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핀 미러 기술을 통해 AR(증강현실)기기 시장에 새 바람을 불어넣고 있는 한국기업 ‘레티널’이 CES 2020 무대에서 한층 업그레이드된 기술력을 선보였다.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기업 들이 장악한 시장에서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8일(현지시간) 방문한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0의 레티널 부스는 관람객과 업계 관계자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무대에서 렌즈 기술을 볼 수 있는 구조물과 안경 형태의 제품을 선보였던 레티널은 올해 고글 형태의 제품을 추가로 전시했다.
기존 AR기기는 HOE(홀로그래픽 광학소자) 혹은 DOE(회절 광학소자) 방식으로 빛의 회절 현상을 주로 이용하고, RGB(빨간색·녹색·파란색)로 빛을 쪼갰다가 다시 합쳐 눈에 도달시키기 때문에 어지러움을 유발하거나 색이 제대로 구현되지 않는 문제가 컸다.
반면 레티널의 AR글래스는 바늘구멍인 ‘핀홀’의 원리를 이용한 핀 미러를 통해 구현된다. 안경 상단의 작은 디스플레이에서 쏘는 빛이 1㎜보다 작은 렌즈 속 핀 미러에 반사된 뒤 눈에 도달한다. 복잡한 빛의 전달과정을 처리하기 위해 헬멧 수준으로 커지고 무거워지는 다른 HMD(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 형태의 제품과 달리 레티널의 AR글래스는 말 그대로 안경 수준의 장비만으로 뛰어난 색감을 구현한다.
올해 새로 선보인 제품은 지난해보다 렌즈 정밀도가 향상되며 영상의 밝기, 균일도 등이 개선됐다. 가로 시야각은 기존과 동일하게 최대 120도(한쪽당 80도)인데, 세로 시야각이 23도에서 73% 늘어난 40도로 확장됐다. 또 양쪽 렌즈를 모두 이용하게 되면서 3D(3차원) 영상도 매끄럽게 구현된다.
아직은 시장에 본격적으로 등장하지는 않았지만, 업계와 시장의 관심은 뜨겁다. 기존 제품보다 작고 가벼워지기 때문에 단가도 대폭 낮아지고, 무엇보다 성능이 개선된 덕분이다.
AR기기는 각종 산업용을 비롯해 교육용, 군사용, 오락용 등 활용 가능성이 큰 분야다. 그러나 여러 기술적 제약 탓에 시장 확장이 다소 답보상태에 놓여 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레티널은 음향기기 제작사 등 다른 분야의 기업과 협업해 시각 정보 외에 청각 정보를 함께 전달할 수 있는 제품 등 다양한 활용성을 고민 중이다. 업계에서 핀 미러 방식의 도입이 늘어날 경우 핀 미러 AR기기 시장을 넘어 전체 AR기기 시장 확대의 기폭제로 작용할 전망이다.
레티널의 하정훈 기술이사(CTO)는 “지난 4년간 연구개발을 통해 상용화 가능한 수준으로 성능을 끌어올렸다”며 “올해 양산 공정 및 시설을 확보해 제품 공급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라스베이거스=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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