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다시 한 번 ‘평화경제’ 카드를 꺼내들었다. 광복절 경축사 이후 나흘 만이다. 최근 북한이 연일 미사일 도발을 감행하며 문 대통령과 남측을 겨냥해 “삶은 소 대가리”, “보기 드물게 뻔뻔스러운 사람” 등의 막말과 비난을 쏟아내는 상황에서 우회적으로 자제를 요청하며 어떻게든 대화 기조를 이어가려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평화경제는 우리 미래 핵심 도전이자 기회”

문 대통령은 19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평화경제는 우리 미래의 핵심적 도전이자 기회”라며 “70년 넘는 대결과 불신의 역사를 청산하고 한반도의 운명을 바꾸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평화경제가 “남북의 의지뿐 아니라 국제적인 협력이 더해져야 하기 때문에 대단히 어려운 일”이라면서도 “우리가 평화롭고 강한 나라가 되려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대통령의 평화경제 언급은 지난 5일 수보회의와 15일 광복절 경축사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다.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도 경제협력을 강조한 것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5일 “남북 간 경제협력으로 평화경제가 실현된다면 우리는 단숨에 일본의 우위를 따라잡을 수 있다”며 처음 평화경제 구상을 밝혔다. 한국을 겨냥한 일본 정부의 ‘경제보복’ 논란으로 극일(克日)의 필요성이 고조된 상황에서 평화경제를 해법으로 제시한 셈이다. 평화경제의 선제조건으로 북의 비핵화 협상 진전이 꼽힌다.

◆북측도발 겨냥 “대화에 방해되는 일 줄여야”
문 대통령이 이날 수보회의에서 현재의 북한 비핵화 국면을 가리켜 “이 기회를 천금같이 소중히 여기고 반드시 살려야 한다”면서 “깨지기 쉬운 유리그릇을 다루듯 조심스럽게 한 걸음씩 나아가는 신중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북한은 문 대통령의 광복절 축사 이후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 담화를 통해 “우리는 남조선 당국자들과 더 이상 할 말도 없고, 다시 마주 앉을 생각도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 평화경제 구상을 “삶은 소 대가리도 앙천대소할 노릇”이라고 비꼬는 등 강도 높은 비판을 내뱉었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대화에 도움이 되는 일은 더해가고 방해가 되는 일은 줄여가는 상호의 노력까지 함께해야 대화에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며 에둘러 북한 도발에 우려를 표했다. 북한이 도발의 원인으로 지목한 한미 연합훈련이 20일 끝난다는 점도 문 대통령이 이날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재차 강조한 배경으로 풀이된다.

◆북·미 실무협상 속도 내나… 일각선 ‘우려’도
청와대에서는 이번 한미 연합훈련이 종료되면 ‘판문점 회동’ 이후 다소 주춤했던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속도를 낼 것이란 기대감이 흘러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0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자신에게 보낸 친서를 통해 “한미 연합훈련이 종료되는 대로 미사일 시험 발사를 멈추고 협상 재개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트위터에서 밝힌 바 있다. 북미 실무협상의 미국 측 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가 20∼22일 방한하는 것도 협상 재개를 위해 북한과 물밑접촉을 시도하기 위한 것이란 관측도 있다.

하지만 상황을 긍정적으로만 보긴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의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35A 4대가 오는 22일 청주 공군기지에 도착할 예정이라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북한은 지난 7월 우리 군의 F-35A 도입을 두고 “9·19 군사합의 위반”이라며 반발한 바 있다. 다가올 북미 실무협상이 어떤 성과를 거둘지 주목된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