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인출 동의를 거부한 시공사의 책임은? [알아야 보이는 법(法)]

관련이슈 알아야 보이는 법(法)

입력 : 2021-07-14 10:00:00 수정 : 2021-08-22 20:24:45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여지윤 변호사의 부동산 세상

Q. 상가를 신축, 분양하는 사업을 하기로 한 시행사는 시공사, 부동산 신탁회사와 함께 분양사업에서 각자의 역할과 업무에 관한 약정을 하면서 ‘관련된 수입금 일체를 부동산 신탁회사 명의로 개설한 분양 수입금 관리계좌에 입금하고, 분양 개시 후 관리계좌에 입금된 수입금은 시공사의 동의서를 첨부한 시행사의 서면 요청에 따라 부동산 신탁회사가 인출하기로 한다‘고 정하였습니다.

 

한편 갑(甲)은 시행사와 6개 상가 점포에 관하여 분양계약을 맺고 계약금과 중도금을 납부하였습니다. 그 후 갑은 시행사와 위 분양계약에 관하여 합의 해제를 하면서 중도금 중 일부를 해약금조로 반환받기로 약정하였습니다. 이에 시행사는 시공사에 위 분양계약이 해제되었음을 알리면서 해약금 인출에 대한 동의를 요청하였습니다.

 

그러나 시공사는 이에 동의하지 않은 채 관리계좌에서 자신의 공사대금을 변제받고자 지속적으로 분양 수입금을 인출, 수령하였습니다. 결국 관리계좌의 잔고가 부족하게 되어 버렸고, 갑은 해약금을 전혀 반환받지 못하였습니다.

 

이러한 때 갑은 시공사를 상대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을까요?

A. 최근 대법원에서 이와 유사한 사건에 대한 판결이 있었습니다.

 

결론부터 살펴보면 대법원은 갑에게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해약금 상당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시공사에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2021. 6. 30. 선고 2016다10827 판결).

 

위 사건에서 갑의 해약금 반환 청구권은 채권이라고 할 것인데, 채권은 제3자에 의하여 침해되었다는 사실만으로는 곧바로 불법행위가 성립하지는 않습니다. 채권은 물권과 다르게 배타적 효력이 부인되고 채권자 상호 간 및 채권자와 제3자 사이에 ‘자유경쟁’이 허용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역시 법질서가 허용하는 범위에서 공정하고 건전한 경쟁을 전제로 합니다. 따라서 제3자가 채권자를 해친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법규를 위반하거나 선량한 풍속 그 밖의 사회질서를 위반하는 등 위법한 행위를 하여 채권의 실현을 방해하는 등으로 채권자의 이익을 침해하였다면 민법상 불법행위가 성립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입니다(2003. 3. 14. 선고 2000다32437 판결 등).

 

대법원은 이러한 채권 침해의 위법성은 침해되는 채권 내용, 침해행위의 양태, 침해자의 고의 등 주관적 사정 등을 참작하여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하되, 거래자유 보장의 필요성, 경제·사회정책적 요인을 포함한 공공의 이익, 당사자 사이의 이익 균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위 사건에서 시공사는 자신의 동의 없이는 관리계좌에서 돈이 인출될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해서 시행사의 금원 인출 요청을 거부하였고, 관리계좌에서 자신의 공사대금을 변제받고자 우선적으로 금원을 인출함으로써 잔고가 부족하게 되어 결국 갑이 해약금을 반환받지 못하도록 하였습니다. 

 

즉 시공사는 갑의 해약금 반환채권이 위와 같은 자신의 행위로 침해됨을 알면서도, 갑에 대한 관계에서 법률상 우선 변제권이 인정되지도 않는 자신의 공사대금을 우선적으로 추심하기 위하여 금원을 인출한 것입니다.

 

대법원은 시공사의 이러한 행위는 부동산 선분양 개발사업 시장에서 거래의 공정성과 건전성을 침해하고 사회통념상 요구되는 경제질서에 위반하는 위법한 행위이고, 갑은 시공사의 위법행위로 인하여 해약금을 반환받지 못하는 손해를 입었기 때문에 시공사는 갑에게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jiyoun.yeo@barunlaw.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