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고의 일상의 말들을 고르자면 아마 영화 ‘기생충’의 이 대사가 아닐까 한다.
“넌 계획이 다 있었구나”
연말을 맞아 각종 송년모임이니 한해를 마무리하는 모습이 보인다. 오랫동안 글쓰기 수업을 이끌어 오고 있는 나 역시 한해를 마무리하며 각종 강좌에서 크고 작은 송년모임을 가졌다. 그 중 한 송년모임에서 나왔던 올해 참가자의 말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전 계획이 없어요. 그냥 되는대로 그때그때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살아요.”
봄 즈음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글쓰기 수업에 참석했던 분이셨다. 늦가을 어느 날 카카오톡을 통해 책을 출간했다는 소식을 전했고, 이어 간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서 소식을 주고 받고 있었다. 짧은 수강기간이었지만 자신의 책 쓰기에 많은 도움을 받았고, 꼭 한번 만나고 싶다는 말을 전해왔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한국인이라면 한번쯤 하는 ‘밥 한번 먹자’의 또 다른 버전이라고 여겼다.
온라인을 통해 1년간 글을 써온 수업의 얼마 전 오프라인 송년모임에 그녀가 찾아왔다. 부산에서 송년모임을 위해 서울까지 올라왔고, 나는 다른 참석자를 위해 즉석에서 몇마디 이야기해줄 것을 권했다. 많이 쑥스러워 했던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조용하지만 임팩트 있게 남겼다.(안 시켰으면 큰일 날 뻔했다)
난 새해 계획을 잘 세우지 않는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새해 계획을 거창하게 세운다고 해서 그것을 잘 실행할 자신도, 능력도 없음을 진작 알았기에 그런 계획 자체를 세우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 더 올바른 표현일 듯 싶다. 단지, 굳이, 내가 세우는 계획을 꼽으라면 하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하루 10분 글쓰기’ ’하루 30분 독서 하고 기록 남기기’ ’일주일에 하루는 푹 쉬기’
지금 이 순간 내가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실현 가능한 것들을 심는, 이런 계획 같지도 않은 계획을 세운다.
거창한 새해 계획으로 이번 한주 시끌시끌할 것이다. 1얼1일을 기점으로 1년 동안 글쓰기, 100권 이상 책읽기, 살빼기 등등 엄청나고 대단한 계획을 시작하겠다는 ‘으리뻑적지근’한 포부와 다짐으로 무장할 것이다. 좋다. 그런 계획을 탓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안 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
살짝 이런 생각도 해본다. 그런 엄청난 계획 대신 그냥 쉽고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작고 소소한 계획으로 ‘지금 당장’ 오늘부터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글쓰기라면 하루 10분 무작정 쓰기, 책읽기라면 하루 10페이지 읽기, 살빼기라면 하루 채소 3가지 이상 먹기 등으로 말이다.
며칠 먼저 한다고 해서 지구가 무너지는 것도 아니고, 그 계획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그냥 어제처럼, 오늘처럼, 그제처럼 평범한 일상의 순간에 내 소소하지만 작은 계획을 하나하나 심어놓는 것이다. 고액의 다이어리를 사지 않아도 습관을 ‘성형’해준다는 애플리케이션을 깔지 않아도 된다.
“미래의 목적과 계획보다 지금 이 순간 하고 싶은 일, 해야 할 일에 열중하라. ‘지금’에 충실해야 ‘다음’이 있다.
-아리스토텔레스

이윤영 작가, 콘텐츠 디렉터 blog.naver.com/rosa0509, bruch.co.kr/@rosa0509
*’한량작가’가 들려주는 일상의 말들은 일상에서 보고 듣고 느낀 말들을 전합니다. 이 작가는 방송과 영화, 책 등 다양한 대중 콘텐츠를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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