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북극의 주인 [더 나은 세계, SDGs]

관련이슈 더 나은 세계, SDGs

입력 : 2019-09-09 10:00:00 수정 : 2023-10-03 22:09:53

인쇄 메일 url 공유 - +

덴마크령 그린란드에 사는 북극곰 가족.

 

북극이 최근 국제사회에 두가지 일로 주목을 받았다. 먼저 지난달 18일 북극권에 위치한 지구에서 가장 큰 섬인 그린란드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매입 의사를 밝혔는데,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가 “터무니없다. 그린란드를 팔 생각이 없다”고 답함으로써 화제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답을 듣고 불쾌감을 표시하면서 불과 열흘 남은 덴마크 국빈 방문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표면적으로는 총리의 발언을 문제 삼았지만, 속내는 그린란드를 살 수 없는 데 대한 큰 실망의 표시였다는 게 외신의 전언이다.

 

두번째는 세계 3위 해운업체이며, 프랑스 최대 선사인 CMA CGM의 로돌프 사드 회장이 앞으로 북극 항로를 항해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일이다.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회의를 하루 앞둔 지난 23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사드 회장은 “생물 다양성 보호를 위해 500척에 이르는 우리 선박이 앞으로 북극해 항로를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드 회장은 또 “북극해는 해운사들이 가장 선호하는 항로 중 하나지만, 선박 사고가 발생하면 기름 오염 또는 해양 생물과의 충돌로 이 지역의 생태계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한다”고 항로를 포기한 이유를 밝혔다. 

 

이에 마크롱 대통령은 “북극 항로처럼 지구 온난화로 열리는 더 빠른 뱃길은 우리의 무책임에 대한 결과이며, 북극 개발은 우리 목을 조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며, CMA CGM의 결정을 크게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북극은 북위 66.33도 이북 또는 영구 동토층의 한계선을 지칭하는 말인데, 지구 지표의 약 6%인 2100만㎢의 면적에 이르는 북극해 지역을 가리킨다. 여름 평균기온이 0도 안팎이며, 겨울은 영하 35~40도인 곳이다. 북극권의 핵심 지역은 단연 그린란드다. 그린란드는 현재 덴마크령으로 국방과 외교권을 제외한 자치권을 가졌으며, 오는 2021년을 목표로 완전 독립을 추진하는 북극권 최대 육지다. 

 

미국 지질조사국 발표에 따르면 그린란드에는 전 세계 매장량의 13%에 해당하는 석유를 품고 있으며, 역시 전 세계 매장량의 30%에 해당하는 천연가스가 묻혀 있다. 이뿐만이 아니라 다이아몬드와 금, 납, 아연, 우라늄 등도 풍부하다. 북극해와 북태평양을 포함한 인근 어장의 연간 어획량이 전 세계의 약 40%에 이르는 등 풍부한 어족 자원도 보유하고 있다. 

 

무엇보다 그린란드가 주목받는 이유는 전 세계에서 필요한 희토류의 25% 이상이 매장돼 있기 때문이다. 희토류는 스마트폰이나 전기자동차, 첨단무기의 제작에 필요한 이트륨과 스칸듐, 란탄 같은 굉장히 중요한 희귀광물을 가리킨다. 

 

현재 남극과 달리 북극을 관장하는 별도의 국제조약이 없다. 남극은 1959년 체결된 남극조약에 따라 2048년까지 자원 개발과 영유권 분쟁 등이 금지되어 있지만, 북극과 관련해서는 유엔 해양법 규정과 북극이사회 규약만이 있을 뿐이다.

 

북극해의 약 82% 이상이 러시아와 미국, 노르웨이, 덴마크 등 연안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포함되어 있어서 각국의 북극 개발은 미래의 가장 큰 관심사업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그동안은 북극 자원 대부분 수천m 두께의 거대 빙하 아래에 있어 채굴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지구 온난화로 얼음이 녹기 시작하자 주요국은 자원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 7월까지 그린란드에서 녹은 빙하 면적은 총 면적의 약 60%에 이르는데, 지난 40년 동안 가장 급속히 빙하가 녹은 수치에 해당한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은 지난해 북극의 온도가 1981~2010년의 평균 온도보다 약 1.7도 높았던 것으로 조사됐다며, 이는 그간 조사한 기록 중 역대 두번째로 따뜻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유엔 IPCC(정부 간 기후변화 패널) 역시 2013년 발표한 5차 보고서를 통해 금세기 말 북극의 해빙 면적이 1970년대 후반 대비 최대 94% 수준으로 좁아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보면 그야말로 북극은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북극 개발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국가들은 이 현상을 호재로 보고, 본격적인 준비에 돌입하고 있다. 

 

이에 과학자들은 우려를 표한다. 북극권 빙하가 모두 사라지면, 6년간 지구 전체가 배출하는 양인 2500억t의 이산화탄소가 쏟아지는 셈이다. 북극과 남극의 얼음이 모두 녹는다면 지구 해수면이 60~80m 상승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는 미국 뉴욕과 인천, 일본 도쿄 등 주요 해안도시들이 사라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또한 북극의 빙하가 사라지면, 폴라 보텍스(북극과 남극 등 극지방 성층권에 형성되는 영하 50~60도의 차가운 저기압성 편서풍)의 비정상적 이동과 슈퍼 엘니뇨 등으로 인해 각종 한파와 폭염 등 이상기후가 일상화될 것으로 과학자들은 예측했다. 자원 개발에 앞서 지구 전체가 큰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는 우려다. 빙하 보호와 자원 개발 중 어떤 편에 서야 할지 명확해졌다. 

기후 변화를 경고하는 유엔 홈페이지 화면.

 

북극은 그 누구의 것도 아닌, 지구가 주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역시 이러한 북극권 자원 보호에 목소리를 내는 모범적인 환경국가가 되어야 한다. 이달 말 개최되는 유엔 기후변화정상회의에서 이러한 논의가 활발해지길 기대해 본다. 

 

김정훈 UN지원SDGs협회 사무대표 unsdgs@gmail.com


*UN지원SDGs협회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특별협의지위 기구입나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전지현 '눈부신 등장'
  • 전지현 '눈부신 등장'
  • 츄 '상큼 하트'
  • 강지영 '우아한 미소'
  • 이나영 ‘수줍은 볼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