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가을 안이박김 숙청설... 친문이 비문 쳐낸다 / 1년 지난 지금 '안이조김' 숙청설로 둔갑 / 안희정 낙마이어 이재명.../ 조국과 김경수도 삐끗...檢실수? / 法이 '친문 적자 1명 가린다'는 간택설까지 / 여권 '분열은 필패' 위기론 등장

이번 추석밥상에도 정치 이야기가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상당수가 조국 법무부 장관과 관련된 갑론을박이지만 '안이조김 숙청설', '간택설' 등 조선시대 야사에나 나옴직한 이야기도 돌았다. 이는 1년여전 정치권을 강타했던 '안이박김' 숙청설의 새로운 버전이다.
◆ 2018년 가을...안희정· 이재명· 박원순· 김부겸(김경수) 숙청설
'안이박김 숙청설'이 수면위로 떠오른 것은 2018년 10월 19일 국회 국정감사 때. 조원진 대한애국당 의원이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시중에 '안이박김 숙청설'이 회자되고 있다. 안희정·이재명 날리고 박원순 까불면 날린다는 말로 소회가 어떤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이 지사는 "인생무상을 느낀다"며 어색한 미소를 지은 뒤 널리 퍼졌다.

조 의원은 '김'에 대해서만 실명을 언급하지 않아 '김'이 누군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했다. 2018년 가을엔 '김'을 김경수 경남지사가 아닌 김부겸(위사진 오른쪽) 의원으로 보는 이가 많았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도 지난해 11월 29일 한 방송과 인터뷰를 통해 "친문들이 임종석 실장이나 김경수 지사로 후계 구도를 짰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쳐낼거라는 말이 (문재인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나오기 시작했다"며 이를 권력투쟁으로 평가한 뒤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그 프레임이 들어가 있다. (안희정, 이재명에 이어) 박원순이고 그 다음은 김부겸으로 초기에 만들어놓은 프레임 때문에 그렇게 됐다"고 강조했다.
안희정, 이재명, 박원순, 김부겸 모두 친문핵심이 아닌 관계로 그럴듯한 시나리오로 읽혔다.

하지만 김경수 경남지사가 지난 1월 30일 징역2년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자 '김'의 이름이 김부겸에서 김경수로 재빠르게 수정됐다.
◆ 2019년 가을...안희정·이재명·조국·김경수 숙청설로
1년여가 흐른 2019년 가을 '안이박김 숙청설'이 '안이조김' 숙청설로 옷을 갈아 입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대법원 확정판결(징역 3년6개월)을 받아 정치생명이 완전히 끝났다. 1심에서 4가지 혐의 모두 무죄를 이끌어냈던 이재명 지사도 지난 6일 2심에선 허위사실 공표 혐의를 벗지 못하고 지사직 상실형인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이 확정판결하면 지사직 상실은 물론이고 5년간 선거에 나설 수 없어 재기불능상태에 빠지게 된다.
'조'는 조국 법무부 장관을 뜻한다. 장관 취임여부를 놓고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많은 논란과 논쟁거리를 남기면서 장관직에 올랐지만 그의 앞길이 어떨지는 아무도 장담치 못하고 있다.
김경수 지사는 보석으로 풀려나 도정에 힘을 쏟고 있으나 2심에서 살아날지, 또 대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아슬아슬하다.
◆ 차기 여론조사...이재명과 조국 유력주자 대접
추석을 앞둔 몇 몇 여론조사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위기의 이재명 지사와 난처한 처지의 조국 장관이 유력주자 대접을 받았다는 점이다.

이재명 지사의 경우 SBS조사(칸타코리아가 9월 9~11일까지 1026명 조사·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3.1% 포인트, 응답률 11.1%·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 홈페이지 참조 )에서 이낙연 국무총리(15.9%),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14.4%), 조국 장관(7.0%),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5.3%)에 이어 5.0%로 5위에 자리했다.
이 지사는 KBS조사(한국리서치가 9월10~11일 1000명 조사· 95% 신뢰 수준에서 표본오차 ±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 홈페이지 참조)에선 이낙연(18.6%), 황교안(14.6%), 유시민 노무현재단이사장(5.9%), 유승민(3.8%)에 이어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대표와 더불어 3.7%로 공동5위에 자리했다.
조 장관은 KBS조사에서 2.9%로 첫등장임에도 불구하고 랭킹9위에 올랐다.
◆ 안이조김 숙청...검찰실수· '적자 1명' 가리려는 '간택설' 등 해석 제각각
정치권에선 안이조김 숙청설이 안이박김 숙청설과 목표와 의도에서 조금 다른 모양새를 띄고 있다고 보고 있다.
'안이박김' 첫번째 버전이 나왔을 땐 친문핵심의 비문제거용이다는 설이 지배적이었다. 두번째 버전인 안이박김(김경수)은 김경수 지사의 맷집을 키우려는 뜻도 있다는 아전인수격 설명까지 동원됐다.
최신버전인 '안이조김'에 대해선 '검찰실수', '친문의 간택설'이라는 기발한 해설이 나왔다.

김경수 지사의 경우 친문이나 여권이 어찌할 수 없는 특검이 기소했지만 조 장관의 경우는 다르다는 것이 '검찰 실수론'의 요체다. 여권 내부에선 '검찰 실수'를 놓고 의도한 실수라는 보는 견해가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정무적 감각이 부족한 글자 그대로의 실수라는 해석도 있다.
'간택설'은 '여권과 친문핵심이 사법부를 통해 친문적자 1명을 가리겠다는 것, 간택된 차기주자는 법적으로 무결점 인간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획득한다'로 압축된다. 법원과 검찰의 엄격한 검증을 통과한 이는 이른바 '면죄부'를 손에 쥐게 되며 차기 대선 때 이를 이용, 야권 경쟁자를 극한 상황까지 몰아세운다면 손쉽게 항복을 받아낼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 '대어 씨를 말린다?, 결국 여권 분열· 손해로 이어진다 위기론...
'안이박김'이든 '안이조김'이든 유력주자 탈락은 결국 여권 전체의 손해라는 위기론도 여권일부에서 일고 있다.
이들은 △ 유력주자 1명을 키우내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 친문, 비문, 진보, 중도 주자들이 뒤섞여 경쟁을 펼치는 것이 지지층 외연확장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 당내 경선 흥행이 대선 승리에 얼마나 큰 보탬이 되는지를 알아야 한다며 '힘을 모을 것'을 청하고 있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사진=연합뉴스· SBS캡처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