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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히, 오래 일했으면”… ‘노회찬 버스’ 승객들의 새해소망

입력 : 2020-01-01 15:44:04 수정 : 2020-01-01 15:4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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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기자, 6411번 버스 첫차 동행취재

 

경자년(庚子年) 새해 첫날인 1일 오전 4시.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서울 구로동 차고지에서 6411번 버스 첫차가 출발했다. 고(故)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2012년 10월 진보정의당 대표 수락 연설로 유명해진 6411번 버스는 지하철이 다니지 않는 새벽시간대 강남으로 향하는 청소노동자들의 유일한 이동수단이다.

 

6411번 버스 첫차 승객들은 어떤 새해 소망을 갖고 있을까. 세계일보는 이날 6411번 버스 첫차에서 이들을 만나 직접 들어봤다. 대부분이 60, 70대인 이 버스 첫차 승객들은 새해 소망을 묻자 멋쩍은 듯 웃으면서도 담담하게 속내를 털어놨다. ‘아프지 않고, 오래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대답이 주를 이뤘다.

 

 

이날 첫차에 처음으로 탑승한 승객은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버스엔 승객이 가득 찼다. 정명호(55)씨는 “몸이 안 아프고 건강하고, 경기가 좀 풀렸으면 좋겠고, 취업하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첫차를 타고 퇴근한다는 서모(77·여)씨는 “몸이 안 아프고 건강하게 오래 오래 일할 수 있으면 한다”고 했다. 서영숙(75·여)씨는 “지금 하는 일이라도 오래 했으면 좋겠다”면서 “부자, 가난 이런 거 없이 평등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승객들은 서로 알아보고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환경미화원 이기술(66)씨 역시 “새해엔 건강하고, 일을 잘 다닐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에게 바라는 점이 있느냔 질문에 이씨는 “잘 사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고만 답했다. 이날 버스엔 20대 청년들도 있었다. 조우상(28)씨는 “열심히 일한 사람이 보상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승객들 사이에선 “집값이 오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서로 싸우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라가 조금 조용해졌으면 좋겠다”, “월급이 올랐으면 좋겠다”는 답변이 나왔다. 이날 운행에 앞서 이야기를 나눈 버스 기사 권용섭씨는 새해 소망이 “안전 운전”이라고 했다. 그는 18년 동안 버스를 몰았다고 한다.

 

고 노 의원은 “6411번 버스는 매일 새벽 같은 시각, 같은 정류소에서 같은 사람이 탄다, 누가 어느 정류소에서 타고 어디서 내릴지 모두가 알고 있는 매우 특이한 버스”라면서 “이 분들은 이름이 있지만 그 이름으로 불리지 않는다, 그냥 아주머니, 미화원일 뿐”이라며 이들의 삶을 보듬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영상=이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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