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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면돌파’ 천명한 北…‘3월 위기설’ 현실화되나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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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1-04 06:00:00 수정 : 2020-01-04 16: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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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이 지상에서 발사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정면돌파’. 지난달 말 열린 북한 노동당 당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 결과를 보도한 지난 1일 노동신문 기사의 핵심 단어다. 관련 보도에서 자력부흥은 5회, 자력번영은 4회만 등장했으나, ‘정면돌파’는 23회나 등장할 정도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전원회의에서 밝힌 정면돌파의 핵심은 핵과 미사일 능력 강화다. 김 위원장은 북미 교착상태와 대북 제재의 장기화 국면을 인정하면서 “이제껏 우리 인민이 당한 고통과 억제된 발전의 대가를 깨끗이 다 받아내기 위한 충격적인 실제행동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세상은 곧 멀지 않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보유하게 될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며 미국을 겨냥한 군사적 도발 가능성을 시사했다.

 

북한의 이같은 움직임은 대통령 선거를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정치적 입장을 의식했다는 평가다. 긴장 국면을 조성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의 도발이 미 대선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데다 도발 수위가 높을 경우 거센 ‘후폭풍’에 직면해야 한다는 점에서 회의적인 시각도 제기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1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지도했다고 1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3월 ‘벚꽃 도발’ 가능성 제기

 

전원회의를 마친 북한은 대대적인 선전을 통해 내부결속을 다지면서 ‘정면돌파’ 의지를 재확인하고 있다. 조선중앙TV는 2일 김 위원장의 지난해 백두산 등정 여정을 담은 기록영화를 방영했으며, 노동신문은 3일 “무적의 군사력을 보유하고 강화해야 한다. 어떤 세력이든 우리를 상대로는 감히 무력을 사용할 엄두도 못 내게 만드는 것이 당 국방건설의 중핵적인 구상”이라고 강조했다. 탄도미사일 발사를 비롯한 군사적 도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오는 3월 실시될 예정인 한미 연합훈련은 북한의 의도가 드러날 첫 무대가 될 전망이다. 한미 군 당국은 3월과 8월 한국군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능력 및 연합작전 검증을 위한 연합지휘소훈련(CPX)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거듭 요구해왔으며, 연합훈련을 전후로 군사훈련이나 미사일 발사로 맞대응해왔다. 

 

2017년 3월 키리졸브(KR) 훈련 당시에는 탄도미사일 발사, 백두산 엔진 연소시험, 화력훈련 등을 실시했으며, 지난해 8월 연합지휘소훈련 기간에도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신형 방사포를 쐈다. 2018년에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으나 이는 남북, 북미 정상회담으로 인한 ‘훈풍’의 결과였다. 남북, 북미 관계가 냉각된 상황에서 북한이 과거처럼 군사적 도발을 감행할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정면돌파’를 선언한 상황에서 내부결속을 강화하려면 ‘이벤트’가 필요하다. 도발 가능성이 높아지는 대목이다. 

 

조선중앙TV가 2일 ‘영원히 가리라 백두의 행군길을’ 제목의 새 기록영화를 방영했다. 영화는 백두산을 등정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백두 혈통을 부각하면서 선대부터 이어온 투쟁 정신으로 난관을 헤쳐나가자고 호소했다. 연합뉴스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이 재개되면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초대형 방사포 발사와 더불어 신형 로켓 엔진을 공개할 가능성이 있다. 전원회의에서 언급한 ‘새 전략무기’와 지난달 엔진 연소시험으로 추정되는 ‘중대시험’이 두 차례 진행된 것을 감안하면, 올해 봄까지 기술적 완성도가 어느 정도 확보됐다고 판단되면 ‘중대시험’의 실체를 공개해 미국을 압박하려 할 수도 있다. 

 

국내 연구기관들도 도발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아산정책연구원은 2일 전원회의 분석보고서에서 “1, 2월에는 단거리 미사일 발사로 긴장을 고조시킬 가능성이 높으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는 연합훈련이 재개된 이후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일연구원도 “김일성 주석 생일(4월 15일) 등의 정치행사에서 새 전략무기를 공개하거나 연합훈련에 맞춰 인공위성 발사,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등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 도발이 미국에 영향 미칠지는 미지수

 

북한이 새해 들어 긴장 수위를 끌어올리자 한미 군 당국의 대응도 긴박해지고 있다. 

 

박한기 합참의장은 1일 신년사에서 “북한이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도발을 언제든 감행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적 도발 시에는 자위권 차원에서 단호하게 대응해 현장에서 작전을 승리로 종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크 애스퍼 미 국방부장관도 2일(현지시간) “향후 북한의 행동에 따라 한미 연합훈련 재개를 검토할 것”이라며 “앞으로 수개월 동안 사태 전개를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북한의 도발이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기조에 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불확실하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해 2017년과 같은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고조될 위험도 있다.

 

북한은 자신들의 대외적 입지를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세계가 북한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올해 재선 행보에 집중할 전망이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하지만 미국 내에서 북한 문제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달 아이오와주 코커스를 시작으로 재선 켐페인에 돌입한다. 주요 정치적 일정은 유세 등 선거 활동 위주로 구성된다. 

 

미 대선에서 외교안보분야는 비중이 낮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핵실험과 ICBM 발사를 재개하지 않는 한 재선 활동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뚜렷한 성과 없이 북미 정상회담을 하면 민주당 후보에게 공격을 받을 위험이 있으므로 현재 상태를 유지하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지난달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대선 후보 간 외교 안보 토론에서 북한 문제는 최우선 현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 문제는 러시아, 중국뿐 아니라 이란보다도 우선순위에서 뒤지며, 한반도에 무력 충돌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북한 비핵화 문제가 미 대선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적 셈법을 바꾸기 위해 레드라인(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서는 행동을 할 경우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이 발사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북한이 일본 열도를 넘어 북태평양을 겨냥해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하거나 ICBM을 쏜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력시위를 넘어서서 정밀타격 등 제한적인 무력사용을 포함한 강경책으로 지지층 결집을 시도한다면 2017년 ‘화염과 분노’와 같은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 미국은 이란 혁명수비대 정예부대 쿠드스군의 거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3일(현지시간)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공습해 사망케 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이슬람국가(IS) 수장인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를 사살했다.

 

북한이 맞대응에 나서면 갈등과 긴장 국면이 확대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게 될 경우 9.19 남북 군사합의에 기반해 유지되고 있는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완화는 깨지고, 휴전선 일대에서 무력충돌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

 

반면 북한이 향후 1년간의 정세 불확실성을 감안,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여부를 지켜보면서 정치적 여유를 확보하려 한다면 위기 국면이 크게 확대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전원회의 이후 북한의 의도는 오는 3월 한미 연합훈련을 앞두고 1차적으로 드러날 것으로 보여 북한의 전략과 행동에 관심이 집중된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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