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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축(逐)으로 몰린 바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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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10-03 23:27:15 수정 : 2019-10-03 23:2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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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가 들어서면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가 대두됐다. 지난 정부에서 한·미 간에 이미 약속한 사항이기 때문에 설치하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문재인정부는 일을 매끄럽게 끝내지 않았다. 내정을 간섭하는 중국에 끌려 다니면서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었다. 이것이 첫 번째 실책이었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이다.

두 번째 실책은 멀쩡한 원자력발전소를 폐쇄하는 처사였다. 탈원전 정책의 맹점이 시간이 흐르면서 심각하게 드러나고 있다. 단추 잘못 끼우기는 계속 이어졌다. 최저임금 문제와 노동시간 단축 등 계속해서 일을 그르쳤다. 문재인정부는 어찌하여 정권 출범 초에 중국과 ‘3NO’ 약속을 했을까. 소위 ‘3NO’ 약속이란 사드를 추가배치하지 않겠다는 것과 미국 미사일방어(MD)체계에 편입하지 않겠다는 것, 그리고 한·미·일 군사동맹을 하지 않겠다는 것 이 세 가지다. 확실히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것이다. 이때부터 한·미·일 관계는 금이 가기 시작했다.

황송문 시인·선문대 명예교수

문재인정부가 국제적인 대북제재 기조에 동참하지 않고, 홀로 제재 완화와 개성공단 재개 등 소위 ‘평화경제’를 내세우며 동맹국이 가는 길에 역행하는 것은 정석(定石)이라 할 수 없다. 아생연후살타(我生然後殺他·내 말을 먼저 살리고 남의 말을 잡아라)는 상식인데, 이런 상식에도 미치지 못하는 과오를 범하고 만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건국 전후로 시작된 한·미동맹을 파국으로 몰고 갈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현 정부는 자기들의 정치생명 연장과 북한 외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인다. 실업자가 양산되고, 경제가 파탄 나는 데도 무신경이다.

몸은 대한민국에 살면서도 마음은 북한에 있는 사람들이 문제다. 몸은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살면서 마음은 마르크시즘에 드리우고 있는 사람들이 큰 문제거리다. 북한에 가서 살아보라 하면 하루도 살지 못할 사람들이 허황한 환상에 사로잡힌 채 꿈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불쌍하고 한심한 사람들이다.

바둑처럼 세상사도, 나라살림도 축(逐)에 몰렸을 때는 그 욕심에서 벗어나야 한다. 축에 몰렸을 때 손을 떼지 않고 계속하게 되면 몰사죽음을 면치 못하게 된다. 사람 사는 인생이나 나라 살림하는 국사나 바둑판의 이치만도 못하다고 해서야 될 말인가.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한 간 경제협력으로 평화경제가 실현된다면 단숨에 일본경제의 우위를 따라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어느 세월에 세계 12위가 세계 꼴찌와 힘을 합쳐 세계 3위의 강대국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말인가. 자영업자와 기업이 못해먹겠다고 아우성쳐도, 원전 관련 기업이 사지로 내몰려도, 소득주도성장과 탈원전정책은 요지부동이다. 나랏빚은 800조원이 넘어섰는데, 정부는 내년에도 60조원을 빚내어 ‘돈 퍼붓기’를 계속할 모양이다. 독선적 코드인사는 이미 도를 넘어섰다.

나라가 위태로운 근본원인이 어디에 있을까. 문재인정부의 정체성이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와 다르기 때문이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동류인 미국과 일본이 우방이다. 그러나 문재인정부의 정체성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에 있지 않은 것 같다. 허무맹랑한 환각에서 빠져나올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가 이제는 축으로 몰린 게 문제 중의 문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황송문 시인·선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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