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몰래카메라 피해를 당한 예비 신부의 안타까운 사연이 전파를 탔다.
11일 방송된 SBS 교양 프로그램 ‘궁금한 이야기 Y’는 몰카 피해 끝에 극단적 선택을 한 여성의 이야기를 전했다.
전남 순천종합병원에서 근무하던 서연(가명)씨는 어느날 경찰로부터 연락을 받는다.
한 남성이 마트에서 장을 보던 여성의 치맛속을 촬영하여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는데, 경찰은 이 남성을 수사하다 서연씨가 찍힌 장면도 확보했던 것이다.
이 남성은 서연씨와 같은 병원에 근무하는 임상병리사 문모씨였다.
순천종합병원 탈의실은 캐비넷을 벽 삼아 남녀 공간을 구분해놓아 사실상 남녀 공용이었다는 게 방송의 전언이다.
불법 촬영을 마음먹은 문씨가 여성을 따라 들어가는 등의 행동을 하는 데 제약이 훨씬 적었는데, 애초에 구조상의 문제가 도사리고 있었던 것이다.
방송에 따르면 병원 측의 대처도 문제였다.
성범죄 발생 시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도록 조치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병원 측의 늑장 대응에 서연씨는 계속 문씨와 마주칠 수밖에 없었다.
문씨를 파면하지 않고 해임 처리해 문씨는 퇴직금도 고스란히 챙길 수 있었다고 방송은 고발했다.

그럼에도 서연씨는 왜 더 적극 대처하지 않았을까?
그녀는 정규직 직원이 임신한 동안 고용된 임시직이었다.
정규직 전환 희망을 놓을 수 없었던 서연씨는 ‘몰카 피해자’로 낙인찍히고 소문이 나면 다른 병원에서도 받아주지 않을 것이라는 공포에 휩싸였다고 한다.
그러나 끝내 순천종합병원 측에서 정규직 전환을 해줄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서연씨는 지난달 24일 자신이 살던 아파트에서 몸을 던졌고, 27살 삶을 마쳤다.
내년 1월 결혼을 앞두고 있는 예비 신부였지만 인생의 단꿈은 산산조각났다.
순천종합병원병원 관계자는 서연씨의 극단적 선택과 관련, ”몰카 때문이라고 단정하는 건 동의할 수 없다”고 방송에서 밝혔다.
몰카 사건과 서연씨의 죽음은 연관이 없고, 책임도 없다는 게 병원 측의 입장이다.
또 “병원이 직원들에게 몰카를 찍으라 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책임은 몰카 가해자에게 있다”고 회피하기에 급급했다.
김명일 온라인 뉴스 기자 terr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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