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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영사 맞나… 한국여성 1154일간 멕시코서 억울한 옥살이

입력 : 2019-10-03 16:43:09 수정 : 2019-10-03 21: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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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인신매매' '성매매 알선' 혐의로 옥살이 / 멕시코 검찰 "대사관 협조 요청에 무응답" / 외교부 "통역사가 서명 뒤 고의 보고 누락 / 경찰청, 파견 영사에 '감봉 1개월' 처분
2일 오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멕시코에서 인신매매 등의 혐의로 3년 넘게 수감됐던 양현정씨가 바른미래당 정병국 의원의 참고인으로 출석해 당시 제대로 영사 조력 등을 받지 못했다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사는 살인자다. 나는 지금도 지옥에서 탈출구를 못 찾고 있다.”

 

지난 2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 회의실이 일순간 조용해졌다. 검정 모자와 마스크, 티셔츠를 입은 양현정(42·여)씨가 고개를 숙인 채 흐느꼈다. 양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해당 영사가 면회를 와서 ‘스페인어 배워서 좋지요’라며 미소 짓던 얼굴과 수갑을 찬 저를 두고 멕시코 검찰 직원과 농담하던 모습을 잊지 못한다”며 “이 자리에 서기까지 너무도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죽을 때까지 꿈에서조차 떠올리고 싶지 않았던 1154일을 돌이켜야 하는 게 두렵다”고 호소했다. 영사 업무를 총괄 담당하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묵묵히 양씨를 지켜봤다. 

 

◆어떻게 이런 일이···주멕시코 한국대사관의 어처구니없는 행태 도마에

 

1154일간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양씨는 2016년 1월 노래방을 운영하는 동생을 만나기 위해 멕시코를 방문했다. 악몽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동생을 위해 양씨가 노래방 카운터 업무를 잠시 도와주던 중 멕시코 검찰이 노래방을 덮쳤다. 이후 ‘인신매매’와 ‘성매매 알선’ 혐의로 올해 3월까지 현지에서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

 

현지 교민사회가 양씨 석방을 위해 서명운동을 벌이고, 청와대 국민청원은 물론 국회의원들도 멕시코를 찾았지만 감옥살이는 계속됐다. 그러던 중 지난 3월 멕시코연방법원은 “검찰 수사와 법원의 법 적용과정에서 잘못이 발견됐다”며 양씨를 석방했다. 

 

양씨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은 믿었던 주멕시코 한국대사관의 안일한 대처였다. 한국대사관의 미숙한 대처는 구속 이튿날이면 풀려날 줄 알았던 양씨 기대를 무너뜨렸다. 2016년 10월 멕시코 연방법원은 본인은 죄가 없다는 양씨의 이의제기를 인용했다. 여기엔 양씨가 조사를 받을 때 주멕시코 한국대사관 영사의 조력을 받지 못하는 등 검찰 측 증거 수집이 불법적으로 진행됐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러자 멕시코 검찰은 “한국 대사관에 통역인 협조를 요청했지만 응답이 없었고, 나중에 A영사와 한국인 통역사가 서명한 진술서도 갖고 있다”고 반박했다. 경찰인 A영사는 당시 멕시코에 거주하는 우리 교민보호 등을 위해 한국대사관 영사로 파견나가 있었다. 

 

해당 진술서를 둘러싸고 논란이 커졌다. 양씨가 영사조력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어떻게 A영사와 한국인 통역사가 양씨 진술서에 서명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벌어졌다. 그러자 외교부는 자체 조사를 진행했고, 외교부는 “A영사와 통역사가 서명했다는 서류를 보고받지 못했다”고 밝히는 한편 현지어를 못하는 통역사가 결정적인 서류에 서명한 뒤 고의로 보고를 누락했다고 밝혔다. 결국 양씨의 악몽같은 옥살이는 올해 3월까지 이어졌다.

 

◆자국민 억울한 옥살이 관련 담당영사의 징계 수위는 ‘감봉 1개월’

 

양씨는 멕시코에서 지옥같은 생활을 이어갔고, 사연이 알려지면서 감사에 착수한 감사원은 2017년 4월 A영사에게 경징계 이상의 징계를 내려야 한다고 경찰청에 통보했다. 경찰청은 이 영사에게 감봉 1개월 징계처분을 내리는데 그쳤다. 경찰공무원 징계령에 따르면 감봉은 경징계에 속하고, 전체 6가지 징계처분 중 두 번째로 수위가 낮다. 

 

A영사는 소청심사위원회에 재심을 요청했지만 기각됐고, 그는 서울행정법원에도 감봉처분 취소소송을 냈지만 지난해 7월 패소했다. 그는 현재 지방의 한 경찰서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양씨는 이날 국정감사에서 “지난 3년간 대한민국의 손길을 너무도 기다렸다. 저를 이 지옥에서 구출해주기를 기도하며 기다리고 또 기다렸지만 끝내 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저는 여전히 대한민국 국민이고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것은 국가뿐”이라며 “이제라도 잘못된 일들을 낱낱이 파헤쳐서 바로잡아달라. 더는 저 같은 희생자가 나오지 않게 책임져야 할 사람에게는 반드시 책임을 물어달라”고 간청했다. 이어 “(A영사에게는) 사소한 일이고 영사직을 떠나면서 잊힌 일일 수도 있지만 저는 그의 행동으로 인해 지옥에서 지금도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씨는 멕시코 수사당국에 체포된 이후부터 한국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A영사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정부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A영사는 당초 억울함을 호소하며 “국감장에서 사실을 밝히겠다”는 입장이었으나 태풍 ‘미탁’에 따른 재난 대비와 치안 업무 등을 이유로 불출석했다. 

 

강경화 장관은 “양현정씨 증언을 듣고 상당히 놀랍고 참담한 느낌이었다”며 “영사 업무가 얼마나 중요한지 초동대응에 있어서 전문성과 언어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낄 수 있었다. 부족한 부분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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