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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입력 : 2019-11-16 03:00:00 수정 : 2019-11-15 19: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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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콘텐츠는 덫… 사람들 속여서 돈 벌어”/ 여론 조작 전문가의 적나라한 양심 고백/ 팩트체크로 거짓 탄로나도 이미 늦은 셈/ “결국 모두 똑똑한 독자 되는 수밖에 없어”

“웹이 우리에게 자율권을 준다는 말은 사탕발림이다. 당신이 온라인에서 소비하는 모든 것은 당신을 거기에 의존하게 만든다. 당신은 웹 사이트에 최적화된존재이다. 콘텐츠는 미끼를 던지고 정신을 흩뜨려서 당신을 포획하도록 고안된 덫이다. 클릭하거나 훑어보거나 찾아내도록 제작됐다. 블로그는 당신을 이용해먹기 위해, 즉 당신으로부터 시간을 훔쳐서 그것을 광고주에게 팔기 위해 존재한다. 그들은 매일 그 짓을 한다.”

 

이 책 저자인 미국의 칼럼리스트 라이언 홀리데이(Ryan Holiday)는 또 이렇게 고백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미디어 조작자였다. 사람들을 속이는 대가로 돈을 받는다. 언론 매체에 거짓말을 해서 그들이 당신을 속이도록 하는 게 내 일이었다. 나는 베스트셀러 작가와 수십억 달러짜리 브랜드를 위해 속이고, 매수하고, 공모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인터넷에 올려 악용한다.” 그는 양심 고백 차원에서 이 책을 썼다면서, 아직 누구도 입에 올리지 않는 인터넷 미디어의 어두운 실상을 고발한다. 

 

나는 미디어 조작자다 - 여론 조작 전문가가 폭로하는 페이크 뉴스의 실체 라이언 홀리데이/한재호/뜨인돌/1만9800원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서, 포털사이트에서 독자들은 입맛에 맞게 선별된 기사만을 접한다. 일반인이 원하는 것은 진실이 아니라 말초신경을 흥분시키는 뉴스다. 저자는 그 결과의 대표적 사례가 트럼프의 당선이라고 꼬집는다. 돈 많은 사업가이자 리얼리티 쇼 스타인 그는 미디어 시스템이 가진 취약점을 제대로 인식했고, 그것을 활용하였으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었다. 그는 최고의 미디어 조작자였다고 저자는 비판한다. 

 

웹 상의 가장 문제점은 가짜 뉴스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가짜 뉴스는 유튜브를 통해,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퍼지고 있다. 가짜 뉴스 영상들은 매일 유튜브 ‘인기 영상 목록’ 상위에 오르며 파급력을 과시한다. 일각에선 가짜뉴스가 초고속 인터넷 시대의 어쩔수 없는 현상이라고 방어한다. 사회의 여론 형성 통로와 소통 창구로서 기능을 수행하는 현대 미디어가 감내해야 할 구조적인 취약점이라는 점이다. 저자는 이에 대해 “미디어가 의혹성 추측성 기사를 남발하는 현실에 대한 자기방어 논리에 불과하다”고 일축한다.

 

존 보해넌이라는 과학 기자는 ‘초콜릿을 먹는 것은 살을 빼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의도적인 가짜 연구 결과를 학회지에 보도했다. 영국, 인도, 호주, 독일 등의 언론들은 이를 기사화했다. 문제는 이 연구가 조금만 확인해 봐도 누구나 알 수 있는 엉터리 초콜릿 연구였다. 연구 결과가 실린 학회지도 돈을 주면 누구나 논문을 실을 수 있는 ‘사이비 학회’였다. 미디어는 기초적인 사실 관계조차 확인하지 않고 단지 흥미로워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기사화하곤했다. 신문 방송 매체에서도 필터링 없이 전달하는 관행이 일반화되어 있다. 누구든지 지금의 미디어 시스템을 자기 의도 대로 악용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온라인 미디어를 극단적으로 왜곡하는 일이 얼마나 쉬운지 보여주면서, 그 심각성을 일깨워주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운운하며 보도하는 한국의 미디어 세태는 우리에게도 낯선게 아니다.  인터넷상의 정보는 사실 확인 없이 퍼져 나가기 쉽다. 관심을 끌 만한 정보는 확산 속도가 매우 빠르다. ‘미디어 조작자’들은 이러한 특성을 최대한 활용한다. 즉 사람들의 관심을 쉽게 끌 수 있도록 사건을 만들어 내 각색한다. 소규모 커뮤니티 사이트나 매체 등에 그것을 퍼뜨려 대형 매체와 더 많은 사람들에게 퍼지게 한다. 메이저 언론들은 그들의 필요에 따라 인용하기에 급급했을 뿐, 그가 제대로 된 자격을 갖춘 전문가인지 확인할 생각은 미처 하지 못한다. 혹시 팩트 체크를 통해 가짜 뉴스라는 사실이 탄로나더라도 그때는 이미 늦었다. 

 

저자는 가짜 뉴스를 ‘괴물’에 비유한다. 초고속 인터넷 사회인 한국에서 가짜뉴스의 사회적 충격은 크고도 넓다. ‘최서원 태블릿 PC 조작설’  ‘대북 지원으로 인한 쌀값 폭등설’  ‘유튜브 접속 차단설’  ‘태양광 시설 중금속 오염설’ …. 가짜 뉴스는 중요한 사회적 이슈와 쟁점마다 등장해 기승을 부린다. 꼬투리 잡기 쉬운 작은 이슈에 거짓의 살을 붙이고 그것을 침소봉대하여, 그럴싸한 가짜 뉴스를 생산하고 유포함으로써 여론을 호도한다. “100% 거짓말보다 99%의 거짓말과 1%의 진실의 배합이 더 큰 효과를 가져온다”고 말한 나치 선동가 괴벨스의 망령이 아직 살아 있는 듯하다. 가짜 뉴스와 진짜 뉴스가 혼재하는 상황은 일상이 되어 버렸다. 저자는 미국에서 가짜뉴스가 어떻게 정치 경제 사회를 좀먹고 있는지 생생한 사례를 통해 심각성을 고발하면서, “똑똑한 독자가 되는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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