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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수 금융결제원장 “오픈뱅킹으로 금융상품 판매시대… 파이낸스로 진화할 것” [세계초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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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12-24 18:57:54 수정 : 2019-12-24 21:4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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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제 안정성·보안성 오픈뱅킹 핵심요소 / 적합성 통과한 사업자에 오픈뱅킹 제공 / 이상거래 탐지시스템 통해 실시간 감시 부당 인출하면 즉시 거래정지·수사 의뢰 / 은행간 돈 이체 금융결제원 통해 이뤄져 / 공인증서 등 증명 시스템 우리가 개발 / 블록체인 등 신기술 이용한 서비스 발굴 / 금융정보 인프라 선도적 운영 도모 박차
김학수 금융결제원장이 23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사무실에서 오픈뱅킹 서비스 등으로 인해 바뀔 금융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지금까지 금융상품 판매와 제조가 한 회사에서 이뤄졌다면, 판매망이 분리될 수 있는 것이 오픈뱅킹(공동결제 시스템)입니다. 바야흐로 금융상품 판매의 시대가 열릴 겁니다.”

23일 서울 강남구 금융결제원 사무실에서 만난 김학수 금융결제원장은 “오픈뱅킹은 앞으로 오픈 파이낸스(금융)로 진화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최근 금융권은 핀테크(금융+기술)의 물결과 함께 큰 변화를 맞았다. 송금, 저축, 대출, 투자 등을 스마트폰을 이용해 터치 몇 번으로 해결하면서 금융서비스의 시·공간적 한계가 사라지고 있다. 지난 18일부터 전면 실시된 오픈뱅킹은 이런 변화의 속도에 불을 붙였다.

오픈뱅킹은 하나의 은행 또는 핀테크업체의 앱으로 국내 모든 은행의 결제망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A은행에서 B은행 계좌의 잔액과 거래내용 등을 조회하고 입·출금도 할 수 있다. 특히 업체 간 개별계약으로 오픈뱅킹이 운영되는 외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지급결제 전문기관인 금융결제원이 이용기관과 제공기관을 중계해 전체 참가은행을 연결하고 있다.

김 원장은 “금융이 핀테크를 만나며 은행권에서만 사용했던 서비스가 간편결제, ○○페이 등으로 많이 변화하고 있다”며 “금융결제원이 중심이 돼서 그런 서비스를 최종 소비자에게 싼 가격으로 제공할 수 있고 정보를 한곳에 모이게 해 더 나은 선택지를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김 원장과의 일문일답.

김학수 금융결제원장이 23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사무실에서 오픈뱅킹 서비스 등으로 인해 바뀔 금융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오픈뱅킹을 통해 어떤 가능성이 있나.

“오픈뱅킹서비스가 본격 실시되면서 금융시장의 모든 플레이어에게는 상당한 기회 요인이 될 것이다. 플랫폼을 선점해 다수 고객을 확보한 핀테크 기업과 기존 금융 고객을 보유한 금융회사와의 경쟁, 나아가 기존 금융회사 간에도 지급결제 시장의 주도권을 두고 경쟁이 가속화될 것이다. 소비자로서는 핀테크업체를 통해서도 은행의 서비스를 이용하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종전에는 금융상품 판매와 제조가 한 회사에서 이뤄졌는데 판매망이 분리될 수 있는 것이 오픈뱅킹이다. 어떤 금융상품을 선택했는지 한곳에서 보고 선택을 확대할 수 있고, 그것을 통해 새로운 상품이 생겨날 수 있다.”

―개방성 차원에서는 좋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다른 업체의 무임승차라고 볼 수도 있는데.

“핀테크 업체들이 은행과 거래할 때 수수료가 있었는데 오픈뱅킹을 통해서 낮췄다. 그 수수료에는 은행이 하는 서비스비용뿐 아니라 금융결제원의 서비스 이용 비용도 포함돼 있다. 핀테크업체가 은행이 깔아놓은 망을 이용해 투자비용을 절감한 건 맞다. 은행이 핀테크를 배려한 것이다. 논란이 있었지만 은행이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서 크게 양보했다.”

―서비스 안전성과 보안이 오픈뱅킹 성패의 관건으로 꼽히는데 대책은.

“과감한 혁신을 통한 편의성 증대도 중요하지만, 결제의 안정성과 보안성 강화는 오픈뱅킹을 통한 금융혁신이 지속되기 위한 핵심요소이다. 이용기관이 보유한 보안관리체계를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핀테크 앱이나 웹사이트 등에 대한 보안 취약점 분석 및 평가를 한 뒤 보안적합성을 검증받은 사업자 및 서비스에 한해 오픈뱅킹을 제공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또 고도화된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을 통해 실시간 거래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이상거래 탐지 시 결과값을 자동전송해 이용기관이 신속히 확인, 조치하도록 하고 있다. 오픈뱅킹 시스템에서 부당인출 상황을 인지하는 즉시 해당 기업의 거래중지 조치를 취함과 동시에 경찰서 등 수사 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고, 피해가 발생한 은행의 협조하에 피해액 산정 후 보험 청구 및 고객 보상을 진행하게 된다.”

―신용정보법이 개정되면 마이데이터 산업(본인신용정보관리업)이 도입될 예정이다. 금융결제원은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는가.

“오픈뱅킹은 마이데이터를 만나 오픈파이낸스로 진화할 것이다. 오픈뱅킹 자체는 계좌 조회 정도 하는 것인데 자신이 가진 계좌 정보로 다른 사람과의 수익률 비교, 신용정보와 결합한 상품 추천 서비스 등으로 진화할 수 있다.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통해 전 금융회사에 흩어진 신용정보를 일괄 조회하고 통합적으로 분석할 수 있게 되면 앱 하나로 업권을 넘나드는 실질적인 자산관리가 가능해진다. 업권을 넘나들며 자산을 옮기고 통합하려면 해당상품들을 금융회사 간 유통하고 중계하는 플랫폼이 필요한데, 바로 금융결제원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다.”

―금융결제원 역할이 무엇인지 모르는 이가 많다.

“일반인들은 A은행에서 B은행으로 돈을 이체할 때 그냥 돈이 넘어가는 걸로만 생각한다. 사실 A은행에서 B은행으로 갈 때 금융결제원이 운영하는 결제망을 통해서 간다. 은행 간 돈이 결제되는 것은 금융결제원을 통해서 이뤄진다. 공인인증서 등 온라인에서 자기임을 증명하는 시스템도 우리가 설계해 운영하고 있다. 개인들도 알게 모르게 금융결제원 서비스를 늘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결제원 없이 바로 은행끼리 연결되면 더 간단하지 않은지.

“모든 돈을 은행끼리 주고받을 때 은행들이 그 엄청난 거래를 감당하지 못한다. 중간에 저희 같은 기관이 끼어서 주고받은 모든 거래를 매일 모아서 한 번에 계산해 준다. 결제시스템이 효율적으로 돌아가게 하는 게 우리의 기본 역할이다.”

―금융위원회와 협력할 부분이 많아 보이는데 금융위의 혁신 의지는 어떤지.

“금융위가 금융혁신국을 만든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 규제샌드박스 같은 것을 통해서 새로운 혁신적인 서비스가 많이 제공되고 있다. 강한 의지가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다른 기관보다 금융위와 일할 때 오히려 얘기가 잘 통한다고 말하는 핀테크 업체들이 많다. 금융위 혁신 의지는 어느 기관보다 강하다고 생각한다.”

―금융결제원이 보유한 방대한 금융결제 데이터 활용계획이나 성과물은.

“은행 간 거래를 체결하다 보니 금융거래와 관련한 빅데이터를 가지고 있다. 개인정보라서 함부로 이용할 수 없지만 일부 이용가능한 게 있다. 예를 들어 CD/ATM(자동화기기) 이용도가 어느 지역이 높은지에 대한 자료다. 금융결제 데이터를 공동활용하고 개방해 금융회사들이 데이터 기반의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금융사기 의심거래 정보도 제공할 예정이다.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금융실명법과 관련해 논란이 있을 수 있는 부분은 예외를 인정받아서 제한된 범위 내에서 보이스피싱과 같은 사기의심거래가 있으면 은행에 알려주는 식이다. 빅데이터를 이용해 패턴 등을 분석하면 보이스피싱 징후를 미리 포착할 수 있다. 금융결제 관련 데이터를 활용해 기업 신용평가, 여신심사, 부도예측 등에 유용한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고 성공사례를 만들수 있도록 데이터 플래그십 지원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최근 아시아개발은행(ADB)에 직원을 처음 파견했는데 해외 진출 계획은.

“개도국에는 계좌 없는 사람이 많다. 계좌가 없다 보니 핀테크 앱을 통해 스마트폰으로 자금을 바로 이체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 캄보디아 지급결제 시스템을 저희 기술로 만들어줬다. 캄보디아 중앙은행의 핵심 정책목표인 핀테크를 활용한 금융혁신 등을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추가사업 발굴도 협의 중이다. 라오스와는 한·아세안 정상회담의 신남방 디지털 공적개발원조(ODA)의 일환으로 ‘공과금 등 통합자금수납시스템 구축’ 사업을 협의 중이다. 신남방지역 외에도 아르메니아, 스리랑카, 우즈베키스탄 등 여타 지역의 국가를 대상으로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ADB,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와의 협력사업 발굴을 통해 저개발 국가의 금융인프라 개선 등 해외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개인 간 금융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블록체인 기술이 앞으로 금융결제원에 큰 도전이 되지 않을까.

“맞다. 우리의 가장 큰 리스크(위험)는 가상화폐다. 기관 간 이체가 아니라 P2P(개인 간 거래)로 하다 보니 결제시스템이 필요 없다. 그런 게 활성화되면 우리의 존립 기반이 없어진다. 우리도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결제사업은 기본이고 블록체인과 관련해 연구하고 있다. 또 디지털 ID(신분확인)와 관련해 금융결제원이 국내에서 가장 많은 기술과 시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걸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가 앞으로도 계속 필요할 것이다.”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금융결제원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는.

“각종 금융인프라를 구축·운영하는 금융결제원은 새로운 제도의 최전선에 서 있다. 금융변화의 시대에 필요한 중추적인 역할을 해나갈 수 있도록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 나가겠다. 기존 핵심업무를 지속적·안정적으로 추진하고, 빅데이터·블록체인 등 신기술을 이용한 금융회사 공동서비스 모델을 적극 발굴하는 한편, 금융정보 인프라의 선도적 운영을 도모할 생각이다.”

대담=박희준 경제부장, 정리=백소용 기자

 

김학수 금융결제원장은…  △1965년 경기 군포 출생 △경복고 △서울대 경제학과 △서울대 행정대학원 △행정고시 34회 △재정경제부 의사총괄과장 △기획재정부 자금시장과장·산업금융과장 △금융위원회 산업금융과장·자본시장과장·자본시장국장·금융서비스국장·기획조정관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금융결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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