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쥴랩스, KT&G 등에서 제조한 일부 액상형 전자담배 제품에서 중증폐질환 유발 의심물질이 미량 검출됐다. 보건당국은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중단 강력 권고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내 유통 중인 액상형 전자담배 153개 제품에 대한 폐질환 주요 의심물질 7종 함유 여부를 분석한 결과를 12일 발표했다.
담배사업법상 담배로 분류된 일반담배 16개와 니코틴을 함유하지만 법상 담배는 아닌 유사담배 137개를 분석했다. 7종은 △대마 성분 중 환각을 일으키는 대마유래성분(THC) △액상에 넣는 오일인 비타민E아세테이트 △가향물질 3종(디아세틸·아세토인·2, 3-펜탄디온) △액상의 기화를 도와주는 용매제 프로필렌글리콜(PG)과 글리세린(VG)이다.
분석 결과 비타민E아세테이트가 13개 제품에서 0.1∼8.4ppm 범위에서 검출됐다. 일반담배인 쥴랩스 ‘쥴 팟 크리스프’와 KT&G ‘시드토박’ 2개 제품에서 각각 0.8ppm, 0.1ppm이 나왔다. 유사담배 11개 제품 중에서는 ‘케이크 헤이즐넛 밀크 토바코’ 검출량이 8.4ppm으로 가장 높았다. 비타민E아세테이트는 전자담배를 통해 흡입하면 오일성분이 폐 내부에 축적돼 급성 지질성 폐렴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식약처는 “미국보다는 매우 적은 양”이라며 “가향물질, 첨가제 등 다른 원료에서 유래됐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액상형 전자담배를 피우고 발생한 중증 폐 손상 환자 대부분이 사용한 것으로 확인된 THC는 모든 제품에서 검출되지 않았다. 한국은 대마 사용이 금지돼 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폐질환 유발 가능 성분인 가향물질 3종이 모두 검출된 제품은 6개였다. 43개 제품에서는 1종 이상이 나왔다. 디아세틸은 E&B ‘시크릿레시피 루왁’ 등 29개 제품에서 0.3∼115ppm, 아세토인은 30개 제품에서 0.8∼840ppm이 나왔다. 2, 3-펜탄디온은 유사담배 9개에서만 0.3∼190.3ppm 수준으로 검출됐다. PG·VG는 모든 제품에서 검출됐다.
두 성분의 합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액상의 55.9∼92%였다. 두 성분의 유해성은 보고되지 않았으나 추가 연구를 통해 인체 유해성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식약처는 지적했다.
보건당국은 지난 10월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중단 강력 권고 조치를 내년 인체 유해성 연구가 마무리될 때까지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어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자는 임의로 비타민E아세테이트를 첨가하지 말고, 제품 수입·판매자는 비타민E아세테이트가 혼입된 액상형 전자담배가 수입·유통되지 않도록 철저히 품질을 관리해 달라고 강조했다.
편의점업계는 유해물질이 검출된 쥴 팟 딜라이트·쥴 팟 크리스프·KT&G 시드토박·KT&G 시드툰드라 4개 제품의 판매를 즉각 중단했다.
자체 분석결과 유해성분이 없다고 밝혔던 쥴랩스, KT&G 등은 예상치 못한 결과에 당혹스러워했다. 이들 업체는 “관련 부처와 소통해 정부 검사 결과를 분석하는 등 사실관계를 재확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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