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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택의신온고지신] 솔연(率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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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9-06 00:13:44 수정 : 2019-09-06 00: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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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병을 잘 하는 사람은 ‘솔연(率然)’ 같다(善用兵者 譬如率然).”

솔연이란 무엇인가. ‘손자병법’을 쓴 손무의 풀이를 보자. “솔연이란 常山(상산)에 사는 뱀의 이름이다. 그 머리를 때리면 꼬리가 달려들고, 꼬리를 때리면 머리가 달려든다. 몸통을 때리면 머리와 꼬리가 함께 달려든다(率然者 常山之蛇也 擊其首則尾至 擊其尾則首至 擊其中則首尾俱至).”

손자는 이것을 집단행동의 모범이라고 찬양했다. 적에 대한 단결과 결연한 의지를 상징한다는 것이다. 장수는 군대를, 최고지도자는 국민을 솔연처럼 만들어야 승리한다고 강조한다. 사람들은 흔히 바위를 단단함, 단합의 대명사로 들곤 한다. ‘바위처럼 굳건하게 단결해’ 운운하면서 말이다. 분명 바위와 같은 단결은 굳셀지 모르나 경직된 이미지가 있다. 옥쇄만 강요하는 군대도 있었으니 그럴 만하다.

하지만 바위는 어딘가 한 군데 금이 가고 갈라지면 덩어리 전체가 쪼개진다. 바위는 강하지만 약한 측면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동양에선 오히려 유약, 곧 부드러움이야말로 강력함의 상징이라고 본다. “천하에서 지극히 부드럽고 약한 게 천하에서 가장 단단한 것을 부리고 있다(天下之至柔 馳騁天下之至堅)”는 ‘노자’의 말이 잘 보여준다.

여기서 솔연의 특성에 눈길이 간다. 아무리 쳐내고 잘라도 살아 움직이고, 삶아도 구워도 먹을 수 없는 끈질긴 저항력과 진취성이 바로 솔연인 것이다. 조직론에서 볼 때 개개인의 힘이 모여 구성되는 전체의 강력한 힘, 그것이 ‘솔연’이라고 하겠다. 집단의 단결력을 보여주면서 개개인의 특성을 잘 살린 화합의 힘을 우리 공동체가 지닌다면 솔연의 모습에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바위의 단단함보다 뱀의 끈질김을 배우라는 경책이다.

21세기 초엽 우리나라에 거센 외풍이 휘몰아치고 있다.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한반도 주변 강국의 파워게임 강풍이다. 물론 우리가 구한말 한반도일 수는 없다. 하지만 허리 잘린 분단민족의 어려움이 있다. 국민 단합으로 이 시련과 위기를 극복해 평화통일된 한민족의 세기를 건설해야 하겠다. 민족대명절 한가위를 앞두고 있다.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원장
 

率然 : ‘상산에 사는 뱀으로서 단결과 끈질김’의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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