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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민 “나 자신에게 관대해지면 안 돼…매일 발성·발음 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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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10-04 13:23:26 수정 : 2019-10-04 13: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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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차 배우의 혹독한 자기 관리법…스스로 끊임없이 채찍질 / “촬영장 이동할 때 잠도 잘 안 자” / “배우는 외로운 직업, 자신과의 싸움 많아”
배우 김명민은 지난달 20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나태해질 때 그러지 말라고 얘기해 주는 사람은 없다”며 “스스로 안주하거나 위로를 받으려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배우 김명민(47)은 목소리만 듣고도 누군지 알 수 있는 몇 안 되는 배우다. 성우, 아나운서 못지않은 발성과 발음을 자랑한다. 2004년 KBS 바른언어상을 받았을 정도다. 최근 대사 전달력이 떨어지는 한국영화계에서 그의 존재감은 두드러진다.

 

100만 관객 돌파를 목전에 둔 영화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에서도 마찬가지다. 그가 문산호에 탄 학도병 772명에게 “나라가 없이 제군들이 존재할 수 있냐”고 묻는 장면은 6·25전쟁 당시 실제 이명흠 대위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수십 년간 꾸준한 노력이 있었다.

 

지난달 20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김명민은 “목소리는 부모님께 감사해야 될 부분”이라면서도 “어느 정도 타고났다 해도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변성기는 잘 지난 것 같아요. 그때 교회에 다녔는데 중창단에서 바리톤, 베이스를 맡았거든요. 또 어렸을 때부터 연극 무대와 친했죠. 비공식적이지만 작은 무대에서 계속 연극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몸에 익은 것 같아요. 목소리가 타고났다고 해서 발성이나 발음이 좋을 순 없습니다.”

 

그는 “요새 게을러지는 것 같아서 고민”이라면서 그만의 발성·발음 훈련법을 공개했다.

 

“매일 아침 화장실에서 볼펜을 입에 문 채 대사를 치고 책을 읽습니다. 아침밥을 먹었다고 점심을 먹지 않을 수 없잖아요. 연습을 하지 않으면 입이 굳어요. 성대, 혀, 거짓말 못 합니다. 풀어 준 만큼 풀려요. 자고 일어났는데 목소리가 나오지 않거나 답답하다거나 발음이 잘 안 되면 견디지 못합니다.”

영화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에서 인천상륙작전의 양동작전인 장사리상륙작전을 이끈 이명흠(극 중 이명준) 대위를 연기한 배우 김명민.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김명민은 1996년 SBS 공채 6기로 데뷔한 뒤 거의 쉼 없이 작품 활동을 해왔다. 그 원동력이 궁금했다.

 

“알게 모르게 휴식 많습니다.(웃음) 제가 의도한 건 아니고 작품 시기가 늦춰졌거나 뭔가 잘 맞지 않아 휴식하게 된 경우가 좀 있어요. 그럴 땐 운동을 하고 ‘저축’을 합니다. 영화나 책, 예전 대본들도 보며 그간 하지 못했던 것, 바빠지면 할 수 없는 것들을 하죠. 특히나 체력은 미리 저축해 두지 않으면 나중에 바닥납니다. 그땐 방법이 없어요. 현장에서 쓰러지는 거죠. 아프고 졸리고 힘들면 연기로 바로 직결됩니다. 얼굴에 다 보여요. 의지력이 상실되잖아요.

 

(촬영장을) 이동할 때 잠을 잘 자지 않습니다. 머리가 무뎌지거든요. TV를 보고 있으면 ‘아, 쟤 자고 일어났구나’ 딱 보입니다. 바로 전 장면과 눈이 다르죠. 초롱초롱하지 않아요. 그래서 배우는 보이지 않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 많아요. 가장 외로운 직업이죠. 저도 이런 말을 하면서 다시 한 번 정신을 차리고 초심을 갖습니다.

 

김명민이란 사람이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었던 건 ‘나 자신에게 관대하지 말고 엄격하자’, ‘남이 인정해 주기 전에 스스로를 인정하지 말자’란 철칙 때문이에요. 제가 나태해질 때 그러지 말라고 얘기해 주는 사람, 없습니다. 현장에서 모든 화살이 제게 돌아올 때 그 누구도 저를 도와줄 수 없어요. 예전에 드라마를 할 때 느꼈습니다. 이틀 밤을 새웠고 정말 잘하고 싶은데 두 장짜리 쪽대본이 나오면 벼랑 끝에 선 느낌이었죠. ‘아, 저 사람 쪽대본이 나와서 연기를 못했구나’, 이해해 주는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 쪽대본이 나오는지조차도 모르겠지.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는 걸 터득하면서 스스로 안주하거나 위로를 받지 않으려는 게 생기는 거죠.”

 

김명민은 ‘불멸의 이순신’의 이순신 장군부터 ‘베토벤 바이러스’의 지휘자 강마에,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의 이명흠(극 중 이명준) 대위까지 리더 역할을 유독 많이 맡았다. 그는 “리더 역할이 어울리는 것 같다”는 지적에 “신성불가침 영역에 있는 이순신 장군이란 위인 역할을 맡아서 덕을 많이 본 것 같다”며 “배우라면 다 잘한다”고 겸손함을 보였다. 그가 지난해 KBS 연기대상을 13년 만에 다시 거머쥐며 “나 스스로 인정하지 않는 배우가 되겠다. 나 자신을 위해 연기하지 않겠다”고 한 건 빈말이 아니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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