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화 ‘피노키오의 모험’에서 철창에 갇힌 주인공은 요정에게 거짓말을 한다. 그러자 피노키오의 코가 갑자기 쑥쑥 자라기 시작한다. 거짓말이 더해질수록 코는 점점 길어져 가지까지 생겨나 새들이 둥지를 트는 지경에 이른다. 요정은 피노키오에게 “거짓말에는 다리가 짧아지는 거짓말이 있고 코가 길어지는 거짓말이 있다”고 말한다. 전자는 거짓말이 멀리 도망가지 못하고 곧 꼬리가 잡힌다는 의미다. 후자는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으면서 계속 코처럼 자라는 현상을 가리킨다. 자꾸 커지기 때문에 절대 숨길 수 없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을 일시적으로 속일 수 있고 일부를 영원히 속일 수 있겠지만 모든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는 에이브러햄 링컨의 어록을 떠올리게 한다.
서양에서 거짓을 코에 비유했다면 동양에선 귀와 밀접한 것으로 여겼다. 한자 부끄러울 치(恥)는 귀 이(耳)와 마음 심(心)이 합쳐진 말이다. 거짓말 등을 할 때 마음에 죄책감이 생겨 귀가 붉어지는 것이 부끄러움이라는 뜻이다. 마음과 연결된 귀를 활짝 열고 내면의 소리를 들어야 비로소 부끄러움을 알 수 있다는 얘기다.
온 나라를 흔들고 있는 조국 사태의 본질은 거짓말이다. 조국 법무장관 일가가 쏟아낸 해명은 속속 거짓으로 드러났다. 동양대 총장 표창장은 가짜였고, 2200점이라던 딸의 SAT 점수도 거짓이었다. 펀드 운용보고서와 아들의 서울대 인턴 증명서는 가짜로 들통이 났고, 그가 외친 정의·공정·평등도 모두 가짜였다. 그러고도 부끄러움 없이 진짜라고 우기고 지지자들은 그의 거짓을 감싼다.
일찍이 맹자는 자기가 옳지 못함을 부끄러워하고 남의 옳지 못함을 미워하는 ‘수오지심(羞惡之心)’을 인간의 본성으로 꼽은 뒤 그런 양심이 없으면 인간이 아니라고 했다. 이 말을 곱씹으면 뒤늦게나마 참회를 통해 양심을 되찾을 경우 인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동화에서도 요정은 나무 인형인 피노키오에게 “진실한 용기를 증명할 수 있다면 진짜 인간이 될 수 있다”고 충고한다. 결국 피노키오는 진실의 힘으로 ‘진짜 인간’이 되었다. 그런데 인간 조국은 왜 거짓으로 굳이 ‘나무 인형’이 되려 하는가?
배연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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