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괴한 역할만 골라 한 미국 배우 론 체니(사진)의 이야기가 방송에서 소개됐다.
24일 오전 방송된 MBC 예능 프로그램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에서는 이른바 ‘천의 얼굴’이라 불렸던 배우 론의 남다른 사연이 공개됐다.
그는 1913∼30년 무려 157편의 영화에 출연할 정도로 무성영화계를 주름잡고 있었던 인기 배우였다.
특히 25년 미국에서 개봉한 ‘오페라의 유령’에서 유독 주목 받은 배우였으나 하지만 팬들조차 실물의 론을 알아보지 못했다고.

그가 영화에서 맡은 배역이 주로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 채 등장하는 주인공 ‘팬텀’(유령)이었던 탓이다.
영화에서 가면을 벗고 얼굴을 드러내는 장면이 있었는데, 당시 론의 끔찍한 얼굴 분장을 보고 기절한 관객까지 있을 정도였다고.
다른 작품에서 그가 맡은 배역은 뱀파이어, 두 눈이 먼 선장, ‘노트르담의 꼽추’의 주인공 콰지모토 등 그로테스크한 분장을 해야 하는 역할이었다.
이런 탓에 그의 팬도 론의 본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는 해프닝이 벌어진 것이었다.

더 놀라운 사실은 론이 정통 로맨스 등에서 다른 역할을 할 수 있었지만, 본인이 기괴한 역할을 자처했다는 것이라고 방송은 전했다.
사실 그의 부모는 모두 청각장애와 언어장애를 갖고 있었다고 한다.
론은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사회에서 외면당하는 부모를 보며 자랐다.
어느날 어머니가 쓰러지고, 그는 10살의 나이에 학교를 그만두고 어머니를 직접 보살폈다.
론은 늘 누워있는 어머니를 즐겁게 하기 위해 직접 분장을 하고 표정연기를 하며 어머니만을 위한 연기자가 되었다고 한다.
이런 특기를 살려 배우가 된 뒤에도 어릴 적 사회로부터 외면받던 부모를 떠올리며 아무도 원치 않는 역할을 자처한 것이었다.

그의 사망 소식이 돌연 전해졌다고 한다.
영화 ‘썬더’에서 사이코 기관차 엔지니어 역할을 맡았던 론은 인공 눈을 연출하려고 쓴 옥수수 분말 가루로 폐렴에 걸렸고, 이것이 악화돼 숨지고 말았다.
자신만의 독특한 연기로 죽음을 맞이한 그였기에 수많은 영화인들이 애도했다고 한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
사진=MBC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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