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장기미제 사건 중 하나인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가 1986년 9월 첫 사건 발생 33년 만에 범인으로 극적으로 확인됐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이 지목한 화성연쇄살인사건 피해자들의 유류품에서 검출된 유전자(DNA)가 현재 강간 살인죄 무기수로 복역 중인 이춘재(56)의 것과 일치하는 것으로 최근 확인됐다고 지난 18일 밝혔다.
범행 당시 이춘재는 27세였다. 이춘재는 1994년 1월 충북 청주에서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인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5년째 수감 중이다. 당시 1, 2심 재판부는 사형을 선고했으나 대법원은 우발 범행일 가능성이 있다고 파기 환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춘재는 71세이던 노인은 물론 10대인 어린 학생들에게까지 신체적 약자인 여성들을 대상으로 잔혹한 범죄를 저질러 국민 공분을 사기도 했다.
특히, 주로 늦은 저녁이나 밤이나 새벽 시간을 노려 끔찍한 범행을 저지른 그는 현장에서 유유히 달아나며 장장 5년여간 꼬리를 잡히지 않고 살인을 이어갔다.
화성살인사건으로 분류된 10건의 사건을 모두 이 용의자가 저질렀는지는 좀 더 확인이 필요하지만 범행수법이 유사한 점으로 미루어 동일인 범행이 상당히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경찰은 성폭행 피해를 가까스로 면한 여성과 용의자를 태운 버스운전사 등의 진술로 미뤄 범인은 20대 중반, 키 165∼170㎝의 호리호리한 체격의 남성으로 특정했다.
경찰이 공개한 용의자 몽타주에 기술된 그의 인상착의는 '(얼굴이) 갸름하고 보통체격', '코가 우뚝하고 눈매가 날카로움' , '평소 구부정한 모습'이라고 표현됐다.
이 밖에도 경찰은 일부 범행 현장에서 채취한 용의자 정액과 혈흔, 모발 등을 통해 범인의 혈액형은 B형이라는 사실까지 밝혀냈으나, 결정적 증거를 발견하지 못해 사건은 결국 오리무중에 빠졌다.
◆ '10명의 여성이 살해된 화성연쇄살인사건'
화성연쇄살인 사건은 1986년 9월부터 1991년 4월까지 6년 동안 화성시 태안읍 반경 2㎞ 안에서 발생했으며, 당시 10명의 여성이 살해됐다.
피해자는 모두 10대~70대에 이르는 여성이었으며, 피해자 대부분이 목이 졸려 살해됐고 신체 특정 부위가 크게 훼손된 특징이 있다.
경찰이 사건 해결에 수사력을 집중한 와중에도 사건이 잇따라 전국을 공포에 떨게 했다.
당시 용의자를 태운 버스기사의 기억을 토대로 키 170㎝ 이하에 마른 체격, 갸름한 얼굴의 20대 중반 남성이라는 몽타주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8차 사건은 현장에서 발견된 음모와 경찰이 특정한 용의자의 음모가 일치해 유일하게 해결됐지만, 유전자 분석 등을 통해 다른 사건과 관련 없는 것으로 결론 나기도 했다.
결국 이 사건은 1991년 4월3일 마지막 피해자가 발생한 15년 뒤인 2006년 4월 공소시효가 끝났다.
경찰은 공소시효가 끝날 때까지 연인원 205만여 명을 동원해 2만1280명을 수사했다. 4만116명의 지문을 대조했고 180명을 대상으로 모발 감정도 했다. 하지만 단독범의 소행인지, 다수 범인에 의한 개별 사건인지조차 밝히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7, 9, 10차 사건 용의자로 지목된 3명의 용의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불상사가 일어나기도 했다.
경찰은 공사시효가 끝난 뒤에도 DNA 기술 개발이 이뤄질 때마다 증거를 재차 대조하며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찾으려 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는 못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올해 주요 미제 사건 수사 체제를 구축하고 수사를 하던 중 7월 화성 사건 증거물 일부와 DNA가 같은 인물이 나왔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통보를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교도소에 수감 중인 50대 유력 용의자를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19일 오전 브리핑을 통해 유력용의자를 특정하게 된 경위등 자세한 내용을 밝히기로 했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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