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에 귀천은 없다. 모두 역할이 있다. 그래서 ‘서경’은 직업을 일러 “하늘의 일을 사람이 대신하는 것이다(天工人其代之)”라고 했다. 조선 ‘태조실록’에도 이 말을 인용하면서 “천하의 일은 부지런하면 다스려지고, 부지런하지 않으면 없어지나니 이는 세상의 이치니라(天下之事 勤則治 不勤則廢 必然之理也)”고 했다. 자신이 하는 일을 하늘이 맡긴 천직으로 알고 열과 성을 다해 임하라는 권면이다.
한데 청년실업이 걱정이다. 직업세계에 입문도 못한 채 세상의 쓴맛을 보고 있는 것이다. 잠재된 재능을 깨우기 위해서는 어떤 일을 시도하거나 직업은 가져야 하는 것을! ‘설원’에 “젊었을 때 노년을 생각하라. 나이가 비록 어릴지라도 염려는 일찍 서둘러야 한다(長必念老 年雖幼少 慮之必早)”고 권면하고 있음은 다 이유가 있다.
한 취업포털에 따르면 청년층을 비롯해 구직자들은 기해년을 대표하는 사자성어로 걱정이 많아 잠을 이루지 못했다는 뜻의 ‘전전반측(輾轉反側)’을 가장 많이 꼽은 것으로 조사됐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밤잠을 설치고 있는 안타까움이 배어 있다.
‘청년 고용절벽’ 해소를 위해 정부와 정치권이 앞장서는 특단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와 함께 눈높이를 낮춰 취업하려는 청년들의 의지 또한 요청된다. 공자의 충고는 이어진다. “일할 자리가 없음을 걱정하지 말고 자기의 자격을 근심하며, 나를 알아주지 않음을 걱정하지 말고 알려질 만한 일을 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하라(不患無位 患所以立 不患莫己知 求爲可知也).”
청년들은 그래도 먼저 준비를 해야 한다. ‘역경’은 “군자는 준비를 단단히 하고 일을 시작한다(君子 以作事謀始)”고 가르치고 있다. 물론 너무 급하게 서두를 일도 아니다. “오래 움츠려 있던 새가 반드시 높이 날고 먼저 핀 꽃은 홀로 쉬 진다(伏久者飛必高 開先者謝獨早)”고 채근담은 경책하고 있지 않은가.
업종에 따라 일의 쉽고 어려움, 소득의 많고 적음, 바쁘고 여유로움 등의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직업 자체는 고귀한 것이다. 사람이 자신의 발전과 가족을 위하고, 궁극적으로 사회공동체에 기여하는 일에 몰입해 있는 모습처럼 아름다운 풍경이 어디 또 있을까 싶다.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원장
輾 돌아누울 전, 轉 구를 전, 反 돌이킬 반, 側 곁 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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