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 정부가 영토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이 방러한 시점에 쿠릴열도의 영토분쟁 지역에서 보란 듯이 일본 어선 5척을 무더기 나포했다.
18일 NHK 등 일본 매체에 따르면 러시아 극동사할린주 국경경비국은 전날(17일) 러시아 하보마이군도와 시코탄섬에 걸치는 해역에서 홋카이도 네무로시 어업협동조합 소속 어선 5척을 나포해 선원 24명을 쿠나시르섬의 유즈노쿠릴스크항으로 끌고 갔다. 하보마이군도, 시코탄섬, 쿠나시르섬은 러·일 영토분쟁 4개 도서에 포함된다.
홋카이도 어업부 간부는 NHK에 “어선들은 일본과 러시아 정부 간의 협정에 근거한 안전조업의 틀에서 문어잡이를 하고 있었다”며 “어선의 조업일지에 기재된 것과 실제 어획량 사이에 어긋남이 있어 러시아 측이 검사를 위해 연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정례 기자회견에서 “현시점에서 승무원의 건강에 문제는 없다”면서 나포를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러시아 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측 조치는 모테기 외무상의 러시아 방문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모테기 외무상은 답보상태인 평화조약체결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17∼21일 일정으로 러시아를 방문 중이다. 19일(현지 시간)에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부 장관과 회담할 예정이다. 러·일 양국 정부는 지난해 11월 1956년 소련·일본 공동선언에 기초한 평화조약 체결 교섭에 돌입하는 것에 대해 합의했다. 이후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소·일 공동선언을 근거로 영토분쟁 4개 도서 중 하보마이군도와 시코탄섬 귀속을 당연시하는 분위기를 조성하자 러시아 측이 강력히 반발했다. 러시아 측은 “일본 측이 제2차 세계대전의 결과를 인정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4개 도서가 러시아령이 됐음을 인정하라는 주장을 전개하고 있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c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