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참 뜨겁게 달아올라야 할 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너무 잠잠하다. 19일까지 19명의 대상자 가운데 키움과 3년 총액 18억원에 계약한 포수 이지영(33)과 KT와 2년 총액 20억원에 사인한 유한준(38) 등 단 2명만이 계약을 끝냈다.
FA 계약이 늦어지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20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2차 드래프트 때문이다. 각 구단의 보호선수 40명을 제외한 선수 중에서 3명씩을 영입할 기회가 있기 때문에 여기서 즉시 전력감을 보충한 뒤 FA 전략을 다시 세우기 때문이다.
2차 드래프트의 라운드별 구단 보상금은 1라운드 3억원, 2라운드 2억원, 3라운드 1억원으로 FA에 비해 훨씬 저렴한 금액에 당장 1~2년 동안 취약 포지션을 보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이날 2차 드래프트에서는 두산과 키움을 제외한 8개 구단에서 총 18명을 지명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결과는 국가대표 2루수 출신 베테랑 정근우(37·사진)가 한화를 떠나 2차 2라운드로 LG 유니폼을 입게 된 것이다.
내야수가 부족한 LG로서는 전성기의 실력은 아니더라도 즉각 경기에 투입할 전력 보강에 성공했다. LG는 주전 유격수 자리를 맡아왔던 오지환(29)과의 FA 협상은 여전히 진행하겠지만 원소속팀 KIA와 협상하면서도 다른 구단들의 입질을 기대하고 있는 안치홍(29), 김선빈(30) 등 다른 내야수 FA들로서는 협상의 폭이 줄어든 것만은 분명하다.
외야수 자원이 부족해 이번 FA 시장 최대어 중 하나로 꼽히는 전준우(33)를 영입할 후보로 꼽혔던 한화도 이번 2차 드래프트에서 두산의 외야수 정진호(31)를 데려오면서 전력을 보강했다.
이 역시 앞으로 FA 외야수 영입 전략에 변화를 줄 요인으로 꼽힌다. 전준우의 원소속팀 롯데 역시 2차 드래프트에서 SK 외야수 최민재(25)를 영입해 만약을 대비한 모양새다. 다만 롯데는 예상과 달리 취약 포지션인 포수를 보강하지는 않았다.
이밖에 이번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롯데 내야수 채태인(37)과 2017년 KIA의 통합우승에 공헌한 우완 투수 김세현(32)은 SK의 지명을 받았다. ‘화수분’으로 불리는 두산은 올해도 정진호와 함께 한화로 가게 된 투수 이현호, NC가 지명한 투수 강동연, KIA가 선택한 투수 변진수 등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4명의 선수가 유출됐다.
송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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