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야 빛을 보기 시작한 무명 가수들에게 가혹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7일 국내 한 언론은 ‘미스트롯’ 수상자들이 혀를 내두를 만큼 과다한 행사비를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7일 이 매체는 “미스트롯 가수들이 ‘유리천장(여성이 직장에서 승진하는 데 장애가 되어 성공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뚫었다”는 비유를 써가며 수상자들의 ‘고액’ 행사비를 지적했다.
◆‘수요와 공급’ 법칙 무시 지적 나와
또 지역 축제 관계자의 말을 빌려 “이제 지역 축제에서 송가인은 안 부른다. 오히려 정미애를 부른다”며 “송가인 너무 비싸서 오히려 지역 축제가 망한다. 오히려 정미애는 저렴하다”라고 가수들의 실명과 행사비를 연결 지었다.
연예인의 인기 척도가 ‘행사비’로 책정되는 것이 시장의 논리라지만, 사람을 돈값으로 치부했다는 점에서 불편함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연예계 행사도 경제 법칙인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작용한다. 해당 가수를 찾는 수요가 많지만,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값은 자연스럽게 올라가게 된다.
이를 두고 마치 “그게 문제가 돼서 쉬쉬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마땅한가. 이는 해당 가수의 높아진 인기에 비례해 상승한 몸값을 부도덕한 경제 행위마냥 취급하는 것으로 비칠 소지가 있다.

◆행사비 1000배 상승? 따져보면...
‘미스트롯’을 통해 조명받은 가수들은 실력과 재능을 겸비했으나 기회를 갖지 못해 긴 무명 생활과 생활고를 버틴 참가자들이었다. 이들이 방송에 출연해 “예전보다 행사비가 100배, 1000배 올랐다”고 하는 발언은 그들의 기존 수익이 너무나 낮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가수 홍자는 “작은 음식점 오픈 행사에도 몇십만원을 받고 행사를 갔었다”며 지난 행사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음식점으로 가득 찬 좁은 골목에 홍자는 무대도, 마이크도 없이 그저 맨손으로 노래를 부르며 몇 명되지 않는 사람들의 흥을 돋우고 있었다.
송가인은 가수임에도 부업을 해야 했고, 의상은 중고로 온라인에서 구매해야 했을 만큼 힘겹게 가수 생활을 이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미스트롯’ 결승전 직전까지 직접 만든 ‘비녀’를 판매했다는 것도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제 겨우 TV 방송 프로그램과 행사 무대에서 마이크를 잡을 수 있게 된 가수들에게 행사비를 표로 만들어 그들의 꿈을 재단하는 일은 가혹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사랑받는 그들, 견뎌내야 할 왕관의 무게
‘미스트롯’은 종편 시청률 최고 기록(닐슨코리아 기준)을 세우며 전국적인 사랑을 받았다. 그만큼 큰 관심과 사랑을 받았고, 수상한 송가인은 물론이고 수상을 하지 못한 출연진들도 일부 앨범을 발매하며 가수의 꿈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도왔다.
그저 사람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싶었고, 자신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꿈을 막 펼치게 된 이들에게 고액 행사비 지적은 그들의 꿈을 짓밟는 행위일 수 있다.
물론 본인의 히트곡 하나 없는 이들이 프로그램의 인기에만 기대 과다 행사비를 요구하는 것은 곱게 보일 리 없어 보인다. 다만 이들이 지금 누리는 인기가 ‘반짝 인기’라 하더라도, 긴 터널 끝에 빛을 보게 된 현시점에서 치솟은 행사비가 과분하다고 비난하는 것은 시장논리로 봐도 억지스럽게 여겨지는 부분이다.
이들의 고액 행사비 지적에 일부 팬들은 “어린 잎이 너무 큰 나무가 될 것 같아 미리 가지치기한다”라며 의심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이라는 말이 지금의 그들에게 쏟아지는 관심과 오해를 이겨내는 유일한 말일 것이다.
최서영 온라인 뉴스 기자 sy2020@segye.com
사진=TV조선 ‘미스트롯’, 송가인 인스타그램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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