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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워] 양당 정치 한계 드러낸 광장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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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10-16 23:14:10 수정 : 2019-10-16 23: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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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의의 전당’ 벗어나 혼란만 부추긴 거대 양당의 민낯

문득 11년 전 “청와대 뒷산에 올라가 오래전부터 즐겨 부르던 ‘아침이슬’ 노랫소리를 들었다”고 한 전직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떠오른다. 11년이 지나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는 “아아 우리 대한민국 아아 우리 조국 아아 영원토록 사랑하리라”란 노래가 불리고 있다. 분노의 대상은 다를지언정 ‘아침이슬’을 불렀던 국민과 ‘아! 대한민국’을 부르고 있는 국민의 심정은 비슷할 듯싶다.

이귀전 정치부 차장

민주화 이후 광장의 힘이 정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2004년 보수 야당의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시도 때부터다. 헌법재판소에서 기각 결정이 났지만, 야당의 노 전 대통령 탄핵 추진에 반대한 시민들은 광화문광장에서 촛불을 들었다. 이명박정부 때는 ‘광우병 사태’로 2008년 광화문에서 다시 촛불이 타올랐다. 박근혜정부 때인 2016년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촉발한 광화문의 촛불집회가 전국으로 퍼졌다. 이 기간 광장을 차지한 것은 진보 및 중도 진영이었다.

문재인정부에선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에 반대하는 보수 진영이 광화문광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과거 진보 진영의 전유물이었던 ‘광장 정치’를 보수 진영도 학습한 셈이다.

다만, 이번 ‘조국 사태’에서 광장은 광화문만 아니었다. 진보 진영은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 앞에서 검찰개혁 촛불집회를 개최했다. 전국 주요 도시에서도 상반된 주장을 하는 집회가 각각 열렸다. 진보와 보수가 모두 ‘광장 정치’에 뛰어들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듯싶다.

문제는 국회마저 슬그머니 여의도를 벗어나 ‘광장의 힘’에 의존하거나 편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회 혼란에 대해 완충 작용을 해야 할 거대 양당이 오히려 혼란을 부추기는 데 앞장서는 셈이다. 지금의 거대 양당체제가 ‘내 편’ 아니면 ‘네 편’만 만들고 있는 탓이다.

이번 조국 사태에서 다른 목소리를 용인하지 못하는 거대 양당의 민낯이 확연히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조 장관의 거취’를 공개적으로 말하지 못하는 데 대해 “자기들이 하면 경선에 지고 말을 하지 않으면 본선에 진다(라고 하더라)”고 한 대안신당 박지원 의원의 촌평에서 여당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묻어난다. 자유한국당도 별반 다르지 않다. 앞다퉈 삭발 대열에 동참한 현역 의원들은 중진, 영남권 친박계에 집중됐다. 내부 공천 경쟁이 치열하거나 공천에서 밀릴 수 있는 의원들이 ‘충성 경쟁’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 이유다. 갈등적 거대 양당체제에선 극단으로 향하는 흑백논리가 쏟아질 수밖에 없다. 다른 목소리는 졸지에 해당행위로 치부된다.

‘무늬만 다당제’인 갈등적 거대 양당체제의 현 국회는 다양한 목소리를 소화하는 데 한계를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당내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오지 못한다면,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당이 여러 개 있는 것이 방법일 수 있다. 양당에서 소화하지 못하는 목소리가 다른 정당을 통해 발현되면 국민이 광장에 나와야만 해결되는 혼란이 조금이나마 줄어들 수 있어서다.

광장에 100만명, 200만명이 나왔다며 숫자를 부풀리는 극단적인 대결은 지양하고 국회 내에서 여러 의견을 놓고 시끄럽게 싸우더라도 결론을 찾아가는 모습을 지향해야 한다. 우리의 피 같은 세금으로 운영되는 ‘민의의 전당’이 그러라고 있는 곳 아닌가. 마지막 국감을 보니 20대 국회는 ‘이국망(이번 국회는 망했다)’인 듯싶다. 내년 4월 총선 이후 조금은 달라질 국회를 기대하는 것은 욕심일까.

 

이귀전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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