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국민의 생명 및 안전과 직결된 소방공사 설계도를 무시하는 등 불법 시공이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은 지난 5월부터 지난달까지 도내 공동주택과 주상복합건물 공사 현장의 소방공사 분야를 수사한 결과 불법적으로 하도급을 주고 설계도와 다르게 시공한 대형건설사 7곳과 관련 하도급 업체 9곳 등 모두 16개 업체를 적발했다고 10일 밝혔다.
이 가운데 13개 업체는 검찰에 송치하고 3개 업체는 형사 입건했다. 수사로 드러난 불법행위는 소방공사 불법 하도급(7곳), 소방시설 시공위반(2곳), 미등록 소방공사(6곳), 소방감리업무 위반(1곳) 등이다.
A 건설업체는 소방시설을 직접 시공하지 않고 소방공사업체에 불법적으로 하도급을 주고, 하도급 업체는 다시 소방공사 미등록 업체에 재하도급해 공사를 벌였다.
B 업체는 직접 시공해야 할 소방공사를 자사에서 퇴직한 직원이 운영하는 미등록 소방공사 업체에 맡겼으며, 이 업체는 다시 다른 소방공사업체에 재하도급했다. 이 과정에서 하도급 업체는 자재만 납품하는 것으로 계약했지만, 실제로는 시공과 하자보수까지 책임지는 이면계약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C사의 경우 무선통신 보조설비 시공비가 4120만원인데 3차례의 불법 하도급을 거치면서 애초 시공비의 37% 수준인 1518만원에 최종 시공했다. 무선통신 보조설비는 건축물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 현장 지휘관과 내부에서 진화 활동하는 소방관 사이의 지휘·작전 통신을 위한 장비로, 무전이 취약한 지하층과 지상 30층 이상 건축물의 16층 이상에 설치하는 중요한 소방설비이다. 이런 소방시설을 부실하게 시공할 경우 화재 등 재난이 발생했을 때 대형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도는 설명했다.
D사는 무선통신 보조설비를 소방시설 설계도와 다르게 시공하기도 했다. 이밖에 E 소방공사업체는 스프링클러 배관을 연결하지 않고 소화기 695개와 소방호스 74개를 설치하지 않았다. 심지어 F 소방감리업체는 E업체가 소방시설을 설치하지 않았는데도 관할 소방서에 소방감리결과서를 거짓으로 제출해 완공 필증을 받았다.
소방시설공사업법에 따라 소방시설공사 불법 하도급 행위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과 3개월 이내의 영업정지를 받을 수 있다. 소방공사 시공·감리 위반 행위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과 1개월의 영업정지를, 소방공사 미등록 공사행위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각각 처해진다.
이번 단속에 적발된 대형 건설사는 대한건설협회의 시공능력평가액 6000만원 이상의 1등급 업체다. 도는 공공건축물에 대해서는 소방시설공사 분리발주 의무 조례를 시행하고 있다며 민간 건축공사에 대해서도 소방공사를 별도로 분리발주할 수 있게 관계 법령을 개정해줄 것을 정부에 건의할 예정이다.
수원=김영석 기자 lovek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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