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촌이 땅을 사면 □□ □□□' 어떤 초등학교에서 국어 시험시간에 이런 문제를 냈더니 답안지에 ‘함께 가본다’고 쓴 학생이 있었다. 물론 정답은 ‘배가 아프다’이다. 이 아이는 사촌이 땅을 사면 기쁜 마음으로 함께 보러 가겠다는 것이다. 교육자로서 어떻게 오답이라고 가위표를 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인간의 내면에는 가까운 사람이 잘되면 시기하고 나쁜 일을 당하면 쾌감을 느끼는 고약한 심성이 분명히 자리한다. 심리학에선 남의 불행에 묘한 기쁨을 느끼는 감정을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라고 한다. 독일어에서 고통을 가리키는 샤덴(schaden)과 기쁨을 의미하는 프로이데(Freude)의 합성어이다. ‘남의 고통은 나의 기쁨’이란 뜻이다.
실제로 일본 국립방사선의학연구소의 다카하시 히데히코 박사가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해보았다. 먼저 ‘동창생이 사회적으로 성공해 부러운 생활을 하고 있다’는 장면을 상상하라고 했더니 뇌의 전대상피질 활동이 활발해졌다. 전대상피질은 불안한 감정이나 고통에 관여하는 곳이다. 반대로 ‘그 부러웠던 동창생이 불의의 사고나 배우자의 외도 등으로 불행에 빠졌다’고 상상하게 하자 쾌감을 관장하는 측좌핵 활동이 왕성해졌다.
남의 불행에 쾌감을 느끼는 이런 시기심은 인간이 지닌 원초적인 감정에 속한다. 남에게 관대한 사람일지라도 친한 친구의 성공을 보면 시기와 질투심이 순간적으로 고개를 들게 마련이다. 미국의 사상사 에머슨은 “시기심은 살아 있는 자에게서 자라다 죽을 때 멈춘다”고 했다.
못된 심성의 발현을 멈추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네덜란드 로이덴대학교 연구진에 따르면 학업성적이 부진하고 자신감이 없는 사람이 자기보다 학업성적이 우수한 학생의 실수에 대해 더 큰 쾌감을 느꼈다고 한다. 못난 사람일수록 남과 더 많이 비교하고 시기와 질투도 많이 하는 것이다. 학업성적이 올라가고 자신감을 회복하자 남의 불행을 보고 느끼는 쾌감의 정도가 줄어들었다. 시기와 질투를 물리치기 위해선 자신의 소중함을 깨닫고 자존감을 스스로 끌어올려야 한다. 자신의 존귀함을 모른 채 남의 것만 쳐다본다면 복통의 증세는 영원히 멈추지 않을 것이다.
배연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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