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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포진 걸렸는데 썩은 복숭아 보낸 시어머니, 제가 우스운 걸까요?”

입력 : 2019-10-07 17:24:41 수정 : 2022-04-25 15: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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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누리꾼이 시어머니에게 썩은 복숭아를 받고 심경을 토로하는 글을 올려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지난 6일 한 누리꾼은 “시어머니가 보내주신 썩은 복숭아”라는 제목의 글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렸다.

 

결혼 8년 차에 친정은 멀고, 시댁은 걸어서 10분 거리라고 밝힌 글쓴이는 “독박육아 중이고, 애 낳고 시어머니가 조리해주신다고 걱정 말라 해놓고 조리원 나와서 집에 오니 정말 딱 애만 봐주신다”고 말문을 열었다.

사진은 특정 기사와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글쓴이는 “내가 모유수유 못하니 완전 홀대하고, 그나마 모유 수유하면 아기한테 영향 있으니까 잘 챙겨 먹으라고 하시더니 삼시 세끼 미역국 모두 내가 알아서 차려 먹고. 아이 낳은 지 2주 됐을 때 집안일 시작해서 지금 몸이 멀쩡한 곳이 없다”고 신세를 한탄했다.

 

이어 “그때부터 덕분에 독립심이 길러졌다”며 “출산 후 생존하기 위해 스스로 딛고 일어섰다. 지금 나이가 30대 초반인데 스트레스에 영양부족으로 대상포진까지 와서 고생 중”이라고 자신이 겪은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내 몸을 내가 못 챙긴 내 탓. 시어머니한테 ‘잘 챙겨 먹어야 낫는다. 약 먹는 데 왜 그렇게 안 낫니? 손녀는 안 옮았냐. 꼭 조심해라’고 연락이 왔다”며 “대상포진은 하루 이틀 약 먹는다고 낫는 병이 아니고, 찌르는 듯한 고통이 계속된다. 아이에게는 전염 안 되게 최대한 조심하면서 지냈다”고 말했다.

글쓴이가 직접 사진 찍어 올린 복숭아. 네이트판 페이지 갈무리

 

며칠 후, 자신이 좋아하는 복숭아를 시어머니가 보내줬다던 글쓴이는 “요즘 시기에 비싼 복숭아를 날 위해 챙겨주셔서 감동의 눈물이 나왔다. ‘난 사랑받는 며느리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택배를 받은 글쓴이는 할 말을 잃었다고.

 

글쓴이가 받은 복숭아는 다름 아닌 반 이상이 짓무르고 터지고 썩은 것들이었다. 그는 “남편 역시 화가 나서 ‘어디서 샀느냐’고 물었더니, 시모가 친구랑 농장 갔다가 떨이로 2만원에 20개짜리 보내주신 것”이라고 적으며 허탈해했다.

 

글쓴이는 “어쨌든 싼 가격에 산 복숭아, 상태도 안 좋은 걸 대상포진에 고통 겪고 있는 며느리 먹으라고… 그러면서 호호 웃으시며 하는 말씀이 맛없으면 갈아서 주스를 해먹든 잼을 만들어 먹으라더라”고 토로했다.

Close up young Asian woman feeling upset, sad, unhappy or disappoint crying lonely in her room.

 

그는 “누워있는 며느리에게 일거리를 하나 더 준 고마우신 시어머니”라며 “어떤 분은 ‘준 게 어디냐’, ‘고마운 마음만 받아라’ 하실 테지만 복숭아 상태가 어머니가 날 생각하시는 만큼 딱 이 정도 밖에 안되는구나 싶었다”고 심경을 전했다.

 

한숨 나온다며 속상한 마음을 전한 글쓴이는 “그냥 내가 나가서 좋은 과일, 몸에 좋은 영양제 사다 먹어야겠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후 글쓴이는 “복숭아에 초파리가 꼬이기 시작했다”면서 “농장에서 상품성 없어 싸게 파는 걸 산 거라고 하셨다. 시어머니는 고구마를 꽤 많이 서비스로 받아 괜찮아하시더라. 굉장히 긍정적인 건지 행복해하신다”고 글을 추가했다.

 

끝으로 글쓴이는 “다음에는 고구마 좀 가져가라는데…친정이 멀어서 아무도 챙겨줄 곳 없어 보이니 내가 우스워 보이나? 아파서 서러운데 이런 상태의 복숭아까지 주시니까 참 생각이 많아지는 선물”이라고 글을 끝맺었다.

 

소봄이 온라인 뉴스 기자 sby@segye.com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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