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단하지 않는 힘/대니엘 스탤더/정지인/동녘/1만9800원
생각해보자. 당신 차를 바짝 뒤쫓는 차가 있다. 내가 특별히 느린 것도 아닌데 자꾸 붙는 모양새가 불편하다. 나한테 시비를 거는 걸까, 아니면 이상한 사람인가. 점점 화가 난다. 만약 이런 행동을 내가 했다면? 급한 일정에 맞추려고 최대한 조심히 운전하는 모습일지도 모른다. 차 안에 환자가 있어 집이나 병원에 가는 길이었을 수도 있다.
우리는 어떤 행동을 보고 그가 처한 상황보다는 사람 자체의 성격에서 원인을 찾는 경향이 있다. 그렇지만 자신의 행동을 설명할 때는 지나칠 정도로 상황과 맥락을 헤아린다. 사람의 행동에는 구조적 여건, 절박한 상황, 집단의 규범, 판단 착오 등 원인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원인 요소들을 무시하고 성격이나 동기 등 행위자의 내적 특성 탓으로만 돌리는 오류가 있다. 이를 ‘기본적 귀인 오류(fundamental attribution error)’라고 한다.
‘판단하지 않는 힘’은 수없이 후회해도 다시 빠지고 마는 편견과 착각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 꼭 알아야 할 기본적 귀인 오류를 얘기하고 있다. 나한테 너그럽고 남에게 엄격한 사람을 위한 심리학을 다루고 있다. 미국 위스콘신대 심리학 교수로 사람들 사이의 갈등 문제를 연구해온 저자는 개인적 에피소드부터 널리 알려진 사회적·정치적 사례, 유명한 심리학 연구들의 팩트체크까지 아우른다. 나아가 기본적 귀인 오류로만 답하기 어려운 ‘내로남불’ 현상, 개인의 책임, 편향의 장점 등 현실 속 애매한 문제들도 다룬다.
저자에 따르면 오해와 편향에는 장점도 있다. 플라세보 효과는 건강을 되찾아줄 수 있으며, 교사의 기대는 학생의 더 높은 성적을 끌어내기도 한다. 자신의 세계관이나 정치관에 절대적 확신이 있는 사람은 공포와 불안을 덜 느끼며, 타인의 결점을 알아차리지 못할 때 행복한 관계가 좀 더 유지되기도 한다. 실제로 자신과 세계를 지나치게 정확히 보는 사람들은 경미한 우울증에 빠질 위험이 있는데, 이를 ‘우울성 현실주의’라고 부른다.
박태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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