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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지침'이라는 정시 40%… 학생들 대입전략 수정 불가피

입력 : 2019-11-29 06:00:00 수정 : 2019-11-28 23: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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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4대2 황금비율’ 근거는 / 단시간 내 급박하게 대책 마련 / ‘의견수렴 부족’ 비판 최소화 / 대학엔 정시 40% 사실상 지침 / 20% 내외 선발 서울대 직격탄 / 논술·외국어·글로벌 전형 폐지 / 수능·학종 둘 다 준비 부담 커져 / 학생부종합전형 개선, 현 중2 대입부터 사실상 무력화 / 교사 재량 큰 ‘세특’ 표준안 보급 / 2020년부터 고교등급제 원천 차단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신고등학교에서 한 학생이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정시 배치표를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정시 4 : 수시 4 : 사회통합전형 2.’

28일 교육부가 발표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에서 나타난 대입 전형 비율 분포다.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이 정시 비중 확대를 ‘깜짝 지시’한 이후 고민을 거듭한 교육부가 내놓은 ‘황금률’로 해석된다.

정부는 서울 주요 대학 16곳의 수능위주전형(정시) 비중을 ‘40% 이상’으로 못 박았다. 내년 법제화를 목표로 하는 사회통합전형(가칭)은 저소득층을 고려한 사회적배려대상자(사배자) 선발 10% 이상을 의무화하고, 지역인재를 위한 지역균형 선발은 수도권 대학을 대상으로 10% 이상 선발을 권고하기로 했다. 논술위주 전형과 어학·글로벌 등 특기자 전형이 폐지되고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서 비교과영역이 사라지면, 사실상 남은 40%는 대다수가 내신성적을 위주로 뽑는 학생부교과전형으로 채워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권고 아닌 지침”… 서울대·고려대 ‘직격타’

정부가 서울 주요 대학 정시 확대 비율로 ‘40%’를 꼽은 배경엔 지난해 2022학년도 대입제도 공론화 결과가 자리한다. 당시 시민참여단 490명이 꼽은 적절한 수능 비율이 39.6%로 집계된 바 있다. 이번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안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이후 짧은 기간 안에 급박하게 도출된 만큼, 지난 공론화 결과를 반영해 ‘의견 수렴 부족’ 비판을 최소화하려는 노림수로 분석된다.

한 입시업체 관계자는 “정·수시 비율 논쟁이 반복되니까 교육부가 ‘반반’을 맞추려고 한 의도가 보이지만, 수시모집에서 뽑지 못해 정시모집에서 선발하는 ‘수시 이월’ 인원을 고려하면 16개 대학 정시비율이 45∼50%까지 오를 수 있다”며 “황금률 논란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의 정시 40%는 ‘권고’지만 사실상 대학에선 ‘지침’으로 받아들여진다. 교육부가 16개 대학에 한해 40% 이상을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참여 조건으로 걸었기 때문이다. 현 중3이 대입을 치르는 2023학년도까지 ‘수능 100% 전형’을 40% 이상 확대하는 계획서를 교육부에 제출해야만 사업에 지원할 수 있는 것이다. 등록금 동결로 재정난을 호소하는 대학으로선 사업 지원을 포기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교육부는 “정시 확대를 유도하기 위해 내년 대학 재정지원사업을 전면 재설계할 것”이라며 대학들을 압박했다.

교육부 권고로 대입 전형에 가장 큰 변화가 생기는 대학은 서울대와 고려대다. 2021학년도 기준 수능위주전형 비율이 각각 21.9%, 18.4%로 40%의 절반 내외라서다. 두 학교는 논술 전형도 운영하고 있지 않아 정시 비율을 높이려면 학종 또는 학생부교과 선발을 대폭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이미 30% 이상 수능위주전형으로 선발하는 대학 9곳은 미세조정으로 조건 충족이 가능해 교육부 개편안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외국어대(38.7%), 건국대(34.4%), 서강대(33.1%), 서울여대(32.5%), 서울시립대(32.3%), 광운대(32.2%), 동국대(31.2%), 숭실대(30.8%), 연세대(30.7%) 등이 해당한다.

◆“수능 영향력↑”… 사배자 평가지표 반영

입시 전문가들은 정시 40% 권고로 대입에서의 수능 영향력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관측했다. 16개 대학의 입시 파급력이 커서 4년제 대학을 목표로 하는 대다수 학생의 대입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고, 학종 비교과영역 폐지로 대학에서 우수 학생 변별이 어려워진 만큼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부활할 수 있어서다.

내신 위주의 학생부교과전형도 학교 간 격차가 큰 만큼, 수능 최저학력기준 부활의 근거가 될 수 있다. 교육부는 “대학에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최대한 완화해 달라고 계속 요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능 영향력이 커지면서 학생들이 수능 준비에 몰두하고 학교생활을 등한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규태 교육부 고등교육실장은 “학생들이 고교 1학년이나 2학년 때부터 수능을 준비할지, 학종을 준비할지 명확하게 정하지 않는다”며 “수능 비중이 약간 높아졌다고 학생들의 수업 태도가 변할 거라고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가 법제화를 예고한 사회통합전형은 대학의 사회적 책무성을 강화하는 취지에서 도입된다. 기존 ‘고른기회전형’과 ‘지역균형선발’을 합친 것으로, 기초생활수급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 사배자 선발은 10% 이상을 의무화하고 지역균형선발은 수도권 대학을 대상으로 10% 이상 ‘학교·학교장 추천’ 선발방식을 권고하기로 했다. 법제화 이전이라도 당장 내년부터 정부 대학지원사업에 평가지표로 반영되므로 대학으로선 따를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동·봉·진 폐지… ‘세특’ 평가 핵심 부상할 듯

 

“이번 조치로 사실상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은 무력화됐다.”

 

28일 교육부가 내놓은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살펴본 입시전문가들은 이같이 입을 모았다.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내 비교과영역이 사실상 폐지되고 자기소개서·교사추천서까지 없어지면 대학이 학종으로 학생을 선발할 이유가 사라진다는 뜻이다.

 

학생부 기재항목 축소는 단계적으로 진행된다. 현 중3∼고1이 대입을 치르는 2022∼2023학년도에 대폭 축소되고, 중2가 영향을 받는 2024학년도 대입에는 대다수가 사라진다. 현 고2 학생들은 2021학년도 대입 계획이 확정된 상태라 영향을 받지 않는다.

 

비교과영역 삭제 1순위로 꼽혔던 ‘자·동·봉·진’(자율·동아리·봉사·진로활동) 중 자율활동을 제외한 나머지 셋은 모두 2024학년도에 폐지된다. 다만 봉사활동 중 학교교육계획에 따라 교사가 지도한 실적은 포함된다. 수상경력과 독서활동도 ‘동·봉·진’과 함께 폐지된다.

 

중간 단계인 2022∼2023학년도에는 기재항목이 크게 줄어 자율동아리는 연간 1개, 30자 분량만 기재 가능하고, 소논문 기재가 전면 금지된다. 수상경력은 기존엔 모든 실적을 써넣었지만, 이때부턴 학기당 1건만 반영된다.

 

교육부는 교사에 따라 기재 여부가 달라져 ‘복불복’ 논란이 큰 ‘교과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세특)을 단계적으로 필수화하고, 내년부터 교사들이 참고할 ‘기재 표준안’을 보급하기로 했다. 비교과영역 폐지로 세특이 학종 핵심 요소로 부각되면서 나타날 불공정 시비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출신고교의 후광이 대입 유·불리에 적용되는 ‘고교등급제’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내년부터 대입 전 과정이 ‘고교 블라인드제’로 운영된다. 고등학교에서 대학에 제출하는 일종의 학교 소개서인 ‘고교 프로파일’을 전면 폐지해 프로파일상 고교별 진학 실적이 평가에 반영되는 상황을 막는다.

 

또 학종의 ‘깜깜이’ 꼬리표를 떼어내기 위해 내년부터 대학이 세부평가기준을 공개하도록 했다. 교육부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와 함께 평가기준 표준 공개양식을 개발해 대입정보포털을 통해 일괄 제공한다. 앞선 학종 실태조사에서 지원자 1인당 서류평가 시간이 최소 8.66분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반영해 적정 평가시간을 확보하고, 이의신청 처리 절차도 마련하기로 했다.

 

이동수 기자 d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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