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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찔한 공포 뒤 짜릿한 성취감… '호러의 정수' 맛보러 떠나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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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10-22 11:34:19 수정 : 2019-10-22 11:3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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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에 있는 경주월드에 가보았는가. 그곳에는 수직으로 떨어지는 롤러코스터가 있다. 경주월드에서 가장 무섭고 인기 있는 놀이기구다. 전국의 놀이기구를 즐겨 타는 사람들에게 경주월드를 톡톡히 알렸다. 롤러코스터 앞에는 채 2분도 안 되는 무용담을 상기된 얼굴로 늘어놓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이들도 롤러코스터 출발 직전에는 그 순간을 여유있게 즐기기보다는 자신의 선택에 확신이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롤러코스터가 돈 주고 ‘스릴’을 사는 곳이라면 ‘귀신의 집’은 돈 주고 공포를 사는 곳이다. 무서워하면서도 즐기는 공포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는 이중적이다. 최근 각 놀이공원 ‘귀신의 집’은 한층 업그레이드돼 끝까지 체험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왜 대중은 공포에 열광하는지 직접 체험하며 찾은 답은 ‘마지막 성취감을 향한 여정’이었다.

게티이미지뱅크

◆에버랜드 ‘호러메이즈’

 

조별로 줄을 서서 네 조씩 들어가는 호러메이즈는 △앞 사람 어깨에 손을 올리고 △귀신을 때리지 말고 △귀신에게 욕하지 말고 △손전등을 귀신에게 비추지 말라는 직원 지시를 새겨들으며 시작한다. 하지만 이 안내는 끝내 지킬 수 없었다.

 

일단 입구에 들어서면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무작정 3분을 기다려야 한다. 유일한 불빛이라고는 창백한 얼굴의 귀신이 나오는 화면뿐이다. ‘발표울렁증’인 사람이 발표를 직전에 앞둔, 도망가고 싶지만 도망갈 수 없고 토하고 싶지만 토는 안 나오는 상태로 서있으면서 긴장이 극대화될 때 쯤 소름끼치는 소리와 함께 귀신이 눈동자를 굴리며 문이 열린다. 비로소 호러메이즈가 시작되는 순간이다.

 

암흑은 그 자체로 무섭다. 좁고 어디로 뚫렸는지 모를 길을 나아가기엔,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손전등의 붉은 빛은 너무 미약하고 두 귀를 채우는 온갖 쇠파이프 두드리는 소리, 짐승이 그르렁거리는 소리, 바로 옆에서 울리는 나지막한 앓는 소리는 어디서 오는지조차 알 수 없다. 나도 모르게 동행에게 “포기할까”라고 진심으로 물어보게 된다.

 

관계자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10분 남짓 걸린다는 호러메이즈를 체험하는 동안 가장 많이 외치는 말은 귀신을 향한 “하지 마”와 동행을 향한 “(가까이) 붙어”다. 귀신은 “저리가”라는 절규에 아랑곳하지 않고 거듭 따라오며 얼굴을 들이민다. 뒤에 있는 일행은 앞 사람 등에 얼굴을 숨겨 몸이 자연스럽게 떨어진다. 생존본능이 발동하는 환경에서 도망갈 수도 없지만, 혼자 남겨지는 일이 없도록 1분에 50번쯤은 가까이 오라고 수시로 동행을 다그치게 된다. 인류애가 상승하는 이곳은 최대 6명까지 한 조로 들어갈 수 있어 인원이 많다면 더 수월히 마칠 수 있다.

 

수술실, 빈 방 등을 거쳐 고깃덩어리가 시야를 막는 정육점까지 거치고도 공포의 행군은 끝나지 않는다. “언제쯤 끝일까” 절망할 때쯤 출구에서 빛이 나온다. 체력장에서 입을 벌리고 오래달리기를 하면 다 뛰고 난 뒤에 입을 계속 벌리고 있을 수도, 다물 수도, 침을 삼키지도 못하는 상태가 된다. 호러메이즈를 마쳤을 때도 딱 그렇다. 물 한 통은 미리 챙겨가야한다.

게티이미지뱅크

◆롯데월드 ‘미궁저택’

 

할로윈을 맞아 열린 롯데월드의 가을축제 ‘호러 할로윈’은 다음달 17일까지다. 올해 선보인 4개의 호러 콘텐츠 중 가장 대표적인 공연물은 미궁저택이다. 6명이 길을 잃지 않기 위해 줄을 잡고 들어가는 이곳은 저택 집사 안내로 시작한다.

 

밝은 현관과 달리 저택 안은 어두컴컴하고 스산하다. 하얀 천을 뒤집어쓴 마네킹이 늘어선 공간과 거울의 방, 저택 지하실 등을 지나며 마주치는 좀비들의 공통점은 굳이 자신의 존재를 숨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 지나가도록 가만히 있어 인형인 줄 알고 마음을 놓을 때쯤이면 뒤에서 따라붙고 선두로 가는 사람이 지나쳐 안심한 통로 옆에서 갑작스레 나타난다.

 

보통은 분장과 소리를 통한 시청각적 효과를 극대화해 공포심을 자극한다. 그러나 원색의 조명과 유리잔 깨지는 소리로 유발하는 공포는 일차원적이다. 이곳은 차가운 공기로 느껴지는 촉각과 좀비가 들고 오는 전기톱에서 풍기는 매캐한 기름 냄새 등이 오감을 건드려 더 역동적인 체험이 가능하다. 앞에서 깜짝 나타나기보다는 따닥따닥 붙어 잰 걸음으로 이동하는 사람들을 따라가 긴장감을 유발하고 지독한 기름 타는 냄새를 퍼뜨리며 다가오는 좀비는 환상 속 공포가 아닌 현실로 생생한 위협을 제공한다.

 

또 다른 호러 콘텐츠 ‘좀비병동’에서는 짤막한 공포영화를 보여준다. 모든 공포영화가 그렇지만, 중간에 반복되는 암전으로 긴장의 끈을 풀지 않고 영화를 즐기고 상영관 내 설치된 시설물 덕에 저렴한 가격에 4D를 체험하는 효과까지 거둘 수 있다. 일반 영화관에서는 영화가 마음에 안 들면 나가는 관객도 있지만 여기서는 그런 독자행동은 허용되지 않는다. 한 번 자리에 앉은 이상 끝까지 공포를 누려야 하는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마음껏 입을 벌리고 괴성을 지르는 일밖에 없다. 고행의 한복판에 있을 때는 잘 상기하지 못하지만 변치 않는 진리를 여기서도 깨닫는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내가 시작한 공부, 내가 쓰려는 기사, 내가 선택한 여행이 늘 처음 꿈꾼 그림처럼 행복하게만 진행되진 않는다. 보람보다는 “내가 이걸 왜 시작했을까”라는 자책을 더 자주한다. 호러 체험도 마찬가지다. 이걸 시작한 자신을 탓하고 후회하게 된다. 하지만 모든 결과물은 아픔을 거쳐야 더 빛나고 기억은 고통이 수반돼야 더 선명해지는 법. 순간의 공포가 끔찍할수록 그것을 마친 후의 성취감은 높고 모험담은 화려해진다. 귀신의 집도 결국 새로운 공간을 향한 호기심의 여정이다. 그러니 사서 고생하려고 지불한 돈은 조금 더 강해진 나를 만날 대가로 여기자. 머릿속에서 창조된 공포가 또다른 경험으로 바뀌어 내게 확신과 안정을 줄 때 비로소 진짜 공포를 체험한 것이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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