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16일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쏜 강원도 통천군은 우리 재계의 거물이었던 정주영(1915∼2001)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고향으로 유명한 곳이다. 정 전 명예회장이 지난 1998년 북한에 보낸 소떼 일부가 그곳으로 보내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통천은 38선 이북에 있어 1945년 광복 직후부터 사실상 북한 영역에 편입됐다. 남쪽으로는 강원도 고성군, 북쪽과 서쪽으로는 함경남도 안변군과 각각 맞닿아 있다. 대부분 산악지대인 강원도에서 드물게 넓은 평야를 지닌 곳이다. 북부의 흡곡평야와 남부의 통천평야가 대표적이다. 그로 인해 쌀의 산출이 많아 예로부터 풍요한 농업지대로 불렸다.
통천이 널리 알려진 건 이 고장이 배출한 정주영이란 인물이 현대그룹을 창업하고 한국 제1의 거부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정 전 명예회장은 1915년 11월25일 통천에서 6남2녀 중 장남으로 태어나 국내 굴지의 대기업 현대그룹을 세우고 한국 재계를 이끄는 거인으로 성장했다.
그는 ‘햇볕정책’을 표방한 김대중(DJ) 대통령이 취임한 뒤 평생의 숙원이던 대북사업을 본격화하고 나섰다. DJ정부 출범 첫해인 1998년 6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소 1001마리를 차에 싣고 판문점을 통과해 방북한 것이 대표적이다.
왜 소였을까. 어린 시절 고향 통천을 떠나 서울로 향할 때 아버지가 소를 팔아 번 돈을 훔친 것이 계기가 됐다고 한다. 당시만 해도 소가 농사에 귀하게 쓰일 때다. ‘소 판 돈을 종잣돈 삼아 기업인으로 크게 성공했으니 이제 1000여 마리의 소로 되갚아 북한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는 취지였다. 당시 북한으로 간 소떼 일부는 정 전 명예회장의 고향인 통천의 농가로도 보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99년 3월 정 전 명예회장이 다시 북한을 찾았을 때 고향 통천을 방문했을 것이란 예측이 국내 언론에서 제기됐다. 하지만 그는 귀경 후 기자회견에서 “(통천에) 가지 못했다”며 “앞서 북한 당국에 알아봐 달라고 했던 고향 친구들이 모두 죽었다고 했다”고 말했다.
북한 김정일 위원장은 1999년 10월 정 전 명예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물 맑고 깨끗한 명예회장의 고향 통천에 투자하라”고 권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오전 북한이 통천에서 발사한 발사체의 고도는 약 30㎞, 비행거리는 약 230㎞, 최대 속도는 마하 6.1 이상인 것으로 탐지됐다. 북한의 발사체 발사는 이달 들어서만 벌써 4번째다.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는 현재 진행 중인 한·미 연합연습을 겨냥한 무력시위인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광복절인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기념사에서 ‘평화경제’를 언급하며 남북대화를 강조한 것에 대해 “우리는 남조선 당국자들과 더 이상 할 말도 없으며 다시 마주 앉을 생각도 없다”고 밝힌 상태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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