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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술취한 동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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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12-16 23:52:30 수정 : 2019-12-16 23:5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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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은 인간의 전유물이 아니다. 동물들도 술을 마실 줄 안다. 과일이 너무 익어 과육의 조직이 무너지면 효모가 침투해 탄수화물을 발효시켜 에틸알코올을 만든다. 과일을 먹는 동물들이 종종 알코올을 섭취하는 이유다. 2018년 미국 미네소타주에서는 창문이나 차량에 부딪히는 새들이 목격됐다. 새들은 서리가 일찍 내려 평소보다 빨리 발효된 열매를 먹고 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표적인 동물 술꾼은 사바나 원숭이다. 카리브해 세인트 마틴섬의 사바나 원숭이는 오래전부터 버려진 사탕수수가 알코올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관광지가 된 지금 이들은 애써 사탕수수를 찾아다닐 필요 없이 해변가의 술집을 털거나 선탠 중인 관광객들의 술을 훔쳐먹는다. 그래서 사바나 원숭이를 사냥할 때 술을 미끼로 쓴다. 술주정뱅이 사바나 원숭이들은 다른 원숭이에게 시비를 걸거나 민가로 내려와 난동을 벌이기도 한다. 인간 ‘주폭’과 닮았다. 로버트 더들리 미국 텍사스대 교수는 2010년 ‘인류의 알코올 중독은 과일 먹는 영장류에서 기원했다’는 주장을 펴 화제가 됐다.

술꾼이라면 코끼리도 만만치 않다. 1985년 인도 벵골지방에서는 코끼리 150마리가 밀주공장을 습격해 다량의 술을 마신 사건이 발생했다. 술에 취한 코끼리들이 마을을 습격해 난동을 부리는 바람에 주민 5명이 숨지고 10여명이 부상했다. 건물 7채가 파괴되는 등 재산 피해도 심각했다. 연구 결과 코끼리가 선호하는 알코올 농도는 7%로 밝혀졌는데 이는 과일이 자연발효됐을 때의 도수라고 한다.

최근 독일 튀링겐주 에르푸르트의 시장에서 사람들이 남긴 글뤼바인 와인을 마시고 취한 미국 너구리 라쿤이 발견됐다. 겨울철에 향신료·과일을 넣고 끓여 따뜻하게 마시는 글뤼바인 와인은 알코올 도수가 8% 전후다. 비틀거리며 시장을 활보하던 라쿤은 가정집 앞에서 잠들었다가 소방관들에게 포획돼 동물보호소로 넘겨졌다. 에르푸르트에서는 지난해에도 술취한 고슴도치 2마리가 발견됐다. 동물들은 술의 유해성을 알지 못하고 절제할 줄도 모른다. 인간과 다른 점이다. 연말 송년회 술자리가 많아졌다. 인간은 동물과 달리 절제력이 있는 만큼 과음을 피하고 적절한 음주를 즐길 일이다.

김환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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