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미국산 소 머리고기 수입이 늘었지만 정부의 미국 현지 작업장 안전점검은 오히려 뒷걸음질친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정부는 소머리에서 광우병으로 불리는 소해면상뇌증(BSE)을 일으킬 가능성이 큰 위험물질을 제거한 부위만 수입하기 때문에 괜찮다는 입장이지만 수입된 소머릿살 고기가 일부 대기업 유통망을 통해서도 소비되면서 미국산 소 머리고기 수입·유통 과정에 대한 보다 면밀한 모니터링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수입검역 실적’ 자료 등에 따르면 미국산 소 머리고기(볼살) 수입량은 2013∼2015년 동안 단 한 건도 없었지만 2016년 1만8235㎏, 2017년 15만490㎏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3만6934㎏으로 줄었지만 올해는 지난 9월까지 5만7024㎏이 수입되면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농식품부는 현재 소의 뇌와 척수, 머리뼈 등 특정위험물질(SRM)을 제거한 30개월령 미만 미국산 소고기만 수입을 허용하고 있다. SRM은 BSE를 일으킬 수 있는 변형 프리온 단백질이 많이 들어 있는 부위로 수입이 엄격하게 제한된다.

특히 소 머리고기는 SRM이 많은 소머리에서 분리되기 때문에 다른 부위보다 더 엄격한 발골과 도축 과정을 적용받는다. 김 의원은 “SRM의 70%가 머리에 몰려 있기 때문에 미국과 같은 대형 도축체인시스템에서 하나하나 정교하게 제거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고 지적했다.
미국산 소 머리고기 수입은 크게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안전을 책임진 농식품부의 미국 현지 작업장 점검 실적은 되레 감소했다. 농식품부는 2012년 24곳의 현지 작업장을 점검했지만 2014년 10곳, 2016년 6곳, 지난해 4곳, 올해 4곳으로 대체로 줄어들었다. 2012년 이후 62곳을 조사, 2012∼2014년 변질부패와 잔류물질 검출을 이유로 해당 작업장의 수출을 총 3차례 했지만 대부분 조치는 ‘개선 및 재발방지 요구’에 그쳤다. 서울대 우희종 교수(수의학)는 “일본과 달리 한국 정부는 도축장 내부까지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이 없어서 정해진 프로토콜에 따라 처리되는지 확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2012년 이후 알 수 없는 이유로 프리온 질환 의심환자 진단과 혈액유전자 변이 건수가 늘어나고 있다”며 “도축부터 수입까지 이르는 과정에 대한 철저한 모니터링과 더불어 업계의 자율규제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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