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학력과 성적증명서 위조 등 의혹에 휩싸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63)의 목사안수증 역시 위조됐다는 의혹이 8일 제기됐다.
개신교 시민단체 평화나무는 이날 오후 서울 마포구 벙커1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광훈씨는 목사가 아닌 것 같다. 어떻게 목사가 됐는지를 취재하다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여러가지 의심 정황들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평화나무는 “전씨가 낸 목사안수증(명서)이 진본이라면 전씨는 서울 용산구 서계동에 있는 대한신학교를 졸업했어야 한다. 하지만 어디에도 전씨가 이 학교를 다녔다는 증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평화나무에 따르면 전 목사가 소속돼 있던 교단 ‘대한예수교장로회 대신’에서 목사가 되려면 1980년대에는 4년제 대학 학력 인정 학교(각종학교)인 대한신학교를 나와야 했다. 대한신학교는 당시 서울 용산구 서계동과 경기 안양 만안구 안양동 등 2개의 캠퍼스로 나눠져 있었고, 그 중 목사 양성 과정은 서계동에서 담당했다는 것이 평화나무 측 설명이다.
권지연 평화나무 뉴스진실성검증센터장은 “전씨가 목사라는 사실이 인정되려면 4년제 학력이 인정되는 학교를 나왔어야 하고, 그러려면 적어도 서계동의 대한신학교를 나왔어야 하는데 거기서 전씨가 공부했다는 정황을 찾아볼 수 없었다”며 “1978~1984년도에 이 학교를 다녔던 재학생들을 최대한 만나서 인터뷰했지만 81·83학번 모두 ‘전씨를 학교에서 본 적이 없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1981년에 학교에 입학했다는 분이 전씨를 예배시간에 잠깐씩 봤다는 이야기는 들었다”며 “수업시간에 봤다는 이야기는 없는 만큼 전씨가 실제로 수업을 들었는지 여부는 절대 확인된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권 센터장은 “결정적으로 평화나무가 입수한 전교생 명단이 수록된 ‘1980년 대학신학교학도호국단 주소록’에는 전씨의 이름이 없었다”고 밝혔다.
권 센터장은 “전씨의 학력 위조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김종대‘라는 인물이 나와 자신을 80학번으로 소개하며 ’자신과 전씨는 동기고 함께 학교를 다녔다‘고 주장했는데, 전교생 주소가 수록돼 있는 주소록에 김종대와 전광훈 둘 다 이름이 없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종대 목사의 발언은 전씨가 이 학교의 학생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더욱 명확히 해주고 있다”며 “본인들이 몇학번이었다고 밝혀서 오히려 확인이 더 쉬웠고, 1981년 예배시간에 전씨를 봤다는 사람이 있는 만큼 전씨가 그 시기에 군대에 간 것도 아니었다”고 전했다.
평화나무는 교단 총회장 선거 출마를 위해 제출된 전 목사의 목사안수증이 위조됐다며 이 역시 무효라고 주장했다.
김용민 평화나무 이사장은 “전씨의 목사안수증은 대한예수교장로회 대신 교단의 양식과 다르다”며 “교단 관계자 및 소속 목사에게 문의한 결과 발급처는 총회(교단) 소속 노회(지방회)여야 하는데, 전씨의 안수증명서는 총회 명의로 돼 있다”고 밝혔다.
김 이사장은 “총회에서 발급했다는 것은 이 증명서가 위조된 것이 아닌가 의심하게 되는 대목”이라며 “전씨가 목사 안수를 어디서 받았는지 직접 본 사람도 아직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실제 총회가 목사 안수 과정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목사로서 적합한지를 가리는 ‘목사 고시’에 한정되고, 실질적인 목사 안수 과정은 전부 노회에서 관장하는 만큼 전씨가 진본을 냈다면 노회 명의의 공문이었어야 한다는 게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또 “전씨가 총회장이 되겠다며 교단에 제출한 목사안수증의 발부 주체가 ‘김상묵 목사’로 돼있는데 당시 총회장은 ‘김상록 목사’였다”며 “총회 명의 공문도 이상한데 당시 총회장 이름도 다른 사람의 이름이 기재된 걸로 볼 때 이 공문은 틀림없이 허위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 이사장은 “전씨의 대한신학교 학적과 목사안수증 작성 과정 등에서 납득할 수 없는 대목이 있다고 판단되고, 학적 위조를 넘어 목사안수 사실 날조했다면 모든 교회 관련 공지, 목사, 대신총회장, 한기총 대표회장 등 교회관련 공직이 무효화되는 것”이라며 “이번주 중 사기 혐의 등으로 추가 고발해 진실을 규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대학교와 대학원 졸업 학력에 의문이 제기된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전 목사 측이 관련 의혹을 반박했다.
전 목사 측 관계자는 최근 뉴시스와 통화에서 “전 목사는 안양대 전신인 대한신학교에 1978년에 입학해 4학년이 되던 해 학교가 부도가 나자, 당시 당산동 소재 신학교(김세창 학장)에서 졸업해 목사안수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후 대신 교단에서 ‘인재를 놓칠 수 없다’며 6개월 편목과정을 이수해 목사 자격을 취득해 달라는 권면을 받고, 과정을 이수한 뒤 대신 교단에서 (다시) 목사자격을 취득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전 목사가) 편목과정을 이수한 대한신학교(대신 교단의 신학교)가 모태가 돼 현재 안양대로 발전한 것”이라고 전했다.
또 대학원 성적·졸업증명서 조작 의혹 보도에 대해선 “당시에는 신학교만 졸업해도 목사안수를 받았을 수 있었지만, 후배 목사들과의 차이를 메우기 위해 6개월 단기 연수코스(목회자 연구과정)를 마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과정은 이수(졸업) 사정에 필요한 학점을 취득한 후에도 계속해서 추가 학점 취득이 가능했기 때문에 졸업 후에도 성적을 추가 취득할 수 있다. 그 과정을 밟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전 목사 측은 “(대학원 성적증명서와 관련) 연도나 학기 등 숫자가 틀린 것은 (그렇게 잘못) 발급해준 학교의 문제이지, 전 목사가 일일이 수정해서 가짜로 올린 것이 아니다”라며 “전 목사가 (내용을) 수정하고 바꿨어야 가짜가 되는 것이다. 전 목사가 수정하고 고친 것 없이 학교에서 학적관리에 있던 것을 떼어 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 목사가 신학을 공부할 당시) 교단에서 준 학위는 일반 교과과정에서 교육부가 관리·감독하는 학위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며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 대학 및 대학원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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