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에 군기문란 사건에 연루, 불명예스럽게 군대를 떠났던 흑인이 끈질긴 법정투쟁으로 60여년 만에 ‘참전용사’ 자격을 되찾았다. 명예회복 직후 세상을 떠난 그는 후배 군인들의 거수경례를 받으며 국립묘지에 묻혔다.
10일 미 육군 그리고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지난 2일 뉴욕 캘버튼 국립묘지에서 예비역 육군 일병 니댐 메이어스의 장례식이 열렸다. 메이어스는 1953년 미 육군의 대표적 정예부대인 82공정사단에 흑인으로는 처음 배속된 유능한 병사였다. 공정사단의 임무는 공중에서 낙하산을 타고 지상으로 뛰어내려 특정 지점에 착륙한 뒤 적과 싸우는 것이다.
메이어스의 장례는 육군 의장대의 시신 운구와 예포 발사 등 경건한 의식 속에 엄숙하게 거행됐다. 의장대는 메이어스의 ‘특별한’ 사연을 잘 알기에 장례 절차 내내 각별히 정성을 기울였다고 한다.
그 특별한 사연은 195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육군 일병이던 메이어스는 부사관들 전용 클럽으로부터 식사 초대를 받고 갔는데 거기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혼돈 속에서 메이어스 말고 다른 병사가 가져온 권총이 식당 바닥에 떨어졌다. 그 충격으로 방아쇠가 당겨지며 총알이 발사돼 군인 한 명이 다쳤다.
NYT 보도에 의하면 실랑이의 배경엔 백인과 흑인 간의 인종차별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헌병대의 조사 과정에서 메이어스는 총을 잡고 있다가 바닥에 떨어뜨린 이가 자신임을 시인했다. 이 일로 그는 1년 동안의 노역형을 선고받았으며 이듬해인 1956년 불명예제대 판정을 받고 군복을 벗었다.
평범한 뉴욕 시민으로 돌아간 메이어스는 대학에 진학해 학사는 물론 석사학위까지 따고 사회운동가로 변신했다. 그는 특히 흑인 청년들에게 마약 투약의 심각성을 알리고 정신건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 매진했다. 결혼도 해 슬하에 세 딸을 뒀다.
2016년 메이어스의 건강이 악화하자 가족은 상의 끝에 60년 전 그가 뒤집어 쓴 ‘불명예제대’의 굴욕을 벗겨주기로 결심했다. 메이어스 측이 선임한 변호사는 “당시 미국 사회에 만연했던 인종차별 분위기 속에 그가 누명을 쓴 것”이라며 “불명예제대를 취소하고 참전용사로서 정당한 예우를 받게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육군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뉴욕주 상원의원이자 민주당의 거물 정치인인 크리스틴 질리브랜드 의원이 ‘지원사격’에 나섰다. 질리브랜드 의원은 정계 입문 전에 유명한 변호사였으며, 특히 군사 문제에 깊은 관심을 보여왔다. 생존해 있던 메이어스의 옛 전우들도 힘을 보탰다.
결국 법정투쟁에 나선지 3년 만인 올해 9월 육군측은 메이어스의 요구를 받아들여 과거 내려진 불명예제대 조치를 취소하고 그를 ‘복권’했다. 평생 짊어져 온 무거운 짐이 갑자기 사라진 데 따른 안도감 때문이었을까, 2개월 뒤인 11월11일 메이어스는 평온함 속에 눈을 감았다. 그날은 마침 미국 ‘재향군인의 날’이었다.
복권 조치로 국립묘지 안장 자격을 얻은 메이어스는 ‘전우들 곁에 묻히고 싶다’던 생전의 꿈을 이뤘다. 장례 절차를 주관한 육군 의장대의 리처드 블런트 병장은 “같은 흑인 입장에서 과거 메이어스 일병이 겪은 일은 공정하지 않았다”며 “이런 훌륭한 선배의 마지막 길을 모시는 데 함께한 것은 엄청난 영예로서 자랑스러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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