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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애의 영화이야기] 새로운 영화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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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1-04 14:00:00 수정 : 2020-01-03 17:4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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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 리얼리즘 영화 ‘자전거 도둑’(감독 비토리오 데시카, 1948) 의 한 장면. 

 

2020년이다. 새해를 맞이해 한때는 새롭다고 평가됐던 영화들을 살펴보며 ‘새로움’에 대해 짧은 이야기를 다시 써볼까 한다. 

 

영화 역사상 새롭다거나 신선하다는 평가는 늘 존재했다. 사실 새로움은 상대적인 개념이다. 기존과 다른 시도들은 늘 등장했기 때문에 새롭다는 평가 역시 늘 등장할 수밖에 없다.  

 

영화적 새로움은 다양한 방면에서 실현될 수 있는데, 스토리 차원에서 처음 보는 소재나 캐릭터, 결말 등이 끊임없이 시도됐고 영상 차원에서도 새로운 영상과 사운드 기법들이 시도됐다.

 

소위 분위기를 타고 새로운 시도들이 적극적으로 시도되는 시기들도 있었다. 이 경우 해당 영화들에게 근사한 명칭들이 붙고는 했는데, ‘네오리얼리즘 영화’, ‘누벨바그 영화’, ‘뉴 저먼 시네마’, ‘뉴 아메리칸 시네마’, ‘시네마 노보’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네오리얼리즘에서 ‘네오’도, 누벨바그에서 ‘누벨’도, ‘시네마 노보’에서 ‘노보’도 모두 새롭다는 의미를 지녔다.

 

어느새 70~80년 전 옛 영화들이 됐지만, 1940년대 이탈리아에서 등장했던 ‘네오리얼리즘 영화’, 1950년대 프랑스에서 등장했던 ‘누벨바그 영화’ 등은 당시에 여러모로 새롭고 젊은 영화들로 평가됐다.  

 

‘무방비 도시’(감독 로베르토 로셀리니, 1945), ‘자전거 도둑’(감독 비토리오 데시카, 1948) 등이 대표작인 네오리얼리즘 영화의 경우, 리얼리즘 영화이지만 무언가 새롭다는 평가를 받았던 건데, 결정적인 이유는 극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다큐멘터리영화를 연상케 하는 스토리의 진행과 영상 때문이었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현실적인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지만, 세트 촬영보다는 현장 로케이션 촬영이 주로 이뤄지다보니, 매우 생생한 느낌을 줬다. 게다가 전쟁으로 인해 어려운 삶을 살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더더욱 리얼했다. 당시 네오리얼리즘 영화들의 로케이션 촬영이나 일반인 주인공 설정 등은 당시 주류 극영화에서는 쉽게 만날 수 없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무방비 도시’나 ‘자전거 도둑’을 요즘 다시 봐도 나름 새롭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새로움은 상대적 개념이기 때문일 것이다. 

 

관광지로서의 이미지가 강한 이탈리아라는 나라에서 1940년대를 살아가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지켜보자면, 현재를 살고 있는 한국 사람으로서 새롭게 느껴진다. 물론 개인 차이는 당연히 있을 것이고.  

 

어제의 새로움은 오늘의 구태가 되기도 하고, 또 시간이 한참 지나 또 다른 새로움이 되기도 한다. 요즘 자주 접하게 되는 ‘뉴트로(New-tro)’는 ‘뉴(New·새로움)’와 ‘레트로(Retro·복고)를 합성한 용어로, 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경향을 일컫는다. 

 

네오리얼리즘 영화는 당시 이탈리아에서 대세 주류 영화로까지 확장되지는 못했고, 10년을 넘기지도 못했다. 그러나 이후 세계 영화계에 끼친 영향은 매우 컸다는 평가를 받는다. 앞서 정리한 새로운 영화들에게 어김없이 영향을 주었다. 일부 영화들의 새로움 추구는 이후 많은 이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오랫동안 영화계 주류를 이루고 있는 장편 극영화들도 그렇고, 소위 실험영화나 대안영상 등도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끊임없는 새로운 시도에 의해 역사는 변화돼 왔다. 

 

2020년 새해에도 영화를 통해 다양한 방면에서 새로운 것들, 낯선 것들을 만나 볼 수 있기를 기대하며.   

 

송영애 서일대학교 연극영화학과 교수 

 

*해당 기사는 외부필진의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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