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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명하게 구성한 탄탄한 기본기 눈길” [신춘문예-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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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1-01 05:00:00 수정 : 2019-12-31 21: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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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 김화영·전경린

 

김화영 문학평론가(왼쪽), 전경린 소설가.

본심에 올라온 11편 중 ‘터널, 왈라의 노래’ ‘평범한 결정’ ‘먼 아리랑’을 마지막까지 살펴보았다.

후보작 중 제목에 ‘터널’이 들어간 소설이 두 작품, 아버지의 가족 폭력을 소재로 한 것이 세 작품이나 겹쳤다. 가부장적이었던 아버지가 희화화되기도 하고 불쌍한 연민의 대상으로 전락하기도 하더니, 이번에는 가정 폭력의 정도를 넘어 살인자로, 사회의 쓰레기로, 죽어서는 장기를 척출한 속 빈 껍데기로 등장했다.

‘터널, 왈라의 노래’는 갇힌 터널과 아버지의 폭력이 합쳐져 극단까지 간 작품이다. 이야기의 수위와 사건의 강도가 높은 데 비해 느슨하고 덤덤한 표현력과 소설을 간명하게 구성한 탄탄한 기본기에 신뢰가 갔다.

‘평범한 결정’은 좀 오래된 연인의 동거생활에 쌓여가는 먼지와 권태와 미세한 불안과 동요의 물결을 청소기를 매개로 섬세하게 그렸다. 소소한 디테일을 쌓아 기억할 거리 없이 쌓여가는 동거생활의 세부를 맑게 드러낸 점을 주목했지만 소설적 결말을 도출하지 못하고 끝나 아쉬웠다.

‘먼 아리랑’은 표현과 구성에서 아직 서툴고 미숙한 부분이 눈에 띄었지만 오래된 소재를 새로운 세대의 캐릭터와 접목시켜 도식을 벗어나며 사회적 과제를 계승한 내용이어서 소중했다. 이 소설의 뛰어난 점은 최대한 힘을 뺀 채로 사회적 책임감을 안은 예술적 유희 정신이라고 말하고 싶다.

소설 쓰는 기량은 출중하지만 의미를 묻게 되는 작품과 아직 서툴지만 의미 있는 이야기를 생산하려고 노력한 작품, 또 평범을 지향하는 요즘 소설의 경향성이 담긴 소소하고 가벼운 작품을 두고 두 심사위원이 논의한 끝에 소설적 완성도가 가장 높은 ‘터널, 왈라의 노래’를 당선작으로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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