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은 현금만 통하는 나라?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일본 식당에서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 없는 곳이 많았지만, 이것도 차츰 옛날얘기가 돼 가고 있다. 일본 정부가 캐시리스(현금 외 결제) 확대를 추진하면서 차츰 분위기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9일 코트라(KOTRA)에 따르면 일본의 캐시리스 결제 비율은 2015년 기준 18.4%로 한국(89.1%), 중국(60%), 캐나다(55.4%) 등 주요국과 비교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이에 일본 정부는 캐시리스 결제 비율(대민 최종 소비지출)을 2025년에 4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이를 위해 현금 외 결제수단에 의한 지불에 대해 환원제도를 도입했다. 그 결과 정책에 의하면 최대 5%, 그리고 결제사업자에 따라서 지출액의 20%까지 환원을 하는 경우도 속출하면서 점심식사 또는 쇼핑 시에는 캐시리스 결제가 일상이 돼 가고 있다고 코트라는 전했다.
일본 야노경제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일본 국내 캐시리스 결제시장 규모는 2018년도가 약 82조엔(약 872조원), 2019년도는 90조엔에 육박하면서 2020년도는 100조엔 이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현재 일본에서는 모바일 QR코드 결제를 사용하는 결제서비스의 종류만 해도 20개가 넘는 가운데, 각 사가 개별적으로 발행하고 있는 QR코드를 사용해 소비자와 점포는 혼란을 겪고 있다. 하지만 경제산업성 캐시리스 추진 협의회가 책정한 코드 결제의 통일 규격 ‘JPQR’의 보급이 가속화하면서 스마트폰 결제를 사용할 수 있는 점포가 확대되고 있다. 한 종류의 코드로 복수의 서비스에 대응할 수 있어 스마트폰 결제를 도입하는 점포의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온라인 쇼핑몰 등으로 캐시리스 결제영역도 확대되고 있다. 스마트폰 결제서비스 페이페이(PayPay)는 2020년부터 자사의 온라인 판매 사이트인 PayPay몰이나 중고물품 거래사이트 PayPay후리마(PayPayフリマ)에서 사용이 가능해졌다. QR코드결제 등 회원정보를 이용한 ID결제를 실시하는 온라인사이트는 현재 Amazon(아마존 페이), Rakuten(라쿠텐 페이)이 있다. 온라인 쇼핑몰뿐만 아니라 택시나 자판기 등 점포 이외 영역에서도 캐시리스가 확대될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올해 6월 종료되는 캐시리스 환원사업에 이어 7월 이후에는 일본형 주민등록번호인 마이넘버카드와 연계하는 ‘마이나포인트’를 캐시리스 결제 시에 부여하고 소비 활성화를 촉진하는 시책을 검토하고 있다. 예산규모는 2500억엔으로 2020년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이후의 경기 부양책으로도 고안되고 있으며, 올해 9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아울러 2020년 올림픽·패럴림픽의 개최에 따른 관광 수요에 대비해 많은 점포에서 모바일로 번역된 메뉴를 제공하고, 이어서 결제도 가능한 모바일 주문 방식을 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쿄에 있는 OTTO OTTO BREWERY(오토오토 브루어리)는 증가하는 외국인 관광객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 QR코드를 활용해 손님의 스마트폰으로 외국어 메뉴판을 제공하고, 주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캐시리스가 보편화하면서 스마트폰을 이용해 외국인에 대한 접객 등 다양한 서비스의 개선이 이뤄질 전망이다. 올해 봄부터 스마트폰 결제서비스 라쿠텐페이에서 지하철 교통카드 수이카(Suica)의 발행·결제가 가능하게 되는 등 캐시리스의 결제와 지급 방식의 다양화, 편리성의 향상도 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사카 도톰보리 상점가의 경우 대부분 알리페이를 도입했으며, 이런 입소문이 다시 중국인들 사이에 퍼지게 되면서 더 많은 관광객이 몰려오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는 등 관광 산업에서 캐시리스는 필수 요소로 평가받고 있다.
코트라 오사카 무역관은 “일본 정부가 적극적으로 캐시리스의 정착을 위해 노력하면서 2020년에는 소비자뿐만 아니라 기업의 입장에서도 캐시리스의 활용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상규 기자 skw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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