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명가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꾸준히 메모하고 기록하는 습관이 있답니다. 실패한 경험, 성공한 경험을 모두 사진과 함께 꾸준히 기록해보세요. 작은 기록들이 모여 멋진 발명품으로 재탄생할 거예요.”
지난 3월 말 서울사대부설초등학교 발명품 경진대회에는 A4용지 한 장짜리 작품요약서와 함께 달랑 고양이 스티커가 붙은 일회용 마스크 하나가 제출됐다. 마스크를 사용할수록 스티커 색이 변한다는 아이디어였지만 스티커는 예시에 불과했고 실제로 작동하진 않았다. 그러나 대회를 담당한 김수호 서울사대부초 교사는 마스크를 낸 4학년 신채린양에게 이같이 말하며 실제 사용 가능한 출품작인 ‘역사 보드게임’ ‘쿨헬멧’과 함께 최우수상을 안겨줬다. 신양은 6개월 뒤 전국 초·중·고교생 모두가 겨루는 전국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았다.
지난 14일 서울 중부교육지원청 발명교육센터(한남초등학교 )에서 만난 김 교사는 “채린이의 아이디어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보통 마스크는 미세먼지를 거르는 기능에 초점을 맞춘 발명품이 많다. 그런데 채린이의 마스크에는 항암치료로 고생한 아버지를 생각하는 마음, 불필요한 마스크를 줄여 환경을 살리겠다는 구상이 녹아 있었다”고 덧붙였다. 출품작 실물보다 그 안의 가능성을 바라본 김 교사의 시선이 6개월 뒤 대통령상으로 발전한 셈이다. 신양은 마스크를 토대로 현재 관련 특허출원 2건을 준비하고 있다.
김 교사는 신양의 ‘사용 여부를 알 수 있는 마스크’ 발명 뒤엔 서울 학교 곳곳에서 진행 중인 메이커교육이 큰 역할을 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전국대회에 나가기 위해 사비를 들여 관련 학원을 다니면서까지 준비하는 학생들도 있다. 하지만 신양은 사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신양은 학교 대회, 서울 중부교육지원청 대회, 서울시대회를 거쳐 전국대회로 나아갔다. 중부지원청 대회부터 신양과 인연을 맺은 신민규 중부교육지원청 발명교육센터 운영담당교사는 신양의 수상을 “서울 메이커교육 시스템의 첫 수혜자”라고 했다. 그는 “채린이는 중부발명교육센터가 지난해 메이커스페이스 거점센터로 바뀐 뒤 진행된 첫 기초발명반 수업을 들었다”며 “채린이가 발명에 마음을 열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영태 서울시교육청 발명·메이커교육 담당 장학사는 “서울 내 발명교육센터 21곳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예산 26억원을 들여 첨단 메이커스페이스로 구축해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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