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집과 일터를 만드는 데 선도적인 역할을 담당해 온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인구·사회 구조와 기술·경제 환경의 변화에 대응한 보다 새롭고 다양한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최근에는 매입 임대주택의 새로운 유형인 ‘공공리모델링’ 사업을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하고 있어 주목된다. 이 사업은 낙후 도심을 활성화하는 도시재생, 수요자맞춤형 공급, 지역부흥의 마중물 역할까지 담당하며 수요자 이목을 끌고 있다.
17일 LH에 따르면 매입임대는 기존의 다가구주택 등을 매입해 도심 내 저소득 주거취약층에게 저렴하게 공급하는 사업이다. 최근에는 주거 지원이 필요한 대학생, 청년, 신혼부부, 고령자로 공급 대상을 확대했다. 특히 이 중에서 공공리모델링은 대학생을 포함한 청년과 고령자에게 공급된다. 매입임대 주택과의 차이는 기존 주택을 매입하는 것이 아니라 노후된 주택, 상가, 나대지를 LH가 사들여 신축하거나 대수선 등 개량하는 리모델링 과정을 거친다는 점이다. 신축과 리모델링 간 비용 투입과 효과를 비교한 후 사업을 진행하는 형태로, 현재는 철거 후 신축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초기 건축 구상 단계부터 지역의 수요를 반영할 수 있고, 입주 대상인 수요자 맞춤설계 등 사전 계획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노후 주택을 철거하고 신축하기에 공공리모델링은 불량 주거단지의 환경개선 효과가 기대된다. 입주민의 공동사용을 위한 커뮤니티공간이나, 인근 지역 주민까지 이용할 수 있는 작은 도서관 또는 마을 회의실 등이 들어서 문재인정부가 적극 추진 중인 지역밀착형 소규모 생활SOC(사회간접자본) 역할도 수행한다. LH가 2004년부터 매입임대 사업을 시작해서 보유 재고가 전국에 10만호에 달하고, 대부분이 도시 내 양호한 입지에 자리한 것도 특징이다.
이밖에 LH는 오랜 기간 한 지역에서 거주하며 공동체를 형성한 노후주택 소유 노년층의 정서를 반영해 해당 주택을 팔고 타 지역으로 이전하지 않도록 ‘연금형 희망나눔 주택’ 매도 방식도 도입했다. 연금형 매도 방식이란 감정평가액 기준 9억원 이하의 주택을 보유한 부부 가운데 1명 이상이 만60세 이상인 주택 소유자가 원할 경우 매매대금을 10∼30년 동안 매월 분할지급 받아 노후생활비로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주택 매도 후 살 집을 따로 마련하는 번거로움이 없도록 입주 자격을 충족하는 경우에 원거주지 인근의 매입·전세 임대주택 등에 입주를 알선하기도 한다.

고시원 공공리모델링 시범사업도 생겼다. 고시원은 현재 한국에서 주택 외에 가장 많은 인구가 거주하는 공간이다. LH는 낡은 고시원을 매입해 리모델링 후 신주거빈곤층인 청년에게 저렴하게 공급하는 시범사업은 서울 노량진 고시촌에 추진 중이다.
또한 LH는 지난 강원산불로 거주 주택이 소실된 이재민 재정착용 공공리모델링 주택도 고성군에 만드는 중이다. 산불피해 초기에 LH는 피해 인근지역 내 보유 중인 매입임대와 전세임대를 신속하게 임시주거로 제공하는 등 재난대응에 기여했고, 이 중 다시 원거주지 인근으로 이전을 희망하는 일부 이재민을 위해 지역 내에 소규모주택을 건축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소규모 공공 리모델링 주택에 적용할 디자인 아이덴티티 확립을 위한 설계공모도 시행 중이다. 소규모 설계업체 및 신진 건축가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활용한 경사지, 부정형인 토지, 인접한 여러 필지의 통합계획 설계 등이 포함된다. LH는 이를 통해 자체 건축하는 공공리모델링 소규모 주택의 외관과 색채 등 디자인 전형(典型)을 만들어 제시하고, 다수의 민간 사업자와의 협업을 통해 동급의 임대주택을 확보하는 매입약정 사업 방식을 도입한다. 매입약정 사업 방식이란 민간이 건축을 예정하거나 건축 중인 주택을 사전에 LH가 매입할 것을 약정하고 준공 후 취득해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LH는 이를 통해 임대주택의 균일한 품질을 확보하고, 공공리모델링을 샘플로 한 소규모 민간주택시장을 선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올해 상반기 사업설명회 이후 다양한 형태의 주택사업 경험이 있는 민간사업자의 사업참여 신청이 쇄도했고, 소규모 다가구주택 외에도 중규모 이상의 도시형 생활주택, 주거용 오피스텔, 연립주택 단지, 청년 셰어하우스 등 다양한 유형의 약정이 성사됐다.
LH 관계자는 “이런 사업 시스템은 마치 20세기 초 자동차 왕 헨리포드의 검정색 일색의 자동차 대량생산의 성공에 맞서 소량생산 대신 다양한 색상과 다수의 차별화된 브랜드를 내놓았던 GM의 전략과 비슷한 면이 있다”며 “앞으로도 다방면에 적용 가능토록 진화된 공공리모델링 임대주택사업과 매입약정 방식이 지속가능한 수요맞춤형 주거복지모델로서의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나기천 기자 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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