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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盧 前대통령은 로스쿨을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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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8-30 23:05:55 수정 : 2019-08-30 23: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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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로스쿨은 최소 스카이(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출신 아니면 엄두를 못 냅니다.”

최근 만난 한 로스쿨 출신 변호사는 얼마 안 되는 자신의 월급을 토로하며 로스쿨의 폐쇄성을 말했다. 지방대 로스쿨 출신인 32살의 그는 로스쿨에는 몇 가지 불문율이 있다며 자신이 나온 학교보다 좋은 학부를 가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사법고시 합격생들과 마찬가지로 로스쿨에 입학하는 학생들도 명예로운 판검사나 상대적으로 좋은 대우를 받는 대형로펌을 꿈꾼다. 하지만 이들이 이 좋은 직업을 가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좋은 로스쿨을 가야 하는 상황에서 자신이 나온 대학의 이름이 발목을 잡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서울대 로스쿨에 입학생 1073명 중 938명이 이른바 ‘스카이’ 출신이다.

김건호 사회부 기자

최근 딸의 부정입학 의혹 등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도 유명한 ‘로스쿨 전도사’다. 그는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인 지난해 10월 한 언론에 기고한 ‘로스쿨의 진화를 위하여 뜻을 모아야’라는 글에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현 제도하에 놓였더라면 분명 이 길(로스쿨)을 택했을 것이다”라며 현행 로스쿨 제도를 옹호했다. 당시 조 후보자는 ‘고졸 출신이 로스쿨에 입학할 수 없다’는 지적에 대해 “고졸 출신도 독학사, 학점은행제, 사이버대를 통해 로스쿨에 입학이 가능하고 실제 그런 과정을 밟아 로스쿨에 입학해 장학금을 받고 공부해 변호사가 된 사람이 상당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과연 그럴까. 고졸 출신인 노 전 대통령이 변호사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 2년의 시간이 걸리는 독학사나 학점은행제를 통해 학위를 취득해야 한다. 올해 2136명의 학생이 율법가의 꿈을 꾸며 전국 로스쿨에 입학했다. 이 중 평생교육진흥원을 통한 학점은행제, 독학사를 통한 입학자는 9명이었고, 한국방송통신대 1명, 사이버대학교 출신이 3명이었다. 100명 중 1명도 안 되는 0.6명이 조 후보자가 이야기한 ‘상당수의’ 독학사, 학점은행제, 사이버대 과정을 밟은 로스쿨 입학자다. 또 평균 준비시간 1년이 걸리는 법학적성시험(LEET)을 준비해 로스쿨에 입학, 전업으로만 다닐 수 있는 대학원 3년을 거쳐야 변호사시험을 볼 자격이 주어진다. 로스쿨에 입학하지 못하면 변호사시험 응시자격 자체가 주어지지 않는데, 이러한 학력적 장벽은 ‘리트 낭인’이라는 새로운 용어까지 탄생시켰다.

부산상업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20살의 청년 노무현은 어려운 가정형편에 막노동에 뛰어들었다. 그런 그가 로스쿨 생활 동안 한해 2000만원에 달하는 학비와 생활비를 충당하려면 최소 5년간 막노동을 해야 한다. 법무부 장관을 꿈꾸는 조 후보자가 생각하는 ‘로스쿨에 들어가 장학금을 받으며 변호사가 된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노무현정부 시절 구상돼 이명박정부에서 첫발을 뗀 로스쿨은 올해로 개교 10년을 맞이했다. 하지만 여전히 로스쿨은 개천에서 용이 나는 것을 막고, 용이 새끼 용들을 키워내는 요람으로 성장하며 ‘끊어진 사다리’라는 지적이 많다.

조 후보자가 가고자 하는 법무부 장관은 전국 로스쿨의 제도를 만들고, 변호사시험을 주관하는 주무부처다. 그런 그가 생각하는 로스쿨은 우리 사회의 청년들이 생각하는 로스쿨과 다른 로스쿨일지 모르겠다.

 

김건호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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