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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가리고 유튜브 하는 공무원들, 자진신고 가능할까?

입력 : 2020-01-05 09:53:09 수정 : 2020-01-05 09:5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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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직 공무원 A(34)씨는 지난해부터 취미로 게임을 주제로 한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영상을 올리고 있다. 평소 퇴근 후 게임을 즐겨왔다는 그는 시청자와 소통하며 즐겁게 게임을 하는 한 유튜버의 모습을 보고 영상을 찍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A씨가 유튜브를 시작하고 난 뒤 가장 먼저 마련한 것은 다름 아닌 ‘마스크’였다. 취미로 시작해 현재 수익을 내고 있지 않지만 혹시 공무원의 겸직제한 기준에 걸릴까 하는 우려에서다. 그는 “게임방송이라 얼굴을 노출할 일이 거의 없지만 가끔 캠을 켜야 할 때 마스크를 쓰고 방송을 하고 있다”며 “혹여 직장 동료들이 알게 되면 구설수에 오를까 두렵기 때문”이라고 했다.

 

◆ 유튜브 구독자 1000명, 연간 재생시간 4000시간 이상 공무원은 ‘겸직허가’ 필수

 

인사혁신처는 지난해 12월30일 ‘공무원의 인터넷 개인방송 활동 표준지침안’을 마련했다. 지난해 7월 교육부가 교사들의 유튜브 관련 지침을 만들자 다른 행정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유튜브를 해도 되느냐는 문의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공무원은 ‘국가공무원복무규정’에 따라 영리행위와 겸직이 금지되는데, 구독자 수 등 일정 요건을 갖추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유튜브 특성상 겸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이에 따라 공무원 사이에서는 유튜브에 대한 정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표준지침안에 따르면 유튜브, 아프리카TV 등 인터넷 개인방송을 계속하고자 하는 공무원은 품위유지, 비밀누설 금지 등 지켜야 할 기본 의무에 충실해야 하고 담당 업무에 지장이 없도록 해야 한다. 타인의 명예나 권리침해, 비속어 사용, 폭력적·선정적인 내용 등을 담은 콘텐츠가 금지되며 특정 상품 광고를 통해 후원 수익을 받는 행위도 금지된다. 인사혁신처는 “이는 공무원법상 공무원이라면 마땅히 지켜야 하는 의무”라며 “저술, 번역 등 다른 사생활 영역 활동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인터넷 개인방송 활동으로 각 플랫폼이 정하는 수익 창출 요건을 충족하면 ‘겸직’으로 분류해 소속 기관장에게 겸직허가 신청을 해야 한다. 유튜브의 경우 수익창출 요건이 구독자 1000명, 연간 재생시간 4000시간 이상이며 아프리카TV 등은 수익이 최초 발생할 때 겸직을 신청해야 한다. 유튜버가 따로 수익을 포기하더라도 이같은 기준이 되면 무조건 겸직허가 신청을 해야 복무규정에 따라 처벌을 받지 않는다. 겸직허가는 1년 단위로 신청해야 하며 소속 기관장은 콘텐츠 내용, 성격, 제작 및 운영에 드는 시간과 노력 등을 따져 해당 공무원의 겸직을 허가한다.

 

◆ 공무원 사이에선 “사실상 유튜브 하지 말란 얘기”

 

이같은 유튜브 활동 기준을 놓고 공무원 사이에서는 ‘사실상 취미로도 유튜브를 하지 말라는 얘기’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새어나오고 있다. 보수적인 공무원 사회에서 개인이 나서 소속 기관장에게 겸직허가를 받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라는 지적이다. 최근 여행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B(31)씨는 “관련 기사를 보고 공무원은 취미로라도 유튜브를 하지 말라는 얘기로 들렸다”며 “보수적인 공직사회에서 사적인 내용을 담은 유튜브 채널의 허가를 받는다는 것 자체가 힘들고 주위의 지나친 관심을 받을까 우려되기도 한다”고 꼬집었다. 지방직 공무원 C(30)씨도 “유튜브를 하다 보면 구독자 1000명을 넘는 게 그렇게 어려운 기준이 아닌데 유튜브 수익을 포기한다 해도 사실상 겸직허가를 받으라는 소리”라며 “현실에선 기관장이 겸직허가를 안 내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정부가 최근 2개월간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교원 등을 상대로 개인 방송 활동 및 수익 여부에 관한 전수조사를 벌인 결과 중앙부처 공무원은 63개, 지방공무원은 75개, 교원은 1248개의 유튜브 등 인터넷 개인방송 채널을 운영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 대상이 된 전체 공무원 수는 대략 100만명으로 0.14%에 불과한 인원만이 인터넷 개인방송을 하고 있다고 응답한 것이다. 그중 구독자가 3000명이 넘는 채널은 80개에 불과했고 유튜브를 통해 수익을 낸 공무원은 교원 73명, 지방공무원 5명, 국가공무원 2명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최근 유튜버에 대한 관심이 높은 상황에서 몰래 유튜버에 나서는 공무원들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정부 “수익 안 나도 처벌 가능” 전문가 “행정편의주의… 신고제 운영이 현실적”

 

인사혁신처는 정부 각 기관과 ‘공무원 인터넷 개인방송 활동 표준지침안’에 대한 의견조회에 들어갈 예정이다. 인사혁신처의 한 관계자는 “공무원이 유튜브 구독자 1000명 등 수익 기준을 넘겼을 때 계속적으로 유튜브를 할 의사가 있다면 겸직허가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며 “이후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복무규정상 성실 업무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전문가는 공무원이 수익을 원하지 않는데도 겸직금지를 들어 처벌하는 건 행정편의주의에 따른 정책이라고 지적한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는 “유튜브를 하는 공무원이 구독자가 많아도 수익을 원하지 않는다면 이를 신고하고 유튜브를 계속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며 “일반적으로 공무원이 소속 기관장에게 유튜브로 겸직허가를 받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결국 몰래 유튜브를 하는 공무원만 많아질 것”이라며 “사실상 유튜버 단속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만일 이를 위반했을 때 제재를 가하기 위해 만든 지침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사진=세계일보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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