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이 미국 본토 타격 능력을 강화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인 ‘쥐랑(巨浪·JL) 3’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태평양 지역 미 군사력 강화 움직임에 대한 대응 조치다. 미국의 ‘중거리핵전력 조약’(INF·Intermediate-range Nuclear Forces Treaty) 탈퇴 이후부터 제기된 미·중·러 3대 핵 강국 핵무기 경쟁 우려는 이미 현실화됐다.
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군은 지난달 보하이 만에서 JL-3를 시험발사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거리 1만km가 넘는 JL-3는 황해에서 발사할 경우, 미 본토 전역 타격이 가능하다. 이번 실험은 보하이 만에서 신장 서쪽 고비사막 방향으로 발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 군사 전문가는 “이론적으로, JL-3의 사거리는 현재 1만 km를 넘어섰다. 만약 미사일이 중국 인근 해역에서 발사되더라도 미국을 타격하는 원래 목표는 달성한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은 특히 JL-3를 향후 중국군 최첨단 핵 공격 잠수함인 096형에 탑재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실전 배치된 094형 개량형인 096형은 JL-3 24대 탑재가 가능하다. 094형은 16기를 탑재할 수 있다. 더욱이 094형보다 바닷속 기동 시 소음도 많이 줄어 적군의 탐지가 더욱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이 JL-3를 096형에 탑재해 공격 능력을 강화하려는 것은 현재 핵 잠수함 전력이 절대적으로 불리하다는 인식에서다. 현재 미국은 오하이오 급 핵 잠수함 18척을 중이며 ,이 중 14척은 한 척당 24기의 ‘트라이던트-1’ SLBM을 탑재할 수 있다. 반면 중국은 JL-2를 탑재한 094형 잠수함을 4척 정도 운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CMP에 따르면 중국군은 지난달 JL-3 시험발사에서 발사 플랫폼으로 094형 잠수함을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군은 지금까지 JL-3를 시험 발사할 때는 032형 잠수함을 사용했다. 따라서 이번 시험에 094형 잠수함을 활용했다는 것은 중국군이 잠수함 개발과는 별개로 JL-3 개발을 가속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중국은 JL-3를 096형 잠수함과 짝을 이루려는 의도에서 개발 계획과 속도를 조절해왔다. JL-3가 개발되더라도 096 잠수함 취역과 운영 체제에 통합하려면 상당한 기술이 필요해서다. 한 군 관계자는 “ JL-3가 준비돼 있을 때도 JL-3를 096 운영 체제로 통합하는 데 최소 5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군의 이런 전략 변화는 현재 긴박한 동북아 정세와 관련이 깊다. 미국은 이미 2018년 핵태세검토 보고서(NPR)에서 중국을 잠재적 위협국으로 지적했다. 또한 최근 서태평양 지역과 남중국해, 동남아 지역에서 미군의 군사력이 강화하고 있다. 특히 북·미 대화가 정체되고, 북한에 대한 미국의 압박 수위가 높아짐에 따라 핵무기 공격 능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중국 군사 전문가인 저우천닝은 핵전력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SLBM, 공중 발사 핵무기 3가지로 구분된다고 언급하면서 중국이 두 번째 능력을 강화함으로써 ‘핵전력 삼위일체’를 이루려 한다고 지적했다. 또 SCMP도 중국군의 이같은 궤도 수정은 러시아와 북한과 함께 중국을 겨냥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억제전략에 대한 대응 전략으로 분석된다고 전했다.
실제로 중국은 현재 미국에 비해 핵전력은 많이 떨어지고 있다. 미 비정부기구인 군축협회(ACA)에 따르면 2017년 현재 러시아가 7000개, 미국이 6800개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지만, 중국은 270개를 보유 중이다. 북한은 약 15개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중국은 물량과 규모 면에서 미국과 러시아에 뒤지고 있기 때문에 정밀화, 소형화 등 타격 능력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중국군은 2014년부터 2017년 12월 사이 모두 200여회 핵무기 모의실험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같은 기간 미국의 5배에 해당한다고 알려졌다. 해방군보는 2018년 1월 30일자 사설을 통해 “역내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미국이 핵 능력을 계속 강화함에 따라 핵 억지력을 향상하고, 핵 보복 능력을 키우기 위해 중국군의 핵탄두 보유 규모를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베이징=이우승 특파원 ws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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