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시 퇴거하세요. 여기서 영업행위 하면 안 되는 거 아시죠?”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인천공항경찰단이 손잡고 공항 내 불법주차대행 영업을 집중단속한 지난 19일 오전 7시쯤. 남성 A씨가 방문객들을 상대로 주차대행을 권유하다 공항 직원에게 적발됐다. 그는 “내가 무슨 큰 죄를 지었어요?”라며 직원에 항변하다 경찰들이 모여들자 “몰랐다”고 바로 꼬리를 내렸다. 경찰은 “영업하시면 안 된다. 앞으로 하지 말라”고 계도했고 A씨는 “알겠다”는 말만 남긴 채 주차장을 떠났다.

이날 집중단속은 1주일 전부터 예고됐기 때문에 불법주차대행 업자들은 평소와 달리 직원들의 눈을 피해 공항 주변을 서성이며 불법영업에 나섰다. 기자가 공항 주차장에 서 있자 곧 업자 B씨가 옆에 주차돼 있던 차량의 주인이냐며 말을 걸어왔다. 그는 “여기(주차장)는 하루에 2만4000원인데 우리 주차는 2박3일에 4만원”이라고 주차대행 이용을 권유했다. 그에게 주차장소를 묻자 “인근에 사설 주차장이 마련돼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단속 푯말을 가리키며 ‘불법주차대행’ 아니냐고 하자 “이 사람(공항공사 직원)들이 자기네 주차장 이용하게끔 하려는 것”이라며 “우린 회사도 있고 문제될 건 없다”고 큰소리를 쳤다.
◆ 불법주차대행 적발 7개월간 9796건, 불법주차업체만 67곳 이상 추정
23일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인천공항은 전국 최대 규모로 차량 유입이 많아 불법주차대행도 판치고 있다. 가장 심한 곳은 1터미널의 출국장이 있는 ‘3층 도로’와 단기주차장이 있는 ‘1층 도로’다. 3층 도로에선 폐쇄회로(CC)TV가 5분 이상 주차하는 차량의 영상을 찍기 때문에 불법주차 대행업자들은 보통 3층에서 호객행위를 한 뒤 1층에서 차량을 양도받았다. 비행기 탑승 시간이 임박한 방문객들은 싼 가격에 주차대행을 해주겠다는 꼬임에 쉽게 넘어가곤 한다. 인천국제공항 장기주차장과 1터미널 출국장까지 거리는 약 2km(도보 15분소요)로 시간을 아끼려는 사람들은 불법주차대행을 많이 이용했다.
1터미널에서 공식적으로 주차대행 서비스를 운영하는 업체는 터미널 지하1층에 위치한 ‘하이파킹’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불법주차대행업체다. 그동안 우후죽순 늘어나 공사가 파악한 것만 약 67곳에 달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개인적으로 영업하는 불법주차대행 업자들까지 따지면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항공사가 불법주차대행 업체를 단속한 건수는 지난해 1만6715건에 달했고, 올해도 지난달까지 9796건이 적발됐다.

◆맡긴 차 무단 사용하고, 사고까지 낸 뒤 나몰라라···불법주정차 과태료 물기도
불법주차대행으로 인한 고객 피해는 지속적으로 접수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에 접수된 피해 건 수를 보면 2017년 45건, 지난해 32건, 올해 지난 7월까지 24건이 접수됐다. 한 피해자는 불법주차대행 업자가 무단으로 자신의 차량을 사용했다고 공사 측에 신고했다. 업자는 피해자의 차량으로 사고를 냈고 파손에 따른 보상을 거부하고는 연락이 두절됐다. 다른 피해자도 차량 블랙박스 확인 결과 업자가 나대지에 주차하며 차량을 무단 이용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피해자는 불법주차대행 업자에게 주차를 맡겼다 이후 불법주정차 과태료가 부과된 사실을 알았다.
◆ 경찰까지 나선 불법주차대행 단속…“근절할 수 있을까?”
그동안 공사 차원에서 불법주차대행 단속에 나섰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지난해 ‘공항시설법’이 개정돼 경찰에게도 단속권한이 생겼다. 경찰이 나서 공항 내 불법주차대행 업자에 대해 퇴거명령을 할 수 있고, 불응자에 대해선 범칙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하지만 퇴거명령을 영업자들이 용인하면 달리 제재할 방법이 없어 실효성 없는 대안이란 지적이 나온다. 경찰이 왔을 때 “알았다”고 돌아간 뒤 다시 눈을 피해 불법영업에 나선다는 것이다.

또 인터넷으로 불법주차대행 예약을 하고 공항에서 업자에게 바로 주차를 맡기는 경우도 있어 불법주차대행을 근절하기란 쉽지 않다. 기자가 이날 해외에서 돌아온 고객에게 차량을 돌려준 한 불법주차대행 업체의 이용명단을 살펴보니 하루 17명이 인터넷 예약을 통해 불법주차대행을 이용하고 있었다. 공사 주차대행 단속반 관계자는 “지금은 집중단속기간이라 많은 인력이 투입됐지만 평상시 단속인원 눈을 피해 차량을 양도받을 경우 막을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아쉬움을 전했다.
인천공항경찰단 관계자는 “개항 이래 불법주차대행 피해는 계속됐고 그로 인해 공항 출국장 주변 교통이 매우 혼잡했다”며 “지난해 공항시설법이 생겨 경찰이 첫 집중단속에 나섰는데, 8월 성수기동안 불법주차대행 업자에 대해 채증하고 불응할 경우 적극적인 단속에 나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글·사진=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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