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립 46주년 된 극단 민예(대표 이혜연)가 156회 정기공연 ‘페이크(FAKE, 연출 김성환)’를 지난 23일부터 11월 3일까지 극장 동국 무대에 올리고 있다. 페이크는 모조품, 사기꾼, 엉터리를 뜻한다.
‘가짜가 판치는 세상!’, ‘역사와 전통을 가진 거짓!’, ‘말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아무 말이나 하는 것이 문제이다’, ‘누가 거짓을 만드는 것일까?’를 구호로 내건 신작 ‘페이크’는 가짜뉴스가 판을 치는 세상에서 거짓뉴스에 담긴 희로애락을 그리고, 이를 통해 세상을 분별력이 있게 살아가는 법에 대한 고민을 하고자 질문을 던지는 연극이다.
김시원 박인아 홍광표 송정아 이동환 심민희 등 극단 민예의 낯익은 배우들이 총 출연하는 무대에서는 가짜뉴스의 생성에서 전파, 부작용, 깨달음, 근절대책까지 민낯이 공개되고 관객의 동의를 구한다.
‘가짜가 판치는 세상, 누가 거짓을 만드는 것일까?’란 질문으로 시작되는 ‘페이크’는 가짜뉴스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잘못된 기억을 가지게 되는 ‘만델라 효과’를 극의 기둥으로 삼고 있다.

가짜뉴스와 청년실업을 한 프레임에 엮은 ‘페이크’는 상대적 고액 알바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는 오늘의 청춘이 역사 속 가짜뉴스와 만나면서 현대의 가짜뉴스가 얼마나 세상과 사람들을 미혹시키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조선조 연산군 때 관리들에게 함부로 말하지 말라며 ‘신언패(愼言牌)’를 목에 걸고 다니도록 한 사례도 등장한다.
‘페이크’는 “언론의 자유가 보장된 현대에는 말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아무 말이나 하는 것이 문제이다. 그렇다면 누가 거짓을 만드는 것일까?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아이들에게 마(麻)를 주며 서동요를 부르게 하여 신라의 선화공주와 결혼했다는 백제 무왕의 이야기, 조선 중종 22년 세자를 저주하는 방서(謗書)를 동궁의 은행나무에 걸어 정적을 죽였던 ‘작서의 변’ 등 거짓으로 꾸민 이야기는 현재에도 지속되고 있다”며 옛 이야기를 소환했다.
연출을 맡은 김성환은 “연극 페이크는 한번 쏟아지면 담을 수 없는 물처럼 삼가 경계하여 나를 살피고 타인을 배려함이 사회를 아름답게 만들고 인류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이 연출 목적”이라고 말했다.
극단 민예는 1973년 설립돼 전통, 의례, 설화, 민속놀이 등을 소재로 전통적인 요소들을 발굴해 현대극으로 풀어내는 작업을 거치며 한국 연극의 새로운 지평을 제시해 왔다. 2019 서울연극대상에서 ‘템프파일’로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조정진 기자 jj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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