들로 뒤엉켰으며, 한 이사 업체 직원은 “어디로 가시느냐”는 질문에 “우리도 짐을 옮겨달라고만 했지 정확한 내용은 모른다”고 답했다. 긴급 안전진단에서 최하 등급이 매겨진 뒤, 구조보강공사를 위해 전원 퇴거가 결정된 2018년 12월1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대종빌딩 풍경이다. (세계일보 2018년 12월14일 기사 참조)

 

지난해 4월, 정밀 안전진단에서 최하 등급인 ‘E등급(불량)’이 매겨진 대종빌딩. 연합뉴스

대종빌딩의 문이 닫힌 지 1년 여가 지났다. 1991년 10월, 강남 한복판에 들어선 대종빌딩은 지하 7층에 지상 15층 규모(연면적 1만4800㎡)로 2018년 기준 총 77개 업체가 입주했다.

 

사무실과 오피스텔 등으로 쓰이던 건물은 2018년 11월 말, 내부 인테리어 공사를 위해 마감재를 철거하는 과정에서 기둥 균열과 피복이 떨어져 나가는 등 구조적 결함이 발견돼 12월12일 입주자 전원 퇴거 결정이 내려졌다. 이듬해 4월, 정밀 안전진단에서도 심각한 결함으로 즉각 건물 사용 금지와 함께 보강이나 개축이 필요한 상태를 뜻하는 최하 등급인 ‘E등급(불량)’이 나왔다.

 

◆로비에는 임시로 차린 사무실…빌딩 관계자들도 부담감 토로

 

지난 7일 방문한 대종빌딩은 건물 외부에 가림막이 설치된 것만 제외하면 그때와 차이가 없었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니 1층 로비에 놓인 각종 사무기기가 눈에 띄었다. 빌딩이 재작년 문을 닫은 후, 앞서 건물을 관리하던 이들이 머무는 임시 사무실이었다.

 

로비에서 만난 A씨는 건물주 중 한 명으로 “국내에 이런 일이 없다 보니 여기저기서 관심이 쏟아진다”고 부담감을 토로했다. 빌딩 관계자 B씨는 “임차인(세입자)들은 다 나가고 없다”며 “지금은 재건축 문제를 놓고 소유자(임대인)들과 협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모든 임대인과 원만히 대화를 진행하는 게 아닌 탓에 시간이 걸린다”며 “(재건축 합의 등) 이야기가 진행되면 그 후에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소유자들은 문제가 불거진 뒤 강남구에 보낸 공문에서, 안전문제 등으로 임대 사업을 이어가기 어렵다며 재건축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4월 정밀 안전진단을 진행했던 센구조연구소는 결과 보고서에서 “현장 조사 결과 슬래브·보·기둥·벽체에 균열·누수·단면손실·철근 노출 등 구조적인 결함이 다수 관찰됐다”며 “구조 검토 결과 슬래브·보·기둥에서 내력이 부족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지난 7일 방문한 대종빌딩. 외벽을 둘러싼 가림막이 눈에 띈다. 김동환 기자

◆임차인도 답답함 호소…여전히 ‘손해배상 산정표’ 등 서류 보관

 

건물주와 임대인 등 복잡한 소유 구조에 금전 요인이 뒤엉켜 문제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탓에 흩어진 임차인들도 답답함을 호소한다.

 

수소문 끝에 이날 어렵사리 만난 당시 입주업체 공동대표 김형복씨는 대종빌딩 이야기에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퇴거 결정에 직원들과 함께 짐을 싸고 강남구의 다른 건물로 자리를 옮겨 지금까지 회사를 운영해오고 있다.

 

김씨는 “우리(입주업체들)는 당연히 안전검사 결과를 믿었다”고 허술했던 안전점검을 비판했다. 강남구청은 2018년 3월, 관내 700여개 건축물을 대상으로 ‘3종 시설물’ 지정을 위해 진행한 실태조사에서 대종빌딩에 A등급을 매겼다.

 

김씨는 서류뭉치 하나를 꺼내 들었다. 뜻을 모은 업체 10여개가 그를 공동대표 삼아 문제 해결을 위해 맡긴 각종 피해 증명 문서였다.

 

자세히 보니 ‘부동산 임대차 계약서’와 급한 퇴거로 인한 손실 내역이 담긴 ‘손해배상 산정표’였다. 산정표에는 퇴거 후 이사에 따른 비용, 대종빌딩 입주 인테리어·공사비, 인터넷 해지 등에 따른 위약금, 사무실이 비어 발생한 영업손실액 등이 적혔다. 업체마다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3억원에 달했다.

 

김씨는 “우리는 나올 때 (보상금 명목으로) 돈 한 푼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보증금 문제가 해결됐다’던 일부 빌딩 관계자들의 주장에 대해서는 “말도 안 된다”고 반박했다.

 

피해 업체들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건설사인 남광토건과 관리소, 임대인, 강남구청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다. 부실한 안전진단 등 빌딩을 둘러싼 모든 문제의 책임을 관리 주체에게 끝까지 묻겠다는 의미다. 김씨는 “구청 등 관계 당국이 임차인들의 동의를 받지 않고 재건축을 결정한다면 1인 시위도 불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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