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농산물의 수출이 늘고 있다. 올해 1∼11월 신선·가공 농식품 수출액은 64억900만달러(약 7조4400억원). 지난해 같은 기간(63억6080만달러)보다 0.8% 늘었다. 이는 반도체와 석유제품, 디스플레이 등 주력 수출품목 부진으로 올 1∼11월 국가 전체 수출액이 전년 동기보다 10.8% 감소한 4967억달러에 그친 것과 대비된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연초 농식품 수출촉진계획을 수립·추진하고 수출비상점검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는 등 수출 증진에 총력을 기울인 것도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올 한 해 K푸드에 기여한 농산물과 국가·지역별 수출 실적을 살펴봤다.
◆신선농산물 수출, 인삼·김치가 끌고 과일·채소가 밀고
올해 농식품 수출 증진은 인삼과 김치, 과일, 채소 등 신선농산물이 주도했다. 지난해 1∼11월보다 7%(6960만달러) 증가한 12억3380만달러(약 1조4320억원)를 기록했다.
전통의 수출 효자 품목인 인삼은 중국과 아세안 등에서 홍삼 수요가 증가하면서 전년 동기보다 9% 증가한 1억8480만달러를 돌파했다. 드럭스토어 등 일본 내 신규 매장 입점이 늘어나고 베트남에서 건강식품으로 인기를 끈 것도 수출 증가의 한 요인이었다.
김치 역시 선진국 중심으로 발효식품에 대한 수요가 확산하고 미국과 홍콩 등 수출 주력시장에서 현지유통매장이 늘어나면서 지난달까지 9640만달러(전년 동기 대비 7% 증가)를 기록했다. 연말에는 1억달러 달성이 유력하다.

올해는 과일과 채소의 수출 증가가 두드러졌다. 올 1∼11월 과실류 수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10.9% 증가한 3억660만달러를, 채소류는 15.8% 증가한 1억6060만달러를 기록했다. 당도는 높고 식감은 부드러운 한국산 딸기는 홍콩과 싱가포르, 태국 등에서, 포도는 샤인머스캣 등 프리미엄 품종으로 홍콩과 베트남 등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농식품부는 이들 신선농산물 재배농가가 꾸준히 품종과 품질을 개선하고 품목별 통합조직이 확대, 활성화한 게 수출 증가의 가장 큰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파프리카와 버섯, 딸기에 이어 올해는 포도와 절화류(장미와 백합, 카네이션처럼 꽃과 꽃대를 함께 잘라내는 화훼류) 관련 통합조직이 생겨났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통합조직에 참여한 수출 업체·농가는 파프리카의 경우 지난해 374호에서 올해 417호로, 딸기의 경우 460호에서 479호로, 버섯은 130호에서 178호로 늘었다”고 전했다. 생산 농산물의 3분의 2 이상을 수출하는 이들 조직은 공동 정산과 기금 적립, 연구개발(R&D) 등으로 전반적인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수출용 농산물의 국내외 인프라가 강화한 것도 수출 증대의 한 요인이다. 농집(NongZip) 시스템(정보통신·모바일 기술을 활용해 수출 농가의 생산부터 수출까지 전 과정의 재배 및 안전성 이력 정보를 집적화한 일종의 온라인 영농일지)을 활용하는 농가가 지난해 4896호에서 올해 5512호로 증가하는 등 수출 인프라 통합 플랫폼 활성화로 우리 농산물의 품질 및 안전성이 크게 향상됐다.
해외 유통망도 강화됐다. 신선농산물 해외 전용매장인 K프레시존은 늘었고 냉장·냉동 콜드체인 지원은 강화됐다. aT 관계자는 “K프레시존이 지난해 3개국, 18개 매장에서 올해 주요 소비처인 신남방지역을 중심으로 6개국 46개 매장으로 늘었고, 올해 베트남 냉장·냉동 콜드체인에 대한 지원을 새로 시행하는 등 해외 공동물류에 대한 지원을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농산물 수출 시장 다변화 기틀 마련한 2019년
국가(지역)별로는 일본, 미국, 아세안 등에 대한 수출은 전년보다 증가한 반면 중국과 이슬람국가(OIC), 유럽연합(EU) 등은 줄었다.
올해 일본의 무역규제 등 한·일 관계 악화에도 대일 수출은 올 1∼11월 13억1630만달러로 지난해 동기(12억2430만달러)보다 7.5% 늘었다. 토마토(9% 증가)와 라면(6%), 인삼(2%) 등이 수출 호조를 보였다. 미국은 김치(65%)와 버섯(12%), 라면(7%) 등의 수출 증가로 지난달까지 7억9300만달러를, 아세안은 닭고기(69%), 조제분유(19%), 라면(5%)의 수출이 늘어나 전년보다 3.8% 증가한 12억4220만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농산물 수출에서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시장의 다변화이다. 정부는 말레이시아와 캄보디아, 인도, 미얀마, 몽골, 폴란드 등 수출시장 다변화를 위한 최우선 전략국에 시장개척요원을 파견해 신흥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신남방지역에서는 수출 거점 지역도 크게 늘었다. 말레이시아 K프레시존에는 양배추와 애호박, 딸기 등 30개 품목이 새로 입점했고 태국 방콕과 베트남 호찌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등 거점 도시에선 K푸드 관련 로드쇼와 상담회, 품평회 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중국 등 중화권과 아랍에미리트(UAE) 등 이슬람권, EU 등에선 수출이 감소했다. aT 관계자는 “중화권의 경우 인삼 등 신선농산물의 강세에도 맥주 등 가공농산물의 부진으로 전년 동기보다 2.1% 감소한 16억480만달러에 그쳤다”고 말했다. 지난해 1∼11월 전체 농식품 수출시장의 12%를 차지했던 이슬람권의 경우 올해 6억3000만달러 수출로 전체의 9.8% 수준으로 다소 줄었다.
정부는 러시아와 몽골 등 신북방지역 농식품 수출 활성화를 위한 기반 강화에도 적극 나선다. 신북방지역에서 올 1∼11월 농식품 수출액은 2억49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4.5% 감소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난 7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지사 신설과 시장개척요원의 몽골 파견 등 북방경제협력위원회, 한·중앙아시아협력포럼 등 유관기관 협업을 통한 신북방 시장 개척을 위한 로드맵을 마련했다”며 “내년 신선농산물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공동기획: 세계일보·농림축산식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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