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창고에 가야 하는데 늦잠 잤어요. 이 차 타면 될까요?”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4일, 예년처럼 입실 완료 시각을 앞두고 고사장에 도착하지 못해 당황한 수험생이 속출했다. 시험 장소를 착각해 경찰에 급히 도움을 요청하는 수험생이 있는가 하면 전년도 수험표를 들고 온 응시생까지 웃지 못할 해프닝이 잇따랐다.

◆시험장 착각, 교통 체증 발동동···경찰에 SOS 잇따라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서울지역에서 경찰에 접수된 수험생 관련 신고는 411건이었다. 경찰이 고사장까지 태워준 사례는 98건, 고사장을 잘못 찾아간 수험생을 수송한 사례는 9건, 수험표를 찾아준 사례는 1건이었다.
이날 고사장 입실 마감을 10여분 앞둔 오전 8시쯤에는 서울 중구 이화여고 앞에서 “시험장을 착각했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이 학생은 시험장이 이화외고인데 이화여고로 착각해 경찰에 급히 신고했다. 경찰은 입실 마감 시간을 앞두고 이 학생을 도보로 800여m인 거리를 이화외고까지 긴급 수송했다.

오전 7시45분쯤 서울 종로구 자하문터널에서는 차가 막혀 수험장으로 가지 못하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이 오토바이로 현장에 출동해 수험생을 용산고까지 데려다줬다. 수험생의 부모는 경찰에게 “정말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전년도 수험표 들고 입실, 친구와 신분증 뒤바뀜, 편의점에 수험표 두고 오기도···
광주에서는 한 수험생이 전년도 수험표를 들고 입실했다가 뒤늦게 알아차리는 일이 벌어졌다. 이 학생은 시험감독관의 도움을 받아 올해 수험표를 재발급받고 시험을 치를 수 있었다. 전남에서는 친구와 신분증이 뒤바뀌었다는 수험생의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신분증을 찾아 시험 시작 전에 전달했다. 서울 구로구의 한 편의점에서는 ‘수험생이 수험표를 두고 갔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험생이 있는 여의도고에 전달했다.

대구에서는 대전에서 KTX 열차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수험생이 열차를 놓쳐 대구교육청에 연락했다. 대구수능본부는 수험생이 원래 가야 하는 학교까지 도착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동대구역에서 가장 가까운 고등학교에서 시험을 치르도록 했다.
건강상의 이유로 병원에서 시험을 치른 수험생도 있었다. 강원 춘천에서는 시험 전날 밤 수험생이 맹장염으로 병원에 실려갔다가, 도 교육청과 경찰의 도움으로 응급실에서 시험을 치렀다. 광주에서는 1교시 직후 한 수험생이 “눈이 잘 보이지 않는다”며 고통을 호소해 시험을 포기해야 했다.
이날 수능은 전국 86개 시험지구, 1185개 고사장에서 일제히 치러졌다. 응시자는 54만8734명이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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