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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만들고 누리는… ‘인간 중심의 도시’ 해법 찾는다 [서울의 디자인 이야기]

입력 : 2019-08-20 06:00:00 수정 : 2019-08-19 21: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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⑩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9월7일부터 11월10일까지 열려 / 전 세계 도시의 다양한 경험 공유 / 직면한 여러 문제 해결 머리 맞대 / 시민이 함께 만드는 집합도시 주제 / 공공 공간 공평하게 누리는게 핵심 / 서울 25개구 대표 공공 공간 소개 / 도시 개발 패러다임 변화시키고 / 새로운 집합유형 모색의 장 마련 / 도시계획 총괄 건축가포럼도 열려
시민들이 2017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도시전을 관람하고 있는 모습. 신경섭 사진작가 제공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의 의미

도시는 원래 사람들이 모여 사는 사람 중심의 공동체였다. 도시의 규모가 커지면서 도시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시스템이 필요하게 됐다. 도시의 효율적인 측면을 중심으로 설계하다 보니 도시는 점점 시스템 중심으로 진화하고 그 상황에서 인간은 배제되는 현상이 벌어졌다. 인간을 위한 도시가 아니라 시스템을 위한 도시가 돼 버린 것이다. 또 도시의 주인은 시민이고 시민들은 그 도시를 공평하게 누릴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으나 실제 상황은 도시가 일부 계층의 전유물이 돼 가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이 외에도 도시는 인구, 환경, 교통, 주거, 교육, 의료복지, 범죄 등 다양한 문제들을 안고 있다. 이러한 도시의 문제는 어느 특정 도시의 문제가 아니고 전 세계 도시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 같이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글로벌 이슈다.

서울시는 2017년 이런 도시 문제를 전 세계가 같이 고민할 글로벌 플랫폼으로서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를 만들었고, 국내적으로 민·관·학이 하나가 돼 좋은 도시를 만들어 가는 장이 되게 했다.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는 건축과 도시를 매개로 세계 도시의 현안과 미래상에 적극적으로 연계하고 참여하며 사회학이나 지리학, 경제학 등 학문과 더불어 문학, 공연, 영화 등 예술 전반에 이르는 광범위한 분야를 아울러 현대 도시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한다. 시민들이 세계 도시의 창조와 변화 과정에 대해 정보를 교환하고 토론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만들고, 나아가 각 도시의 사회화 및 도시화 과정에 참여하고 함께 누릴 수 있는 새로운 집합 유형을 모색하는 것이다.

◆도시 문제를 다루는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세계적으로 100여개가 넘는 비엔날레가 있다. 그중에서 건축을 매개로 하는 비엔날레도 여럿이다. 주로 건축가의 작품이나 작업 중심인 반면, 올해 2회를 맞는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는 도시에서 겪는 도시 문제의 해법을 찾아가는 과정을 드러내는 비엔날레로서 차별성을 갖는다. 또 세계 도시들이 당면한 문제들을 내놓고 함께 토론하며 해법을 찾고자 한다. 2017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에서는 물, 불, 공기 등의 자원을 어떻게 공유할 것인지 등 환경 문제를 의식하게 만들고 도시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논의했다. 도시에서의 제조업으로 인한 경제적 불평등과 갈등에 대해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결합한 새로운 생산 네트워크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동안 도시와 건축의 담론의 장은 유럽과 북미 중심으로 편중됐지만 이제 도시 문제는 유럽과 북미의 도시들만의 문제가 아니고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중남미 도시들을 포함한 국제적 이슈가 됐다. 이런 도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각 도시의 도시계획을 총괄하는 총괄건축가들의 포럼인 총괄건축가포럼이 개막식 전날에 열린다. 이번 비엔날레를 통해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가 세계의 중심적인 비엔날레로 도약하리라 확신한다.

 

‘2019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포스터. 서울디자인재단 제공

◆함께 만들고 누리는 도시, ‘집합도시’

2019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의 주제는 ‘집합도시’(Collective City)다. 집합도시는 자본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시스템보다 도시를 인간 중심으로 회복하기 위한 새로운 집합 유형을 제시해 시민들이 공평하게 누리는 도시로의 담론을 제시한다. 함께 만들고 누리는 도시란 도시를 만드는 과정에도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학계나 관련 전문가들이 협력해 민·관·학의 집약적인 노력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 집약적 노력은 도시의 공간, 특히 공공의 공간을 시민들이 함께 누릴 수 있는 도시를 희망한다. 우리가 관심을 갖고 만들어 가야 하는 공공 공간의 종류는 다양하다. 외부 공간으로 다양한 형식의 광장, 공원, 걷고 싶은 거리, 산책로, 시장, 문화재 등이 있고 내부 공간으로는 지역 도서관, 지역 주민센터, 주민 밀착형 문화시설, 관공서의 주민 친화형 로비 등이다. ‘서울마당’이란 도시 서울에 관한 전시에서 서울 25개 구청의 대표적인 공공 공간이 소개된다. 집합도시란 새로운 집합 유형이 어떤 방법으로 제시되고 어떤 역할을 할지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대한 담론의 장이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가 펼쳐지는 65일간 다양하게 이뤄질 것이다.

9월7일부터 11월10일까지 열리는 ‘2019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의 전시장 지도. 서울디자인재단 제공

◆서울 도심 전역이 전시장

대부분 비엔날레는 한 장소의 전시장에서 개최된다.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의 전시장은 서울 도심 전역이다. 서울은 조선왕조 500년의 도읍이었고 현재도 대한민국 수도인 역사 도시다. 그 흔적인 한양도성은 현존하는 세계의 도성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고 오래된 역사를 자랑한다.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가 열리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는 한양도성의 동쪽 관문인 동대문에 있고, 돈의문박물관마을은 한양도성의 서쪽 관문에 있다.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는 이 두 개의 상징성이 있는 장소를 축으로 그 사이를 잇는 세운상가,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서울역사박물관에서 다음 달 7일부터 11월10일까지 열린다. 전시장 내부에만 한정하지 않고 많은 외부 공간에서 전시를 열어 서울 도심 자체를 전시장으로 만들려는 야심 찬 계획을 실천하고 있다.

◆시민과 함께하는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집합도시’는 집합적 실천과 행위가 어떻게 현재 도시의 개발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공간 생산의 지배적 시스템에 저항할 수 있는지 질문을 던진다. 또 건축과 도시, 환경의 대안적 개념을 제시하고 건축의 정치적 동력을 탐색하기 위해 공존, 사회적 실천, 거버넌스, 연구 및 추측의 새로운 모델을 반추하고자 한다.

집합도시의 다양한 해석을 다양한 전시를 통해 접할 수 있을 것이다. 주제전은 집합도시를 여러 측면에서 개념적으로 접근할 것이고 이를 통해 현재의 도시 구성을 재해석하라는 권유이자, 우선 순위를 재배열해 보자는 자극제가 될 것이다.

도시전은 전 세계 80여개 도시를 초대해 집합도시를 바탕으로 각 도시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주제와 이슈들을 다루도록 했으며, 이 과정에서 도시 간의 연결과 집합의 결과물로서의 도시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집합적 결과물로서의 도시’(City as a Collective Consequence)는 우리의 도시가 공간적, 시간적, 그리고 사회적 환경의 집합체임을 보여 줌과 동시에, 경우에 따라서는 의도하지 않은 혹은 계획되지 않은 요소들의 개입으로 끊임없이 변화하는 생물임을 보여 준다. 글로벌 스튜디오는 집합도시에 대한 각국 학생들의 참신한 생각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건축과 도시라는 학제의 학술적 이슈와 전문적 관심을 연결시키며, 광범위한 연구 활동은 물론 사회 및 물리적 측면에 기반을 두고 구축된 형태의 디자인을 표방한다. 현장 프로젝트는 원초적 집합도시인 전통 시장을 통해 우리의 도시 문제를 들여다보고 도시 문제를 해결할 대안들을 찾아보고 의논하며 체험하는 과정을 시민들과 함께할 것이다. 또 자연 발생적으로 생긴 집합적 도시의 특성을 가진 전통 시장이 다양한 사회·문화적 행위를 포함하며 시민들이 더 좋아할 수 있고, 경제적으로도 풍요로운 장소가 되기 위해서 도시 건축 디자인이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자 한다.

도시의 주인은 시민이다. 따라서 시민은 도시를 만드는 과정에 참여해야 하고 도시의 공공 공간을 공평하게 누릴 권리가 있다. 전 세계 도시의 다양한 경험을 공유하고 이들이 직면한 여러 문제의 해법을 찾아가는 도시 건축 분야의 글로벌 플랫폼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를 통해 시민들이 함께 만들고 함께 누리는 집합도시가 구현되기를 희망한다.

임재용 2019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총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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