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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손가락과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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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10-15 22:44:04 수정 : 2019-10-16 00: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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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 5월31일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지혜로운 사람이 달을 보라며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니, 어리석은 사람은 손가락만 볼 뿐 정작 달은 쳐다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손가락과 달’이라는 제목의 페이스북 글에서 “문 대통령의 어제 국무회의 발언을 떠올리니 문득 불교 설화에 나온 이야기가 생각난다”면서 한 말이다. 문 대통령이 자신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화통화 내용을 유출한 강효상 한국당 의원과 이를 엄호하는 한국당을 국무회의에서 강력히 비판하자 ‘달(한·미동맹 균열)’은 보지 않고 ‘손가락(강 의원)’만 본다고 반박한 것이다.

누가 달을 가리키면 손가락이 아니라 달을 본다. 그리고 달을 가리킨 손가락은 잊는다. 이를 ‘견월망지(見月忘指)’라고 한다. 후기 대승불교 경전인 ‘능가경(楞伽經)’에 나오는 말이다. 손가락이 달을 가리키는데, 달은 쳐다보지 않고 손가락만 보면서 이러쿵저러쿵한다면 핵심을 놓치게 된다는 것이다. 단순히 드러난 현상만 보지 말고 본질을 꿰뚫어봐야 한다는 뜻이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 10일 문 대통령의 충남 아산 삼성디스플레이 공장 방문과 관련해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몇몇 언론들이 이재용 삼성 부회장만 부각시켜 문 대통령이 왜 그곳까지 갔는지 전달이 잘 되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달을 보지 않고,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 보는 것 같아 이렇게 글을 올린다”고 했다. 국내 산업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이뤄진 대통령의 경제 현장 방문이 이 부회장과의 만남에 초점이 맞춰져 정치적으로 해석된 것에 아쉬움을 나타낸 것이다. 문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에게 공개적으로 감사를 표시한 건 이례적인 일이어서 이런저런 관측이 나왔다.

대통령이 산업현장을 찾는 건 반갑고 바람직한 일이다. 자주 있을수록 좋을 것이다. 단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다. 경제와 기업을 살리는 실질적인 정책을 펴는 일이다. 청와대가 경제를 어렵게 하는 근본 원인은 제쳐두고 대통령의 경제 행보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다고 언론을 탓하는 것이야말로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만 보는 일이 아닐까.

원재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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